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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작교 2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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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년부터 루치아노 파바로티(Luciano Pavarotti)는 자신의 고향 이탈리아 모데나에서 가진 자선 공연 'The Pavarotti & Friends'를 통해 브라이언 아담스(Bryan Adams), 마이클 볼튼(Michael Bolton), 스팅(Sting), 라이오넬 리치(Lionel Richie) 등의 대중가수들과 자신의 영역을 파괴하고 다른 영역과의 만남을 시도한다. 각자 자신의 노래를 부르는 정도였지만 이후 성악 부분에서 팝의 대중성과 오페라의 예술성을 결합한 팝페라가 부각되기 시작한다.

 

팝페라란 용어는 <워싱턴 포스트>지가 팝과 오페라의 결합이라는 뜻으로 처음 개념화하면서 인구에 회자되기 시작했다.

구체적으로는 오페라 가수가 오페라 곡을 대중에게 친숙한 팝스타일로 편곡해서 부르는 형태 혹은 오페라 가수가 팝을 부르는 형태를 가리킨다. 한마디로 고급예술의 한계를 대중예술의 친근함으로 극복해 훨씬 더 강한 설득력을 찾으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스코어, 그 의도는 적중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통적 성악 발성에 팝의 색깔을 입혀 대중음악 팬과 클래식 음악 팬들을 동시에 수확하며 전 세계적으로 커다란 인기를 얻고 있다. 다른 일반적 정통 클래식 앨범에 비해서는 대여섯 배의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을 정도이며 팝페라를 달고나오는 가수들도 쏟아지고 있다.

 

 그 중 몇몇 유명세를 얻은 가수의 경우는 신드롬의 상황.

 

이미 용어에 팝이 붙었듯 팝페라의 '팝적 성향'은 다음과 같은 사실 하나로 충분히 알 수 있다.

오페라의 경우 고전적 악기로 편성된 연주 외에 마이크조차도 불허할 정도로 음향 장비를 사용하지 않지만 팝페라의 경우 대중적 접근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음향장비를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라 브라이트만(Sarah Brightman)의 'Anytime anywhere', 아일랜드 출신 신예 팝페라 가수 케이 린치(Kay Lynch)의 데뷔앨범, 러시아의 신예 이프게냐(Evgenia)의 <Evgenia> 등이 그 증좌가 될 것이다.

 

상기한 것처럼 팝페라 가수의 약진은 놀랍다. 세계적으로 팬 층을 확보하며 팝페라 역사의 시작을 알린 사라 브라이트만(Sarah Brightman)이 1997년에 발표한 앨범 <Time To Say Goodbye>는 세계적으로 1000만장의 가공할 판매그래프를 그렸다. 그로 인해 팝페라는 단숨에 독자적 장르로 격상되었다. 올 2003년에 발표한 앨범 <Harem>은 아라비안 나이트를 앨범 컨셉트로 설정하고 체코의 프라하, 이집트의 카이로 등지의 오케스트라와 작업하면서 장르의 벽을 한층 무의미한 존재로 전락시켰다.

 

판매량으로 따지면 이탈리아의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Andrea Bocelli)도 뒤지지 않는다.

사라 브라이트만과 호흡을 고른 'Time to say goodbye'와 국내 오락 프로그램 '결혼할까요'에 삽입된 'Mai piu' cosi' lontano'로 국내에 지지 기반을 형성한 그는 <Romanza>(1997)를 출시해 국제적인 성공을 거둔 후 팝적인 색채가 농후한 <Sogno(난 꿈을 꾸네)>(1999)를 빌보드 팝 차트 5위 안에 진입시켰다. 암울한 음반 시장에서 예외적으로 판매량이 꾸준하게 상승, 레코드회사에게 효자 노릇을 하고 있는 셈이다.

 

팝페라 음반의 수요가 급증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상대적으로 고급문화라는 클래식의 요소 덕분에 '격조'를 잃지 않는 가운데 팝이 주는 '친화력'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수요자 입장에서는 '쉬우면서도 폼이 나는' 것이다. 팝의 편곡과 노래 부르기가 투입되어 '쉽고' 클래식의 분위기가 버티고 있어 '우아한' 것이다. 불편하지 않은 동거를 넘어 성공적 크로스오버이다. 게다가 이 시대의 '멀티 감수성'에도 맞는다.

