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ur Rubinstein, Piano

                                          Bernard Haitink, Conductor

                                          Concertgebouw Orchestra

 

피아노 협주곡 1번 D단조 Op.15는 청년 브람스의 대표작입니다. 브람스가 남긴 4곡의 협주곡들, 그러니까 두 곡의 피아노 협주곡과 한 곡의 바이올린 협주곡, 또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2중 협주곡’(더블 콘체르토) 중에서 가장 먼저 작곡된 음악이지요. 브람스가 최초로 작곡한 대규모 관현악곡이기도 합니다. 브람스를 옹호했던 슈만에게는 일종의 조울증이 있었는데, 그는 브람스를 첫 대면하고 약 5개월 뒤에 라인 강에 몸을 던집니다. 간신히 구조돼 정신병원에 입원했다가 그곳에서 생을 마치지요. 브람스는 슈만이 사망하기까지, 그러니까 약 2년간 뒤셀도르프에 머물면서 슈만의 집안을 가족처럼 돌봅니다. 피아노 협주곡 1번은 바로 이 무렵에 작곡되지요. 작곡이 완전히 마무리된 것은 1858년인 것으로 기록돼 있습니다.

 

제1악장: 마에스토소 (장엄하게)

 

1악장은 장엄하게 펼쳐지는 마에스토소(maestoso) 악장입니다. 팀파니가 으르렁거리며 돌진하는 서주에서부터 청년 브람스의 에너지가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바이올린과 첼로가 비장하면서도 남성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첫 번째 주제를 연주하고, 이어서 불현듯 음악이 잦아들었다가 아름다운 선율의 바이올린으로 이어집니다. 관현악과 피아노가 두 개의 얼굴의 번갈아 보여주는 악장이지요. 때로는 격렬하게, 또 때로는 애틋하게. 마치 브람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듯한 악장입니다.

 

제2악장: 아다지오 (아주 느리게)

 

브람스는 아다지오(adagio)로 연주되는 2악장에 대해 클라라에게 보낸 편지에서 “당신의 아름다운 초상(肖像)”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슈만을 잃은 클라라에 대한 위로, 아울러 클라라를 향한 브람스의 애틋한 마음이 겹쳐지는 악장입니다. 현악기들이 잔잔하게 물결치고 목관악기들의 활약이 특히 두드러집니다. 피아노는 슬픔을 머금은 채 애잔한 선율을 연주합니다.

 

제3악장: 론도. 알레그로 논 트로포 (빠르지만 지나치지 않게) 

이어지는 마지막 3악장에서 음악은 다시 강렬해지지요. 알레그로 마 논 트로포(allegro ma non troppo). ‘빠르지만 지나치지 않게’라는 뜻입니다. 피아노가 당당하게 상승 선율을 연주하고 관현악이 따라옵니다. 1악장에서 이미 들었던 주제가 재현되는 장면들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지요. 피아노가 매우 화려한 패시지들을 연주하면서, 브람스 본인이 당대의 뛰어난 피아니스트였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지요.

 

 

브람스는 1859년 1월 하노버에서 자신이 직접 피아노를 연주해 이 곡을 초연했습니다. 절친한 친구였던 바이올리니스트 요제프 요아힘(1831-1907)이 지휘를 맡았지요. 결과는 ‘비교적 성공’이었습니다. 하지만 닷새 후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에서 가졌던 연주회는 격렬한 비난에 부딪혔습니다. 브람스 본인의 표현에 따르자면 “악단도 청중도 무반응”이었고, “박수를 치려고 했던 사람은 고작 3명”에 불과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아마도 ‘진영 논리’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짐작해봅니다. 라이프치히에는 유난히 ‘브람스의 적’이 많았습니다. 브람스는 자신에게 모욕을 줬던 도시 라이프치히를 이후에도 계속 불편해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글 출처 : 세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