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곡(序曲, Overture)

 

기악곡 중에서 서곡과 전주곡(Prelude)도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비교적 대중이 이해하기 쉬울 뿐 아니라 매우 친근감이 드는 음악이다.

 

서곡에는 보통 2개의 종류가 있는데, 본래는 오페라(Opera), 오라토리오(Oratorio), 모음곡(Suite), 규모가 큰 악곡이 시작될 때 연주하는 도입(Introduction)의 역할을 하는 기악곡을 말한다. 다른 하나는 근대에 이르러 연주회용으로 독립된 성격을 가진 서곡도 많이 있다.

 

서곡은 물론 오케스트라로 연주하는데, 이것은 오페라의 탄생과 더불어 발전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오페라의 탄생이 1597년인데, 17세기 초까지도 서곡을 생기지 않았었다. 1607년에 몬테베르디가 쓴 오페라 오르페오, Orfeo에 나오는 트롬본과 오르간의 토카타(Toccata)가 가장 오래된 서곡으로 간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은 축제 음악적인 짧은 기악의 도입을 가진 작품 정도로 취급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오페라의 서곡으로서 가장 오랜 예는 1632년 로마 악파의 작곡가 스테파노 란디(Stefano Landi)일 산 알레시오에 나오는 칸초나풍의 서곡이다.

 

뒤이어 몬테베르디의 제자인 베네치아의 오페라 작곡가 카발리(F. Cavali)1649년에 만든 지아소네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것은 2박자의 느린 템포로 시작하여 3박자의 바른 템포로 연주하는 2개의 부분으로 된 서곡이었다. 한편 프랑스의 륄리가 1658년에 쓴 작품에서 프랑스풍의 서곡을 볼 수 있다.

 

그것은 느리게 빠르게 느리게의 3개 부분으로 되어 있는데, 이 스타일은 바로크 음악 말기까지 즐겨 사용되었다. 이 형식의 서곡은 오페라보다도 모음곡의 서곡으로 오래 지속되었다.

 

예컨대 바흐가 쓴 4개의 관현악 모음곡도 이 서곡 형식을 취한 것이다. 그와는 달리 17세기 말경 이탈리아의 스카를라티는 그의 작품 Dalmalo I Pene에서 보인 바와 같이 빠르게 느리게 빠르게의 3개 구조로 된 서곡을 작곡하였다. 이와 같은 종류의 이탈리아풍 서곡을 신포니아(Sinfonia)라고 불렀다.

 

스카를라티의 이탈리아풍 서곡은 마침내 고전파 시대에 이르러 교향곡으로서 발전할 수 있는 중요한 모태가 되었다. 한편 프랑스의 륄리가 창안해 낸 프랑스풍의 서곡은 바로크 음악이 쇠퇴해진 1750년경에 사라져 버렸다.

 

18세기 후반 고전파 시대에 이르러 이탈리아풍 서곡에서 발전하여, 오페라에 있어서나 오라토리오의 서곡 등은 모두 소나타 형식을 채용했으며 따라서 오페라의 줄거리를 암시하는 데까지 생각해 냈다.

 

오페라에서는 주요한 장면의 음악적인 소재를 넣어 서곡을 만들었으며 극적인 내용을 팬들에게 암시하는 역할까지 했던 것이다. 그런 예는 오라토리오 천지창조를 비롯하여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지오반니, 베토벤의 오페라 피델리오를 위해서 작곡된 레오노레(Leonore) 서곡, 베버의 오페라 마탄의 사수등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전주곡(前奏曲, Prelude)

 

19세기 낭만파 시대가 되자 바그너는 악극(樂劇)에서 새로운 전형을 창안해 냈다. 지금가지 즐겨 사용하던 기악적인 소나타 형식을 버리고 오페라의 최초의 정경을 이끌어 들이는 전주곡으로 변화시켰던 것이다.

