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100년 악기 100년 - 색소폰 5
재즈 100년 악기 100년 - 색소폰 5
"앞으로 내가 할 일도 알 수 없고, 재즈가 어디로 갈 것인가는 더욱 알 수 없다. 나는 3년쯤 전에 1958년을 기점으로 재즈가 완전히 나이트클럽을 탈출했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마치 클래식에서와 같은 존엄성을 갖추고 재즈가 무대 위에 서는 모습을 보고 싶다. 지금 재즈에 필요한 것은 리듬과 오리지널리티에 좀더 중심을 두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오랫동안 재즈를 들어왔고 새로운 것을 해보려는 좋은 뮤지션이 필수적이다. 뮤지션에게 주어진 사회적 위치는 물론 별로 좋지 않지만 그것은 어쩔 수 없다고 본다. 성공한다 해도 아주 천천히 이루어진다. 그것마저도 점차 무너져 가고 있다. 음악이 지닌 힘 자체가 붕괴되고 있다. 만약 변하지 않는다면 유일한 열쇠는 새로운 재능, 즉 젊은 뮤지션들이다. 그들을 통해 재즈 안에 잠들어 있는 막강한 힘을 미국이 깨닫기를 바랄 뿐이다." -소니 롤린스-
새로운 세력의 등장
소니 롤린스의 말처럼 신진 세력의 등장은 무서운 속도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지만 색소폰계에 있어서는 그다지 큰 역량을 발휘하는 연주인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상하게도 관악 파트의 인기가 시들어 트럼펫이나 색소폰계 연주인들의 등장이 멈춘 것처럼 여겨진 것이다. 신주류의 퓨전이 큰 인기를 얻고 있던 시대적인 배경 때문인지 전자 악기 쪽으로 많은 연주인들이 배출되어 다양한 사운드를 펼쳐 주었다. 이러한 시기에 다행히도 걸출한 테너 색소포니스트인 그로버 워싱턴 주니어가 등장해 새로운 재즈 세상을 예고한다.
팝적인 재즈 스타일의 대두
새로운 재즈란 기존에 연주되던 밥, 혹은 난해한 프레이즈로 세상을 어지럽히던 프리 재즈가 아닌 팝 적인 성향을 가진 재즈를 말하는 것이다. 즉 누구나 쉽게 공감 할 수 있는 대중적인 재즈를 선보이기 시작했는데 그러한 선구자격인 인물이 바로 그로버 워싱턴 주니어다.
퓨전 사운드를 이끌다
원래 블루스 밴드에서 색소폰을 담당했던 데이빗 샌본은 알버트 킹, 폴 버터필드 블루스 밴드, 스티비 원더, 제임스 테일러, 데이빗 보위, 제임스 브라운, 이글스 등의 앨범 작업에 참여하면서 명성을 쌓기 시작해 재즈로 돌아선 인물이다. 그의 알토 사운드는 일단 힘이 넘치고 다양한 프레이즈 위에 멜로디를 넣는 형식의 세련된 연주로 큰 인기를 얻었다. 퓨전이라는 이름 하에 발매되는 그의 앨범들은 큰 성공을 거두었고 급기야 1981년도에 발표된 앨범 [Voyeur]가 그래미를 수상하는 영광을 얻었다.
이 시기 재즈계에는 또 다른 테너 색소포니스트가 등장해 그로버 워싱턴을 바짝 긴장시켰는데, 그 주인공은 마이클 브렉커이다. 마이클 브렉커는 테너, 알토, 소프라노 등을 이용한 다양한 연주와 자신만의 독특한 톤 컬러로 정면 승부를 던져 팬 층을 확보하기 시작했다. 바람소리에 실려 유유 적적 흐르는 싯 구절처럼 여유로운 마이클 브랙커의 연주는 마이클 브렉커의 형인 퓨전계의 신사 랜디 브렉커의 트럼펫과 함께 록 적인 요소가 풍성한 퓨전을 들고 1975년 성공적인 데뷔를 한다.
이후 몇 년간 다양한 시도를 보이며 퓨전을 고집하던 이들은 서로 각자의 길을 택하고 헤어져 솔로 앨범들을 발표하면서 트럼펫계와 색소폰계를 이끌며 연주를 펼쳤다. 마이클 브렉커는 1995년 [Impression]으로 그래미 최우수 솔로 연주부문을 수상하면서 최고의 연주인으로 등극하게 되었다.
