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주류 팝 음악계에 센세이션을 일으킨 음악은 빌보드 차트에서 장장 19주간 정상을 지킨 '크런크-비(Crunk & B)'라고 명명된 뉴 장르였다. 해외 매스컴을 통해 보도된 이 장르를 두고 음악 팬들은 “그게 뭐냐?”라고 의문을 품었지만, 실제로 사전적인 의미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아 한동안 궁금증을 자극시켰다.


쉽게 풀이하자면 크런크-비 스타일은 곡의 뿌리가 되는 코드 진행이 '원 코드 흐름'의 단순한 형식으로 반복적으로 전개된다. 거기에 찌르는 듯한 자극적인 최첨단 비트와 신시사이저나 클랩(Clap) 사운드를 폭넓게 응용한 트렌드 성향의 편곡이 가미된 패턴으로 드러난다.


다시 말해 크런크-비는 남부 힙합의 전형적인 파티 사운드가 기존의 R&B 음악과 교집합을 이룬 신종 힙합을 일컫는 용어다. 즉, '클럽용 댄스 힙합'이라 정의해도 그 성격상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이 장르를 개척한 인물은 '애틀랜타 랩의 아이콘'으로 부상한 프로듀서 릴 존(Lil' Jon). 지난해 팝 관계자들과 팬들로부터 새로운 흑인음악 전문가로 그가 관심을 사게 된 결정적인 배경은 서두에 언급했듯 자신이 프로듀싱한 어셔(Usher)와 시아라(Ciara)의 곡이 19주간 넘버원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어셔의 'Yeah!'는 12주간 1위를 지켜 최고의 인기를 끌었고, 18세 신인 여가수 시아라의 'Goodies'는 7주간 1위에, 영국 차트에서도 정상에 등극해 화제를 뿌렸다. 1위에 오른 기간을 굳이 따지자면 한해의 3분의 1가량을 릴 존의 곡이 평정했던 셈이다.


원래 크런크-비는 지난 세기말 '남부 랩의 메카' 애틀랜타에서 탄생됐지만, 그로부터 향후 5년까지 그 붐은 단지 지역적인 유행에 국한되는 수준이었다. 결국 지난해 어셔가 가져다준 'Yeah!'의 스매시 히트로 뒤늦게 주류 시장을 파고든다. 국내에서도 'Yeah!'와 함께 이 장르의 첫 번째 여가수로 소개된 시아라의 'Goodies'에 의해 본격적으로 홍보되었다.

그럼 “가장 상업적으로 성공한 크런크-비를 노래한 음악”은 무엇일까? 딱히 꼽으라면 현재로서는 이 두 곡으로 압축된다. 여타 장르와 달리 이 장르는 '1인 독점 체제'라는 말로 비유될 만큼 릴 존만의 트레이드마크로 부각된다. 때문에 해외 언론에서도 그를 '크런크의 왕(King of Crunk)'이라 칭하고 있다.


사실 릴 존은 1997년부터 이 장르를 개척하기 시작했다. 당시 동료 빅 샘(Big Sam), 릴 보(Lil Bo)와 결성한 더 이스트 사이드 보이즈(The East Side Boyz)를 지금까지도 이끌면서 데뷔작 < Get Crunk, Who U Wit: Da Album >(1997)과 < Kings Of Crunk >(2002), < Certified Crunk >(2003), < Crunk Juice >(2004) 등 크런크를 타이틀로 한 앨범들을 줄기차게 내놓았고, 급기야 7년 만에 대박 싱글 'Yeah!'의 성공을 맛보게 된 것이다.


그 과정에서 릴 존은 애틀랜타 힙합 공동체의 거물로 성장했고, 트릴빌(Trillville), 릴 스크래피(Lil Scrappy) 같은 고향 랩 가수들에게 크런크를 전수하면서 날이 갈수록 브랜드 파워를 과시했다. 물론 릴 존의 음반들은 그 무렵 국내에 소개되지 않아 우리 음악 팬들은 2004년을 '크런크-비를 만난 원년의 해'로 기억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