 

그는 지금까지의 서곡이 오페라 또는 악극 중의 여러 테마를 접속 통합시켜 일정한 형식 밑에 극의 진행을 암시했던 것을 파기했다. 예컨대 그의 작품 로엔그린에서는 어떤 하나의 중요한 테마만을 강조하여 그것으로써 전주곡 전체를 정리하여 만들었던 것이다. 서곡이란 명칭을 폐기하고 전주곡을 쓴 경향은 바그너 이후의 중요한 작곡가, 베르디와 비제, 푸치니 등에서도 그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한편 19세기 프랑스의 그랜드 오페라와 오페레타에서는, 서곡은 대체로 그 중에서 명곡을 따서 편곡을 한 것과 같은 포 푸리(Pot-Pourri) 형식을 채택하였다. 말하자면 오페라 중에 나오는 중요한 멜로디를 따서 그것을 접속시켜 서곡을 만드는 방법인 것이다.

 

이는 또한 가장 안이한 방법으로써 오페라의 내용을 서곡에 미리 암시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서곡은 롯시니와 오베르, 마이어베어, 주페 등의 작품에서 볼 수 있다.

 

예컨대 베토벤의 에그몬트서곡이나 멘델스존의 한여름 밤의 꿈이 서곡 등 많이 있는데, 그것은 본래 무대극의 반주 음악으로 썼기 때문에 연주회용 악곡으로서의 단독 서곡은 아니다. 아무튼 서곡은 일반 대중들에게 크게 환영을 받고 잇기 때문에 순수한 심포니 연주회에서도 뺄 수 없는 레퍼토리로 되어 있다.

 

전주곡은 물론 기악곡에 속하는데, 이 또한 시대의 흐름에 따라 그 양상이 변모해 갔다. 본래는 종교적인 또는 세속적인 음악 작품에 있어서 처음 시작하는 도입의 역할을 하는 악곡으로서 퍽이나 자유로운 것이었다.

 

한편 푸가와 모음곡을 유도하는 역할을 하기 위해 한곡 또는 수곡 앞에 배치된 첫머리의 악곡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전주곡의 기원은 15세기 중엽에서 16세기에 걸쳐 건반악기 혹은 류트(Liuto)라는 발현악기(줄을 퉁겨서 내는 악기)를 위해 쓴 작품에서 볼 수 있다.

 

16세기 말경에 영국의 작곡가 윌리엄 버어드와 존 불은 건반이 붙은 발현악기인 버어지널(Virginal) 주자와 기교를 살리기 위해 전주곡을 많이 작곡하였다. 1650, 17세기 경부터는 전주곡을 다른 특정한 악곡과 결부시켜 작곡하게 되었다.

 

무도 모음곡의 첫머리의 악곡으로서 무곡 형식이 아닌 형태의 전주곡이 나타났던 것이다. 다시 말하면 모음곡, 나아가서는 모음곡풍의 악곡이 첫머리에 두어 도입적인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프랑스의 저명한 오르가니스트 겸 작곡가인 쿠프랭의 모음곡의 전주곡에서는 자유로운 리듬의 특색을 볼 수 있다. 그리고 헨델이 쓴 모음곡의 전주곡은 자유로운 것에다 즉흥적인 양식을 가미시켰다고 하겠다. 그런데 전주곡으로서 확고한 구조를 마련해 크게 공헌한 사람은 바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특히 이것을 푸가와 결부시켰는데, 바흐는 전주곡과 푸가를 극히 예술적인 것으로 만들었다.

 

그의 클라브생(Clavecin)과 오르간을 위한 전주곡은 실로 다채로운 양상을 보인 작품들이다. 그의 유명한 평균율 클라비어곡집1, 2권 중에 나오는 전주곡을 보면 모방 양식을 취하지 않은 전주곡과 모방 양식에 의한 전주곡, 그리고 서정적인 아리아를 구가하는 것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그리고 화성적인 양식의 시대에 이르러서는 오페라와 악극 등에서 도입적인 악곡으로서 전주곡이 사용되었는데, 이것은 오케스트라로 연주되었다.

 

19세기 이후의 전주곡의 저명한 작곡가로서는 우선 쇼팽을 들 수 잇을 것이다. 그는 자유로운 형식을 사용하여 독자적인 독립된 소품으로 작곡했다. 따라서 이를 모음곡으로 하여 형식에 있어서나 내용에 있어서 수준 높은 음악을 창안했던 것이다.

