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아가기
  • 아래로
  • 위로
  • 목록
  • 댓글
  • 설정
  • 스킨 관리

아버지와 나 / 신해철

오작교 10284

0

2

img.jpg

 

 

아버지와 나 / 신해철

 

 

아주 오래전 내가 올려다본 그의 어깨는

까마득한 산처럼 높았다

그는 젊고 정열이 있었고 야심에 불타고 있었다

 

나에게 그는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었다

내 키가 그보다 커진 것을 발견한 어느 날

나는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서히 그가 나처럼

생각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이 험한 세상에서 내가 살아 나갈 길은

강자가 되는 것뿐이라고 그는 얘기했다

 

난, 창공을 날으는 새처럼 살 거라고 생각했다

내 두발로 대지를 박차고 날아올라

내 날개 밑으로 스치는 바람 사이로

세상을 보리라 맹세했다

내 남자로서의 생의 시작은

내 턱 밑의 수염이 나면서가 아니라

 

내 야망이, 내 자유가 꿈틀거림을 느끼면서

이미 시작되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저기 걸어가는 사람을 보라

나의 아버지, 혹은 당신의 아버지인가?

 

가족에게 소외받고, 돈 벌어 오는 자의 비애와

거대한 짐승의 시체처럼 껍질만 남은

권위의 이름을 짊어지고 비틀거린다

 

집안 어느 곳에서도 지금 그가 앉아 쉴 자리는 없다

 

이제 더 이상 그를 두려워하지 않는 아내와

다 커버린 자식을 앞에서

무너져가는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한

남은 방법이란 침묵뿐이다

 

우리의 아버지들은 아직 수줍다

그들은 다정하게 뺨을 부비며

말하는 법을 배운 적이 없었다

그를 흉보던 그 모든 일들을

이제 내가 하고 있다

 

스폰지에 잉크가 스며들 듯

그의 모습을 닮아 가는 나를 보며,

이미 내가 어른들의

나이가 되었음을 느낀다

 

그러나 처음 둥지를 떠나는 어린 새처럼

나는 아직도 모든 것이 두렵다

언젠가 내가 가장이 된다는 것

내 아이들의 아버지가 된다는 것이 무섭다

 

이제야 그 의미를 알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누구에게도 그 두려움을

말해선 안된다는 것이 가장 무섭다

 

이제 당신이 자유롭지 못했던

이유가 바로 나였음을 알 것 같다

이제, 나는 당신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오랜 후에,

당신이 간 뒤에, 내 아들을

바라보게 될 쯤에야 이루어질까

 

오늘밤 나는 몇 년 만에 골목을 따라

당신을 마중 나갈 것이다

 

할 말은 길어진 그림자 뒤로 묻어둔 채

우리 두 사람은 세월 속으로

같이 걸어갈 것이다

 

 

 

공유스크랩
2
오작교 글쓴이 2024.05.09. 11:42

아버지.

오늘 문득 당신이 그립습니다.

 

이제는 골목을 따라 당신을 마중 나갈 수도 없게된 지금.

그저 가슴안으로 안으로 당신을 부릅니다.

댓글 등록
취소 댓글 등록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삭제하시겠습니까?

목록

공유

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하루에 한 곡 추천곡을 올립니다. 오작교 22.07.15.10:28 21796
70
normal
오작교 24.05.16.09:14 10868
file
오작교 24.05.09.11:36 10284
68
file
오작교 24.03.13.10:35 11747
67
file
오작교 24.03.13.09:45 11656
66
normal
오작교 24.02.12.08:51 10833
65
normal
오작교 24.01.27.20:21 11468
64
normal
오작교 24.01.13.20:39 11742
63
normal
오작교 24.01.06.09:22 11621
62
normal
오작교 24.01.01.20:03 10937
61
normal
오작교 23.12.27.15:26 11499
60
normal
오작교 23.12.27.15:25 10055
59
normal
오작교 23.12.27.15:23 11682
58
normal
오작교 23.08.24.13:55 11616
57
normal
오작교 23.08.11.10:01 9937
56
normal
오작교 23.07.28.10:05 11400
55
normal
오작교 23.07.14.10:00 11286
54
normal
오작교 23.07.12.09:09 9862
53
normal
오작교 23.06.13.10:07 11243
52
normal
오작교 23.05.09.21:21 9823
51
normal
오작교 23.04.18.08:48 11353

스킨 기본정보

lemon board
2021-12-01
lemon 게시판 스킨

확장 변수

1. 게시판 기본 설정

입력하지 않으면 메뉴 이름으로 출력됩니다.

별도의 사용자 정의 설정 필요 (가이드 참고)

별도의 사용자 정의 설정 필요 (가이드 참고)

경험치 모듈을 사용하는 분만 체크 해주세요.

2. 게시판 디자인

숫자만 입력 (기본 리스트: 기본 15px, 테이블 리스트: 기본 15px, 웹진 리스트: 기본 25px)

숫자만 입력 (기본 14px)

숫자만 입력 (기본 13px)

숫자만 입력 (기본 14px)

숫자만 입력, *em단위로 입력 예: 1.1, 1.15 등 (기본 1.05em)

숫자만 입력 (기본 14px)

숫자만 입력, *em단위로 입력 예: 1.1, 1.15 등 (기본 1.0em)

타임라인 모듈이 설치되어 있어야 합니다.

3. 글 목록

일주일 기준으로 출력됩니다. lemon widget이 설치되어 있어야 합니다.

폰트어썸 아이콘 class명을 넣어주세요. (예: far fa-circle)

기본 리스트, 테이블 리스트, 갤러리 게시판만 사용 가능

기본 리스트만 해당

FAQ, 테이블 리스트를 제외한 게시판만 가능

기본 리스트, 테이블 리스트만 해당

기본 리스트, 테이블 리스트만 해당

기본 리스트, 테이블 리스트만 해당

폰트어썸 아이콘 class명을 넣어주세요. (예: far fa-thumbs-up)

폰트어썸 아이콘 class명을 넣어주세요. (예: far fa-thumbs-down)

공지사항 더보기/접힘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접힘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기본 리스트, 웹진 게시판만 해당

기본 리스트, 웹진 게시판만 해당

4. 갤러리 설정

원본 이미지가 충분히 클 경우에만 사용해주세요.

기본 갤러리 게시판만 해당

기본 갤러리 게시판만 해당

갤러리 게시판만 해당

5. 글 읽기 화면

관리자는 신고 수가 기본으로 출력됩니다.

복수 입력시 쉼표로 구분합니다. (예: 123,456)

복수 입력시 쉼표로 구분합니다. (예: 123,456)

6. 댓글 설정

폰트어썸 아이콘 class명을 넣어주세요. (예: far fa-thumbs-up)

폰트어썸 아이콘 class명을 넣어주세요. (예: far fa-thumbs-up)

베스트 댓글 애드온을 사용할 경우 반드시 '기존 댓글 페이징'을 선택해주세요.

1이라고 입력하면 1시간 후에 열람 가능

7. 글쓰기 설정

글 쓰기 폼에 미리 입력해 놓을 문구를 설정합니다.

8. 사용자 코드

기본 게시판, 일반 게시판만 지원

기본 게시판, 일반 게시판만 지원

기본 게시판, 일반 게시판만 지원

기본 게시판, 일반 게시판만 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