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zart
Violin Sonata No.21
in m minor KV 304.

Arthur Grumiaux (violin)
Clara Haskil (piano)

녹음 : 1958/10/16-17 Stereo
Basel

한 장의 레코드, 그 얄팍한 플라스틱 원반으로부터 무한한 시공 너머로의 환상적인 여로가 시작된다. 그것은 또한 긴 인생의 여정에서 참으로 귀하게 찾아낸 진정한 벗이며 연인이기도 하다. 그 한 장을 찾아 우리는 얼마나 이곳 저곳을 방황하고 조심스레 귀기울였던가!

하스킬, 그뤼미오의 <바이올린 소나타집>(모짜르트)도 그러한 과정에서 발견한 진품이다.
모짜르트는 바이올린의 명교사로 음악사에 이름을 남긴 아버지 레오폴드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바이올린 연주에 뛰어났다. 그러나 그 자신은 바이올린보다도 피아노를 좋아했기 때문에 결국 피아노와 작곡으로 일가를 이루게 되었다.

바이올린 협주곡이 8곡뿐인데 비해 피아노 협주곡은 27곡이나 되며 그 작품의 질도 후자가 훨씬 높다. 바이올린 소나타는 그 수가 40곡 이상이나 되지만 거의 다 피아노 소나타에 바이올린 반주를 붙인 격의 것이다(물론 당시의 고전파 시대에는 <바이올린 반주를 동반한 피아노 소나타>가 일반적인 것이었지만). 그 중 특히 전반 22곡은 바이올린이 없이도 상관없을 정도이다. 그래서 오늘날 흔히 연주되는 것은 1777년(21세) 이후의 19곡뿐이다.

그러나 비록 피아노의 우위가 돋보이기는 하지만 바이올린의 긴 역사를 통해 모짜르트만큼 바이올린 곡을 아름답게, 눈부시게 그리고 즐거운 해방감으로 넘치게 만들어 낸 사람도 별로 없다. 이 <바이올린 소나타집>에는 K. 301, 304, 376, 378의 4곡이 수록되어 있다. 그 중에서도 K. 304(No 28 in E minor)는 모짜르트의 모든 바이올린 소나타 중 가장 뛰어난 작품이다.

그의 바이올린 소나타중 유일한 단조의 작품이며, 프화르츠 선제후 칼 테오도르비(리아 엘리자베트)에게 헌정되었기 때문에 <만하임 소나타>라고 불리는 6곡(파리에서 출판, K. 301--306) 중 제4곡에 해당된다. 작곡 시기는 모짜르트의 만하임-파리 여행에 동행한 어머니 마리아 안나가 이 프랑스의 도시에서 죽은 1778년 초여름이며, 그는 이 곡을 전후해서 피아노 소나타 중 첫 단조 작품(A단조, K. 310)도 작곡했다. 모짜르트가 이 작품들을 작곡한 동기가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예감이나 낯선 땅에서의 고독감 때문이었는지 혹은 어머니에 대한 애도곡이었는지는 분명치 않지만, 멜랑콜릭한 A단조의 피아노 소나타 못지 않게 긴장된 정서 표현이 돋보인다.

제1악장 처음의 2개의 악기에 의한 유니즌으로 연주되는 구슬픈 가락의 주제며 2악장 템포 디 메누엣의 우수를 머금은 아름다운 메누엣 주제, 중간부의 투명하고 고요한 선율을 듣고 있으면, 언뜻 그 커다란 눈망울 가득 고인 눈물이 금세라도 뚝뚝 떨어질 듯한, 소년의 애잔한 모습이 연상된다.

특히 이 모짜르트의 <소나타집>은 당대 최고의 두 연주가의 혼연일체가 된 명연주로 길이 연사에 남을 명반으로 손꼽힌다. 이 레코드에서는 클라라 하스킬의 따뜻하고 유연하며 또 음악적으로 순도 높은 피아노가 표현의 주도권을 쥐고 2중주를 진행시키며 아르투르 그뤼미오는 그 아름다움과 풍만한 표정을 억제하면서 하스킾의 피아노에 맞추기 위해 청초하게 연주하기 때문에 다시없는 앙상블을 이룩하고 있다. K. 304는 이 둘이 연주한 레코드 중에서도 특히 뛰어난 명연으로 손꼽힌다.

클라라 하스킬이 남긴 레코드는 모두 모노럴 녹음이지만, 위의 <소나타집>과 <협주곡집>은 유일한 스테레오 녹음이라는 것도 덧붙여 둔다.

글 출처 : 안동림의 '이 한장의 명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