음악 형식

 

 우리가 무심코 말하는 언어도 그 속을 들여다보면 문법이라는 틀이 있듯이 그냥 듣기 좋은 음악에 있어서도 화음이나 리듬, 그리고 지금 설명하려는 음악 형식이 엄연히 존재한다. 예를 들어 브람스의 현악6중주곡 제1번 Bb장조, Op. 18번을 볼 것 같으면 제1악장은 소나타 형식으로 되어 있고, 제2악장은 변주곡 형식, 제3악장은 세도막 형식, 그리고 제4악장은 론도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제2악장은 변주가 아름답기로 유명한데 그 까닭에 브람스는 이 곡만을 따로 피아노곡으로 만들어 클라라 슈만 부인의 41세 생일 기념으로 헌정하였다.


               
         * 브람스;   현악6중주 제1번 Bb장조, Op. 18의 예

 

                              (속도와 수식어)                       (조성)    (박자)      (악식)
 
              제1악장  알레그로 마 논 트롭포                Bb장조     3/4박자   소나타 형식
              제2악장  안단테 마 모데라토                    D단조       3/4박자   변주곡 형식
              제3악장  스케르쪼 알레그로 몰토              F장조       3/4박자   세도막 형식 
              제4악장  포코 알레그레토 에 그라지오소    Bb장조     2/4박자   론도 형식

 

 

  

 ① 접속곡 형식

 

 불어로는 Potpourri, 영어로는 Medley 혹은 Sectional이라고 하며 각각 독립된 일련의 음악이 서로 아무런 연관이 없이 나열된 것으로 오페라의 서곡에 드물게 나타나는데 롯시니의 오페라 <윌리엄 텔>의 서곡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A + B + C + D

 

 


 ② 두도막 형식

 

 두도막 형식은 첫 번째 주제가 두 번째 주제로 반복되는 형태이거나 서로 전혀 다른 두 주제에 의해 대비되는 악식 중에서 가장 간단한 형식이다.

 

 A + A'
 A + B

 

 


 ③ 세도막 형식

 

 음악 형식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는 반복, 대조 그리고 균형인데 세도막 형식이란 첫 주제가 마지막에 반복되며 그 사이에 성격이 다른 주제가 낌으로 대조를 이루고 그러므로 그 세 부분이 균형을 이루는 음악 형식을 말하는 것이다.

  

 A + A' + A
 A + B + A'
 A + B + C

 

 


 ④ 론도 형식

 

 주제가 두 번 혹은 세 번 반복되는 사이에 부차적인 주제가 삽입되는 형식으로 고전기의 교향곡, 협주곡, 소나타, 실내악 등의 종악장에 빈번히 사용된 음악 형식이다. 론도 형식은 일반적으로 생기 있고 쾌활한 주제로 시작을 하는데 이를 [론도] 혹은 [론도 주제]라고 부른다. 이 론도 주제가 몇 번이고 반복되는 사이에 [에피소드]라고 불리는 부주제가 그 사이 마다 끼게 되는데 에피소드는 연주자의 기교를 돋보일 목적으로 사용되기도 하며 적어도 한 에피소드는 우수에 찬 분위기(단조를 뜻함)를 자아내야 하지만 마지막은 다시 꼭 생동감 있는 론도 주제로 돌아와서 끝맺음을 하는 것이 법칙이다. 클래식 시기에는 청중이 기분 좋게 웃으면서 집에 돌아가게 배려하기 위해서 음악의 끝악장을 이렇게 활기찬 론도 형식으로 마무리하였던 것이 일반적인 추세였다.    

 

 A + B + A + C + A

 

 

 

 ⑤ 변주곡 형식

 

 오케스트라 음악에서 가장 오래된 음악 형식이 바로 변주곡 형식인데 그 기원은 중세 음악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이는 특정한 주제를 멜로디와 이와 연관된 화음, 리듬, 속도 등을 여러 모양으로 변화시키는 기법이다. 고전기에 들어서는 그 중 한 변주에 우수에 찬 단조키를 삽입시켰는데 이 기법은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슈베르트와 같은 대가들이 즐겨 사용하였으며 19세기말에 이르러서 변주곡은 복잡한 화음과 함께 멜로디조차도 점차 알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변주곡 형식은 대체로 교향곡의 제2악장과 종악장에 빈번히 나타났으며 변주곡의 천재인 모차르트는 그의 피아노 음악에 이 기법을 자주 사용하였다.

