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몽환적인 사이키델릭 사운드와 강렬한 블루스 리바이벌 무브먼트 아래 '우리(We)'를 외치던 공동체의식은 1970년대 접어들면서 '나(Me)'를 중시하는 개인주의로 급속히 변화되었다. 불황에서 활황으로 경제 지표가 수직 상승한 것이 주요 요인이었다.

 

음악 스타일도 개인적인 주제를 다루는 차분한 노래들이 주류를 이끌었다. 제임스 테일러(James Taylor), 캐롤 킹(Carole King), 잭슨 브라운(Jackson Browne) 등의 싱어 송 라이터들이 잘 말해준다.

 

글램 록 역시 이러한 개인주의 분위기가 팽배한 가운데 탄생한 음악 스타일이다. 싱어 송 라이터가 미국을 중심으로 번져나간 반면에, 글램 록은 대서양을 건너 영국에서 태동하고 각광받았다.

 

이 장르는 개인주의적 경향들이 더욱 과도한 양상으로 흘러 시각적인 면과 이미지를 강조하는 흐름이다. 진한 메이크업, 화려한 의상, 성별이 모호한 중성적인 외모, 그리고 연극적인 무대 매너와 무대 장치 등으로 대중들의 시선을 대번에 사로잡는 것이 특징이다. 때문에 음악적인 면보다는 외형적인 부분이 많이 부각되는 장르라 할 수 있다.

 

티 렉스(T. Rex)의 마크 볼란(Mark Bolan)과 '카멜레온'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가 바로 글램 록을 세상에 데뷔시킨 인물들이다. 기타리스트 마크 볼란은 티 렉스와 함께 여성적인 관능미와 충격적인 분장을 트레이드마크로 내세워 많은 영국 젊은이들을 사로잡았다. 그룹의 스피커에서 울려 퍼지는 사운드도 괴기하고 현란했다. 1971년에 발표된 <Electric Warrior>가 대표적인 음반이다. 'Get it on', 'Bang a gong' 등의 히트곡들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마크 볼란은 1977년 자동차 사고로 생을 마감하며 화려한 마스크를 벗었다. 당시 그의 나이 겨우 30세였다.

 

데이비드는 현재까지도 글램 록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아티스트이다. 공상 과학적인 테마를 주제로 하는 그의 글램은 매우 자극적이고 쇼킹했다. 그는 자신의 페르소나인 지기 스타더스트(Ziggy Stardust)라는 가상의 인물을 창조하여 그 안에서 1970년대 초반을 살았다. 그는 남성인 동시에 여성이었고, 무명 가수인 동시에 슈퍼 스타였다. 1972년 글램 록의 위대한 마스터피스 <The Rise And Fall Of Ziggy Stardust And The Spiders From Mars>에 모든 것이 녹아 들어있다.

 

이들과 함께 당시 영국의 엘튼 존(Elton John), 퀸(Queen), 록시 뮤직(Roxy Music), 미국의 키스(Kiss), 앨리스 쿠퍼(Alice cooper) 등도 비주얼한 측면을 강조한 뮤지션들로 평가받고 있다.

 

마크 볼란과 데이비드 보위의 모습은 1970년대 후반 영국에서 솟아오른 펑크에서 재현되었다. 비록 이데올로기는 닮지 않았지만, 지기 스타더스트의 세례를 받고 자란 펑크 족들은 옷을 찢고 화장을 하고 비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뉴욕 돌스(New York Dolls), 텔레비전(Television) 같은 뉴욕의 펑크 밴드들도 마찬가지였다.

 

이후 글램의 영향력은 1980년대 전성기를 누린 팝 메탈로 옮겨갔다. 머틀리 크루(Motley Crue), 포이즌(Poison) 등이 긴 머리와 진한 메이크업 등의 외적인 요소를 앞세워 수많은 그루피들을 양산해냈다.

 

*글램 록은 글리터 록(Glitter Rock)이라고도 불린다. 글리터 록은 1970년대 초반 활동했던 록 뮤지션 게리 글리터(Gary Glitter)의 이름에서 따온 장르 명이라고 한다. 그는 연극적인 장치를 설치하여 화려하고 스케일이 큰 공연을 펼치는 인물로 유명하다. 글리터가 '현란하다'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음도 놓치지 말아야 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