 

계속 배출되고 있는 후진 팝페라 스타들의 음악에서도 크로스오버 메커니즘은 여전히 시도되고 있다. 프랑스의 신예 소프라노 엠마 샤플린(Emma Shapplin)은 본격적으로 팝페라 음반을 제작하기 전에 친구들과 조직한 록 밴드의 보컬을 경험했다. <Carmine Meo>(1998)의 'Favola Breve'의 신서사이저는 다른 소프라노들과 다른 경험을 했던 그녀의 음악이 전통에만 머물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지(Izzy)도 사라 맥라클란(Sarah McLachlan)과 피터 가브리엘(Peter Gabriel)의 음악에 관심을 표명하며 팝과의 접목을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다. 그녀는 <Asocolta>(2001), <New Dawn>(2002)를 통해 과거의 클래식에 현세의 영혼을 불어넣는 작업을 하고 있다. 친숙하게 접근하고자 편곡에 있어 현대적 뉘앙스를 가미하고 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팝페라의 수용 층이 폭넓게 확산되었다는 사실은 어린 팝페라 가수의 잇단 출현이 증명한다. 1998년 12살의 나이에 클래식에 입문한 영국의 샬롯 처치(Charlotte Church)가 그렇고, 우리의 어린 소년 임형주를 빼놓을 수 없다.

 

샬롯 처치의 <Prelude The Best Of Charlotte Church>(2002)는 팝 발라드 'It's the heart that matters most'와 사이먼 앤 가펑클(Simon & Garfunkel)의 'Bridge over troubled water' 등을 담았으며 임형주의 앨범 <Sally Garden>에는 비틀스의 명곡 'Here there and everywhere' 등 널리 알려진 팝송이 여러 곡 포함되어있다. 팝 팬들이 들어도 전혀 무리가 없다. 이 앨범은 국내에서 20만장 이상이 팔려나갔다. 성악적 발성과 팝의 크로스오버가 음반시장의 강자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통 성악가 조수미도 그 트렌드를 수용했다.

<Only Love>(2000)를 통해 팝페라를 시도하여 80만장이 넘는 판매고를 기록했던 것이다. 조수미는 MBC 드라마 '허준'에서는 실험적 사운드를 담아낸 '불인명곡'을 불러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켰으며, 컴필레이션 앨범 <명성황후(The Lost Empire)>(2001)의 '나 가거든(If I leave)'에서는 팝적인 보컬을 선보이는 등 정통의 파괴에 앞장섰다.

 

이처럼 팝페라는 클래식의 대중적 확산에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남성 아티스트들도 인기 면에서 여성 아티스트들에게 뒤지지 않으며 근래의 문화적 키워드가 되는데 한 몫 하고 있다. 오십 여 편의 오페라 경험이 있었던 알렉산드로 사피나(Alessandro Safina)는 팝, 칸초네와 오페라를 현대적 스타일로 결합시킨 음악으로 성공을 거두었으며 잘생긴 외모까지 결합하여 여성 팬들의 지지를 얻어냈다.

 

민중의 테너(People's Tenor)라는 영예로운 타이틀을 얻은 러셀 왓슨(Russell Watson)은 팝페라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 영국의 철강공장 근로자 출신이란 점이 눈길을 끄는 러셀 왓슨은 성악 교육을 받은 적도 없으면서 <The Voice>(2000)란 작품을 내놓아 충격을 던졌다. 그의 출신은 시사하는 바 크다. 엄격한 교육과정을 통해 클래식에 입문할 수 있었던 지금까지의 상황에 '개방성'을 시범한 것이다. 이것은 대중성을 피력하는 팝페라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아닐까.

 

이 외에도 조쉬 그로반(Josh Groban)의 셀프 타이틀 데뷔 앨범(2001)은 데이비드 포스터(David Foster)가 프로듀스를 담당해 대중적인 요소를 더했으며, 유럽 지역을 중심으로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는 그리스의 테너 마리오 프랑골리스(Mario Frangoulis)는 <Somtimes I Dream>(2002)의 'Vincero Perdero' 등 클래시컬한 발라드 성향을 드러낸다. 현재 트렌드에 맞는 편곡으로 짜여진 앨범으로 팝페라의 기류에 합승하려 하고 있다.

 

가히 신드롬이라 할만한 팝페라의 인기는 대중의 기호가 옮겨감을 의미할 뿐 아니라 30대 이상의 세대가 그동안 음악으로부터 받았던 소외에 대한 어느 정도 보상을 받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소란스러운 음악을 피하고 차분하고 서정적인 음악을 찾는 세대에게 가뭄 속의 단비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거기에는 10대 위주 음반 시장의 한계를 30대 이상까지 확대해 나갈 수 있는 가능성도 움트고 있다.

안드레아 보첼리, 사라 브라이트만 등에 의해 갓 태어난 팝페라는 단숨에 큰 음악으로 성장했다.

 

국내에서도 조수미 임형주가 분발하면서 대중화로 발걸음이 바쁘다. 중, 고등학교 음악 시간 내내 듣고 배웠던 모차르트와 베토벤도 넘지 못했던 대중 진입의 경계선을 안드레아 보첼리, 사라 브라이트만, 조수미 등 팝페라 스타들은 훌쩍 건넌 셈이다. 자칫 지루해지는 그래서 대중의 외면을 받기 쉬운 클래식 영역이 대중에게 다가설 수 있는 대안의 장르라는 측면에서 팝페라의 자리는 이미 공고해졌다.

글 출처 : 다음카페 라디오 3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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