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레니 카라인드루(Eleni Karaindrou)

 

엘레니 카라인드루는 그리스 중부의 작은 산골 마을 테이치오(Teichio)에서 태어나 자연의 소리를 들으면서 성장했다.


그녀가 18세였을 때 가족과 함께 아테네로 옮겨가서 그곳의 헬레니콘 오디온(Hellenikon Odion)에서 피아노와 음악이론을 공부했다.

 

1969년 군사 쿠테타는 그녀를 파리로 내몰았고, 그곳에서 그녀는 1974년까지 민족음악학(ethnomusicology)을 공부했다. 거기에서 그녀는 재즈 음악가들과 연주하기도 했으며, 그리스의 유명 가수들을 위한 팝송의 작곡가로서의 경력도 쌓아갔다.


그 후, 그리스로 돌아와서 ORA 센트럴 센터에 전통 악기 연구소를 설립했다. 그 이후로 그녀는 그리스의 음악적 자산에 대한 정열적인 옹호자였다. 카라인드루는 영화와 무대를 위한 작곡의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1974년 그녀는 영화 음악을 작곡하기 시작했으며, 1982년에는 테살로니카 영화제 기간에 테오 앙겔로풀로스 감독의 초대로 그의 영화 <키티라 섬으로의 여행>을 위한 음악을 쓰게 된다.


그 이후 엘레니 카라인드루는 테오 앙겔로풀로스 감독과 협력하고 있다. 현재까지 약 18편의 영화와 13편의 연극 그리고 10편의 텔레비전 시리즈에 그녀의 음악이 등장했다.


그리스 감독들과의 작업이 주류를 이루지만, 그녀는 크리스 마커(Chris Marker), 줄 다셍(Jules Dassin) 그리고 마르가레테 폰 트로타(Margarethe von Trotta) 등과도 공동작업을 했다.

 

클래식과 재즈 그리고 발칸의 음악의 균형 속에서 엘레니 카라인드루는 하나의 단순한 테마로 시작해서 정교한 음향의 모자이크로 확장되는 곡들을 내놓았다.


만화경처럼 펼쳐지는 그녀의 음향은 비잔틴 성가와 발칸의 민속음악, 특히 그리스, 세르비아, 그리고 불가리아의 민속 음악에 영향을 받았다. 그러나 그녀의 음악에는 에냐(Enya) 스타일의 뉴 에이지 음악의 흔적도 발견할 수 있다.

그녀의 음악적 주제들은 어떨 때는 가냘프기도 어떨 때는 풍부하기도 한 멜로디의 연속을 통해 천천히 흘러간다.
음악의 전파에는 항상 고통받는 시적인 영혼을 지닌 예술가들이 있기 마련이다. 위대한 비올라 연주자 킴 카쉬카쉬안(Kim Kashkashian)이나 슈투트가르트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같은 유명한 오케스트라들이 그녀의 음악을 연주해 왔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을 항상 팝 뮤직의 작곡가로 생각하고 있다. "나는 사람들이 아테네 거리에서 의 왈츠를 노래하는 걸 듣고 싶습니다." 이 곡은 또한 배우 마르첼로 마스트로이안니(Marcello Mastroianni)가 좋아하는 음악이기도 했다. "한번은 그가 이 곡을 밤새 연주해주길 부탁했습니다. 매번 연주가 끝날 때마다 그가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이렇게 부탁했죠. '제발, 엘레니, 한번 만 더!'"

 

카라인드루의 음악으로 듣는 앙겔로풀로스의 영화

 

[앙겔로풀로스(Theodoros Angelopoulos, 1935. 4. 27) 감독의 영화 "영원과 하루"의 한 장면]

 

"엘레니 카라인드루의 음악은 영상들에 동반되는 것이 아니라 영상들을 관통하면서 영상들의 분리불가능한 일부를 구성한다. 나는 말하고 싶다,
그녀의 음악은 영화의 '생기'라 불릴 수 있는 부분을 떠맡고 있다고. 결국 내 영화와 그녀의 음악은 정교히 얽혀 있어 떼어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나는 엘레니야말로 세계에 현존하는 가장 위대한 영화 음악가 중 한 사람이라고 믿는다."
- 테오 앙겔로풀로스

 

<율리시즈의 시선>, <트로이 여인들>, 그리고 <영원과 하루> 등 엘레니 카라인드루의 많은 ECM 레코딩들은 비평가들의 최고 추천대상이었을 뿐만 아니라 베스트셀러로 자리를 굳건히 해오고 있다.