 

 A + A' + A'' + A''' + A'''' + -------- + A'''''''''''''''

 

 


 ⑥ 리토르넬로 형식

 

 바로크 시대의 협주곡은 '빠르게-느리게-빠르게'의 세 개의 악장으로 구성되며 그 중 첫째와 마지막을 이루는 '빠르게'의 악장은 소리의 강약을 대조시킴으로 그 효과를 극대화하였는데 오케스트라의 합주(투티)로 음악이 시작하고 조금 후에 독주(솔로) 악기가 조용한 반주에 맞추어 등장하고 다시 합주, 그리고 솔로 악기...... 이러한 교대가 대체로 삼 사회 반복되는 형식이 바로 리토르넬로 형식인데 비발디, 바흐, 텔레만 등의 바로크 시대의 작곡가들은 한결 같이 이 형식을 그들의 협주곡의 제1, 3악장에 사용하였다. 참고로 리토르넬로(ritornello)는 이탈리아어로 영어로는 return을 뜻한다.

 

 


 ⑦ 미뉴에트-트리오 형식

 

 미뉴에트는 원래 중간 속도의 삼박자 춤곡인데 헨델과 바흐는 미뉴에트를 모음곡에 포함시켰고 고전기에 들어 하이든과 모차르트에 의해서 교향곡의 제3악장에 정식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미뉴에트는 세도막 형식으로 구성되는데 첫 번째 도막은 여덟 마디로 된 주제가 반복되고, 세 번째 도막은 첫 번째 도막을 그대로 반복하는 형태이며, 그 사이에 오는 두 번째 도막은 바깥 두 부분의 규모가 큰 현악 합주에 대비하기 위해 대체로 적은 수의 목관악기에 의해 3성부로 구성되는 까닭에 트리오라고 불린다. 따라서 이 형식을 도표로 볼 것 같으면,

 

 '미뉴에트(오케스트라) + 트리오(목관악기 3성부) + 미뉴에트(오케스트라)' 가 된다.  

 

 


 ⑧ 스케르쪼-트리오 형식

 

 미뉴에트 형식과 마찬가지로 스케르쪼 형식도 세도막 형식의 범주에 드는데 19세기 초엽에 베토벤에 의해서 시작된 이 음악 형식은 그 후 교향곡의 미뉴에트 악장을 밀어내고 19세기 교향곡의 거의 전부에 도입되게 되었다. 베토벤은 미뉴에트 악장으로는 음악이 총체적으로 균형을 이루지 못한다고 생각하여 미뉴에트보다 더 빠르고 힘찬 스케르쪼 형식을 시도하였다. 교향곡의 경우 첫 악장은 물론 소나타 알레그로 악장이고, 두 번째 악장은 가요 형식의 세도막 형식이며, 세 번째 악장이 바로 스케르쪼 악장이고, 네 번째 악장은 론도 악장으로 된 것이 일반적인 형식이었다. 이탈리아어인 스케르쪼는 영어로 번역하면 joke, 즉 '해학'이란 뜻이다.

 

 


 ⑨ 소나타 형식 

 

     제시부(A+B) + 전개부 + 재현부(A+B)

 