 

쇼팽이 1838-1839년 사이에 작곡한 24곡의 전주곡 op.28은 모두 그 성격이나 형식이 일정하지 않은 작품들이다. 그의 절묘한 기교가 구사되었을 뿐만 아니라 각양각색의 시적인 정취가 풍기는 일품들이다.

 

이는 쇼팽의 아름다운 시정과 강한 정열, 요염한 정서가 깃들어 있다고 하겠으며, 그것은 어떤 기분 또는 감정 상태로 이끌어 들이는 음악이라고 하겠다. 러시아의 작곡가 스크리아빈은 85곡이나 되는 전주곡을 작곡하였다.

 

한편 프랑스의 인상주의 음악의 창시자인 드뷔시는 그의 최대의 걸작인 2집으로 된 24개의 전주곡을 작곡하였다. 드뷔시의 전주곡은 재래에 속하는 의미의 전주곡이 아니다. 한마디로 시적(詩的)이라 함이 타당할 것이다.

 

그 점에 있어서 리스트가 창안한 프렐류드(Prelude), 말하자면 음화(音畵)랄까, 음시(音詩) 적인 작품과 일맥상통한다고 하겠다.

 

1910년은 드뷔시에게 있어서 그야말로 가장 성숙한 시기인데, 전주곡들은 모두 감상적인 인상이랄까, 정밀한 시감(詩感), 나아가서는 그 분위기를 살린 일품들이다. 드뷔시는 피아노 음악을 위해 전주곡이란 새로운 형식을 창안해 냈다. 사실 그는 이 작품으로써 피아노가 가진 미지의 음의 세계를 발견했다는 것이다. 그것은 쇼팽과 리스트의 피아노곡에 부여도니 피아노의 개념을 완전히 깨뜨린 것이라고 하겠다.

 

리스트는 교향시 12곡 중에서 제3번을 교향시 전주곡이라고 했다. 이 작품은 19세기 초 프랑스의 시인 라마르틴이 쓴 시적인 명상이라는 글에 나오는 짧은 문장을 음악으로 표현한 것이다.

 

사람이란 죽음에 의해 그 엄숙한 첫소리를 내는데, 이 곡은 그 미지의 노래로 연결된 전주곡이 아니고 무엇이랴, 사랑이란 모든 사람에게 아름다운 꿈은 사라지고 뇌성은 마음의 성전을 불살라 버리며 그의 기쁨은 파괴당하고 마는 것이다. 이를 잊으려고 그들은 생활 속에서 평화를 희구한다. 그러나 사람이란 자연의 평화에만 잠겨 행복을 오래 맛보려 하지 않는다. 위급한 소식을 전하는 나팔 소리를 들으면 그의 싸움터에 뛰어 들어가 자기의 힘을 시험하는 것으로써 다시금 자신을 회복한다……등의 내용의 시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다.

 

따라서 이 작품은 어떤 구체적인 것에 대한 음악상의 전주곡은 아니며 2개의 테마에 의한 변주곡의 자유로운 형식을 취하여 쓴 작품이다. 아무튼 전주곡은 다른 작품의 양식과 같이 시대가 변천함에 따라 많은 변화를 보이면서 오늘에 이른 것이라고 하겠다.

 

위에서 언급한 전주곡의 양상을 단적으로 요약한다면 대략 다음과 같은 4개의 종류로 구별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17세기 경에 무용 모음곡의 첫머리에 쓴 규모가 작은 서곡이며,

 

둘째는 바흐의 전주곡 같이 푸가의 앞에 예비적으로 둔 작은 형식의 전주곡이다.

 

셋째는 바그너가 오페라의 시기를 지나 악극을 창안해 냈을 때, 악극의 각 막 전에 두어 다음에 개막되는 극적인 효과를

         높이기 위해 쓴 전주곡이다.

 

넷째는 쇼팽과 드뷔시 등이 창안해 낸 자유로운 형식을 취해 쓴 전주곡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전주곡이란 어떤 악곡의 첫머리에 연주한다는 뜻의 한계를 넘어 아주 세련된 고급 예술로서 우리는 음미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위에서 언급한 서곡의 경우도 그대로 적용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