<타임 매거진>은 엘레니 카라인드루를 "그리스에서 가장 짙은 호소력을 간직한 생존 작곡가"라고 평했다.

 

최근작 <울부짖는 초원>에 이르기까지 20여년 동안 7편의 영화에서 함께 작업해온 그리스의 테오 앙겔로풀로스 감독은 그녀의 음악은 영화에 단순한 동반물 이상이라며, 그녀를 "현존하는 가장 위대한 영화 음악가 중 한 사람"이라고 극찬했다.


의심할 여지없이 카라인드루의 음악은 그녀가 맡은 영화의 정서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에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녀의 작품들의 음악적 힘은 영화와 독립해서도 빛을 발한다.


그녀의 앨범들 각자는 음악 자체로서도 정당한 평가를 받을 것을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요컨데 그녀는 위대한 영화 음악 작곡가이면서, 또한 이것 이상이다. 즉, 앙겔로풀로스의 영화를 즐기기 위해서는 우리는 반드시 그녀의 음악을 들어야 하지만, 우리가 그녀의 음악을 즐기기 위해서 앙겔로풀로스의 영화를 꼭 보아야만 한다는 것은 아니다.

 

테오 앙겔로풀로스 감독의 영화들에 등장하는 많은 인물들은 자신들을 위한 자유(freedom)를 발견하고 이를 정의하기 위해 투쟁한다면, 이 영화들을 위한 카라인드루의 음악들은 좀더 많은 자유(liberty)를 항상 간직하고 있다.
이 점이 앙겔로풀로스와 카라인드루의 20여년 이상의 협동작업을 설명해주는 이유 중에 하나일 것이다.

 

엘레니 카라인드루는가 앙겔로풀로스와의 작업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오랜 세월동안 앙겔로풀로스와 함께 한 나의 여정은 '무언가 색다른 것'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나의 내면에서 그는 자신이 찾던 작곡가를 만났던 것 같아요. 그가 찾던 사람은 초시계를 손에 들고 스튜디오에 나와서 영화를 보며 음악을 만들어내는 이른바 잘 나가는 프로 영화음악 작곡가는 아니었습니다."

 

1982년 테살로니카 영화제에서 그들이 처음 조우했을 때, 그들은 이미 서로의 작품을 익히 알고 있었고, 공동작업이 나을 결과를 미리 예견할 수 있었다.

 

"나는 예술에서의 협력관계가 왜 본능이나 직감에 의존하는지를 잘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테오와 나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첫 만남 이후로 우리의 공동작업에는 지적 동질감이랄까, 공유되는 미적 지향점이 있었습니다."


이것은 자연적 조화였다.

 

"우리는 시나리오에 대해 서로 논의해본 적이 없어요. 앙겔로풀로스가 작업을 시작하면 나는 그에게 그의 의도를 묻습니다. 그가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얘기하는 방식 자체가 그의 시나리오를 읽는 것보다도 더 나에게 도움이 되죠. 나에게 영감을 불어넣어 주는 것은 그의 비전입니다."

 

20여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도 카라인드루는 그에 대한 믿음을 간직하고 있다.


"나는 앙겔로풀로스가 그리스의 역사를 통찰력을 있게 바라보는 사유를 지닌, 한 명의 시인이자 조국을 사랑하는 한 인간이라는 사실에 매료되었습니다. 이 점이 그의 관점을 초시간적으로 만든다고 봅니다.
또한 그가 우리의 실존에 관계된 질문들은 우리가 익히 아는 그리스를 배경으로 지혜롭고 강렬하게 펼쳐놓고, 이것들을 보편적 차원으로 사영시켜 모든 인간들에게 호소하는 그의 능력에도 매료되었습니다."

 

카라인드루와 앙겔로풀로스가 함께 한 영화들

1. Voyage to Cythera <키테라 섬으로의 여행>
2. The Beekeeper <비키퍼>
3. Landscape in the Mist <안개 속의 풍경>
4. The Suspended Step of the Stork <황새의 멈추어진 발걸음>
5. Ulysses' Gaze <율리시즈의 시선>
6. Eternity and a Day <영원과 하루>
7. The Weeping Meadow <울부짖는 초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