 클래식 음악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관문이 있다면 바로 [소나타 형식(Sonata Form)]을 이해하는 것이다. 바로크 시대가 끝나갈 때쯤 소위 전고전파라 불리는 요한 세바스천 바흐의 둘째 아들인 엠마뉴엘 바흐, 막내아들인 요한 크리스천 바흐와 그리고 만하임 악파라고 불리는 요한 슈타미츠 등이 소나타 형식을 구축하였고 하이든에 이르러 소나타 형식은 비로소 완성을 보게 되었다. 
 독일의 만하임에 거주하던 슈타미츠 집안은 대대로 유명한 음악가를 배출한 가문이었다. 그 중 지금 소개한 요한 슈타미츠(독일, 1717-1757)는 무려 60여 곡에 달하는 교향곡을 작곡하면서 하이든보다 먼저 정규 4악장제를 도입하였고 세 번째 악장을 미뉴에트악장으로 고정시켰으며 오케스트레이션도 지금과 같은 2관 편성을 표준화하는 등 엄밀히 따져서 근대 교향곡의 표본을 정착시켰다. 그는 바흐의 아들들과 같은 시대를 살면서 고전주의의 문을 활짝 연 주역이었으며 자신이 못다 이룬 위업을 두 아들 카를과 안톤으로 하여금 대를 잇게 한 선구자였다. 어린 모차르트가 만하임을 방문했을 때 카를 슈타미츠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대 바흐 때까지만 하더라도 음악은 대위법적 다성의 음악이 주를 이루었으나 엠마뉴엘 바흐에 의해서 빠르게-느리게-빠르게의 3악장의 곡이 자리잡게 되었고, 요한 슈타미츠는 미뉴에트 악장을 도입하였으며, 요한 크리스천 바흐는 그의 아버지 대 바흐와는 정반대로 화성적인 단성법을 택하고 제2주제를 설정하여 소나타라는 악곡 형식을 이룩하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하였고 그 후 하이든은 104곡이나 되는 교향곡을 작곡하면서 음악의 최고 형식인 현재와 같은 소나타 형식을 완성하였다.
 그러므로 고전주의 음악의 뼈대를 이루는 소나타 형식은 전고전주의 음악가로 분류되는 바흐의 아들들과 슈타미츠 부자의 업적이며 그들에 의해서 닦여진 바탕에서 하이든과 모차르트라는 두 거장이 등장하여 명실공히 그 최정점에 이르게 되었다.
 


 소나타 형식은 다음과 같이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제시부 (Exposition)

 

 여기서는 남성다운 제1주제가 나오고 그 다음에 여성다운 제2주제가 소개되는데 제1주제는 반드시 기본조이어야 하고 제2주제는 그보다 완전5도 위의 딸림조이어야 하는 것이 법칙이다. 또 다시 어려운 전문용어가 나오는 것 같아서 추가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우리가 중고등학교 과학시간에 배운 것 중 원자와 분자라는 개념이 있다. 물질의 성질을 잃지 않고 쪼갤 수 있는 가장 기본 단위를 분자라 하고 그것을 더 쪼갰을 때의 가장 작은 단위를 원자라고 배웠다. 음악에 있어서 개개의 음을 원자에 비교한다면 그런 음들이 모여 어떤 노래의 성격을 결정짓는 두어 마디를 분자에 비교할 수 있겠다. 물론 그 두어 마디는 그 노래의 성격을 결정짓게 되며 이를 [동기]라고 부른다. 이런 동기가 둘쯤 모여 [악절]이란 것을 이루는데 그 때 그 악절이 그 곡의 성격을 결정짓게 되면 그 악절을 [주제]라고 부른다. 소나타 형식이란 그렇게 만들어진 두 가지의 주제가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가지고 조화를 이룬 음악 형식이다.


 만약 어떤 C장조 교향곡이 있다면 그것은 그 교향곡의 제1악장이 C장조를 기본조로 시작하는 소나타 형식을 가진 교향곡으로 제1악장의 제1주제가 바로 C장조인 것이다. 그리고 이쯤에서 또 한가지 설명할 것은 주요 삼화음의 개념이다. 쉽게 얘기해서 '도미쏠', '도파라', '쏠시레'하면 누구든지 그것이 화음을 뜻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C장조의 주요 삼화음 하면 바로 '도미쏠', '도파라', '쏠시레'의 세 가지 화음을 말한다. 음악용어로 '도미쏠'은 [으뜸화음], '도파라'는 [버금딸림화음], '쏠시레'는 [딸림화음]이라고 부르는데 중언부언하는 것 같지만 소나타 형식이란 제1악장의 제1주제가 으뜸조로 시작해서 뒤따르는 제2주제는 딸림조가 되는 것으로 예를 들어 베토벤의 교향곡 제1번 C장조에서는 제1주제는 기본조인 C장조(도미쏠)이고 제2주제는 딸림조인 G장조(쏠시레)가 되는 것이다.

 

 

 전개부 (Development)

 

 제시부에서 소개된 제1, 2주제가 조성에 관계없이 변형되어 나오는데 소나타 형식을 이루는 세 부분 중에서 가장 긴 부분으로 소나타 형식의 몸통을 이룬다.

