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적인 면에 접근하기 앞서 고딕(Gothic)의 뜻을 살펴보면 '미개함, 야만의, 교양 없는'과 같은 의미를 담고 있다. 이것은 지난 3세기에서 5세기에 걸쳐 유럽에 존재했던 고스(Goth)족에 어원을 둔 말이다.

 

  중세에 들어서면 널리 알려진 '고딕양식'이 출현하는데 이것은 진부하고 유행에 뒤졌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12세기에서 16세기에 걸쳐 서유럽에서 널리 유행했던 이 건축양식은 끝이 뾰족한 첨두(오자이브)를 가진 아치형을 취했으며 노틀담대성당은 그 대표적인 건축물이다.

 

  고딕은 문학작품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19세기 낭만파 소설가 메리 쉘리(Mary Shelley)의 <프랑켄슈타인>, 브램 스토커(Bram Stocker)의 <드라큘라> 그리고 최근작으로는 앤 라이스(Anne Rice)의 <뱀파이어와의 인터뷰>(Interview with a Vampire)가 있다. 다 으스스하고 음산한 것들이다.

 

  음악에서 고딕이라는 용어는 조이 디비전(Joy Division)이라는 포스트펑크 시대 그룹을 통해 처음으로 쓰여졌다. 1978년 영국 BBC 방송에서 앤서니 H 윌슨(Anthony H Wilson)이 "조이 디비전의 음악은 주류 팝과 비교할 때 고딕적이다"고 말한 데서 비롯되었다.

 

  70년대 말에서 80년대 사이에 영국에서 시작된 고딕록(Gothic Rock) 은 특히 외모적인 면 에 있어서 다른 음악과는 크게 구분된다. 80년대 음악의 큰 물결을 이룬 화려한 뉴 웨이브(New Wave)와는 정반대로 고딕 록은 어두움의 세계를 지향한다. 음악적으로도 단조를 차용해서 낮은음과 느린 음을 강조하고 굵은 톤의 보컬과 전자악기의 사용으로 어두움과 광기를 표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가사 또한 중세 소설에 나오는 암흑의 정서를 통해 즐거움보다는 고통을, 현실보다는 초현실적 세계를 그리고 죽음을 찬양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구체적인 감상법으로 불을 끄고 검은 커튼을 치고 촛불만 켠 채 음악을 들어본다면 온몸으로 고딕음악의 전율과 공포를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70년대 펑크의 파동에 바통을 이어받아 등장한 고딕은 펑크의 영향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의 외부로 나타나는 분노에 반해 고딕은 그 분노를 자기학대로 표현해냈다는 점에서 완전히 분리된다.

 

  그 자학성은 외모에도 유감 없이 드러난다. 창백하리 만치 하얀 피부와 검정 색의 짙은 눈화장, 검붉은 자줏빛 입술, 검은 옷과 은 장신구로 '검은 미학'을 구현하는 것이다. 수지 앤 더 밴시스(Siouxsie & the Banshees)의 여성 수지 수와 큐어(Cure)의 로버트 스미스(Robert Smith)를 떠올린다면 이해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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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표적인 고딕밴드로는 고딕의 원형을 제시한 그룹으로 평가되는 바우하우스(Bauhaus), 시스터스 오브 머시(Sisters of Mercy), 수지 앤 더 밴쉬스(Siouxsie & the Banshees)가 있으며 스타일이 아닌 음악적인 측면에서는 조이 디비젼(Joy Division)이 고딕 대열에 속한다. 이들이 제시한 음악적인 혹은 비주얼한 장식들은 많은 밴드들에게 영향을 끼쳤고(큐어에서 마릴린 맨슨까지) 이후에 고딕 록은 고딕 메탈, 고딕 인더스트리얼, 고딕 앰비언트 같은 부류로 전파되면서 현재도 매니아들에게 맹위를 떨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