신전통주의로 향하는 80년대
80년대에 들어와 재즈계에서는 50년대의 재즈를 재현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 일선에서는 트럼페터 윈튼 마살리스가 주도적인 역할을 했으나 그 역시 혼자의 힘으로는 역부족이었다. 윈튼의 형인 브랜포드 마살리스는 1981년 아트 블래이키 재즈 메신저스에 가입하면서 다양한 관악기를 혼자 연주하는 뛰어난 플레이를 선보였다. 재즈와 팝을 넘나드는 연주력을 과시하며 다양한 앨범에 자신의 이름을 남긴 브랜포드 마살리스는 80년대 중반 팝 스타 스팅의 앨범에 참여한 이후 90년대에 들어와 벅 샷 르퐁크를 결성, 팝과 록의 세계를 넘나드는 실험정신과 새로운 세계로의 도전을 끊임없이 펼쳐 보이고 있다.
이렇게 실험정신이 충만한 사운드가 재즈계 전반을 이끌고 있을 때 명문 하버드 대학을 졸업한 조슈아 레드맨이 등장해 50년대 재즈 사운드를 재현하였다. 조슈아는 1969년생으로 소니 롤린스와 덱스터 고든 등에게 영향을 받아 그들의 연주를 답습하며 풍만한 사운드와 블로윙을 선보였다. 특히 조슈아의 특기인 비브라토는 80년대 이후 최고의 연주로 평가받고 있다.
영화 [캔사스 시티]에서 레스터 영으로 분한 조슈아 레드맨은 색소포니스트 제임스 카터와 함께 불꽃 튀는 배틀을 선보이면서 연주력을 뽐내고 있다. 진 아몬스의 펑키한 연주에 영향을 받은 제임스 카터 역시 1969년 생으로, 흐르는 물 위의 떠다니는 종이배 같은 조슈아와는 달리 톡톡 튀는 연주를 들려준다. 1993년 자신의 리더 작인 [JC On The Set]를 발표해 평론가들과 다운 비트지로부터 최고 점수인 별 다섯을 획득한 후 이듬해인 1994년에는 [Jurassic Classics]를 발표해 고전을 연주해내는 특출함까지 선보였다. 빌리 스트레이혼과 소니 롤린스, 델로니우스 몽크, 존 콜트레인, 클리포드 브라운 등의 곡을 연주한 이 앨범 역시 별 다섯을 획득했다.
그리고 또 다른 신진 세력들
조슈아 레드맨과 제임스 카터의 선배 격인 1965년생의 제시 데이비스는 재즈의 본 고장인 뉴 올리언즈에서 태어나 캐논벌 애덜리의 영향을 받은 색소포니스트로 역시 펑키한 연주가 일품이다. 제시 데이비스는 Northeastern Illinois University에서 재즈를 공부한 뒤 시카고로 옮겨와 프로 연주인으로 데뷔했다.
초기의 연주에서는 그가 자라면서 듣고 배운 일리노잇 자캣의 연주를 그대로 계승, 발전 시켰으나 점점 캐논벌 애덜리 스타일의 펑키 계열로 돌아섰다. 자신의 연주력을 인정받은 제시 데이비스는 재즈를 공부하던 어린 시절을 함께 보냈던 일리노잇 자캣 밴드에 오디션을 본 뒤 당당히 합격해 더욱 폭넓은 경력을 쌓아 나간 후 자신의 특기인 힘있는 연주를 바탕으로 다양한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
조 로바노는 1952년 생으로 늦은 나이에 재즈 신에 뛰어든 연주인이다. 소울 & 리듬 & 블루스 밴드에서 활약하다가 재즈로 전향한 연주인인만큼 늘 블루스 적인 풍성함을 갖고 있다. 그의 소울 풀한 연주 안의 스윙은 이 시대를 이끌고 있는 젊은 연주인들에게 좋은 귀감이 되고 있으며 현재 재즈 레이블의 메카인 블루노트에서 가장 큰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데이브 코즈는 국내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연주인이다. 특히 라이브에서 그 진가를 드러내는데 기존의 재즈 연주인들의 틀을 깬 (무대 위를 뛰어다니고 끊이지 않는 몸 동작으로 춤추듯 연주한다) 무대 매너를 보여 주는 등 자신의 색깔을 분명히 하는 퓨전 뮤지션이다.
앞서 언급한 제시 데이비스, 조슈아 레드맨, 제임스 카터 등의 활약으로 인해 현재의 재즈계는 또 다시 50년대로 회귀(回歸)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이들의 연주력과 노력은 충분한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지금까지 색소폰으로 살펴보는 재즈의 흐름을 살펴보았으나 연주인 소개에 있어 빠트린 인물도 상당수일 것이다. 너무도 많은 연주인들이 지배하는 재즈에서의 색소폰이기 때문에 양해를 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