 

 

 재현부 (Recapitulation)

 

 제1주제는 조성이 변하지 않고 되풀이되나 제2주제는 원래 딸림조였던 것이  으뜸조로 조바꿈이 되어 재현된다. 그리고 곡에 따라서는 제시부 앞에 [서주부(Introduction)]가 있는 것도 있으며, 재현부 다음에는 [종결부(Coda)]가 오는 것이 일반적이다.


     

      
  (도표로 본 소나타 형식)

 

         서주부  ---  악장 첫머리에 붙는 느린 템포의 도입부분
     * 제시부  ---  제1주제와 제2주제의 등장
     * 전개부  ---  그 두 주제의 조바꿈과 여러 가지 변형
     * 재현부  ---  다시 그 두 주제가 원형으로 등장

         종결부  ---  제시부의 소재로 끝맺음

 

 

 그 당시 음악의 악장 배치는 대체로 교향곡형의 4악장형과 협주곡형의 3악장형이었는데 대체로 첫 악장은 빠른 소나타 형식, 두 번째 악장은 느린 가요조였으며, 그리고 4개악장인 경우는 세 번째 악장이 3박자의 미뉴에트나 스케르쪼 형식이며, 마지막 악장은 이전의 악장들에 비해서 더욱 경쾌하고 빠른 론도 형식이 주를 이루었다.


 그러나 [소나타]란 [소나타 형식]과는 별개의 개념으로 이상에서 설명한 것과 같은 소나타 형식을 여러 악장 중 보통 제1악장에 갖는 음악을 말하는 것으로 하나나 두 대의 건반악기에 의한 음악, 혹은 어떤 특정한 독주악기에 건반악기가 반주하는 음악 형식을 지칭하여 소나타라고 한다. 그리고 특별히 관현악을 위한 소나타를 [교향곡]이라고 한다.

 


     (협주곡형 악장 배치)

 

 제1악장 --- 소나타 형식으로 알레그로(빠르게)의 빠르기
 제2악장 --- 가요 형식으로 아다지오(느리게)나 안단테(보통)의 빠르기
 제3악장 --- 론도 형식으로 대단히 빠른 빠르기

 


     (교향곡형 악장 배치)

 

 제1악장 --- 소나타 형식으로 알레그로(빠르게)의 빠르기
 제2악장 --- 가요 형식으로 아다지오(느리게)나 안단테(보통)의 빠르기
 제3악장 --- 3박자 춤곡으로 미뉴에트(보통 빠르게)나 스케르쪼(빠르게)
 제4악장 --- 론도 형식으로 대단히 빠른 빠르기

 


 교향곡형은 원래 요한 슈타미츠가 제3악장에 [미뉴에트]를 도입한 후 하이든과 모차르트에 이르기까지 특별한 변화가 없었으나 베토벤은 이를 좀더 빠른 템포의 [스케르쪼]로 대치하였다.
 


* 도표로 본 소나타 형식의 구조  (C장조 교향곡형의 예)

 

             제1악장; 형식은 소나타 형식, 빠르기는 알레그로(빠르게)

 

                            서주부
                            제시부;  제1주제(C장조) 등장 (남성적)
                                        제2주제(G장조) 등장 (여성적)
                            전개부;  제1주제와 제2주제의 반복과 변주  (조성에 관계없음) 
                            재현부;  제1주제 (C장조) 다시 등장
                                        제2주제 (G장조에서 C장조로 바뀜) 등장
                            종결부

 

            제2악장; 형식은 가요형식, 아다지오(느리게)나 안단테(보통)

 

            제3악장; 춤곡인 미뉴에트(보통 빠르게)나 스케르쪼(빠르게)
 
            제4악장; 형식은 론도  형식, 빠르기는 대단히 빠르게 


 여기서 가요 형식이라 함은 가곡의 형식, 즉 멜로디가 여성적이면서 두도막이나 세도막 형식으로 구성되는 악식을 말하고, 론도 형식이란 두 세 개의 주제가 교대로 반복해서 되풀이되는 음악 형태를 의미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글 출처 : 쉽고 재미있는 클래식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