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的 노랫말에 여성감성 가득/박인희
한국일보 권오현기자 1995.11.1

박인희(48) 노래의 매력은 문학적 낭만이다. 인생과 사랑을 부드러운 어조로 얘기하는 듯한 그의 노래는 오랜 세월이 지나도 좀처럼 빛깔이 바래지 않는다.
<모닥불 피워 놓고/마주 앉아서/우리들의 이야기는/끝이 없어라/인생은 연기속에/재를 남기고/말없이 사라지는/모닥불 같은 것…>
(모닥불, 박인희 작사 작곡, 1971년)
「모닥불」은 박인희의 시적 감성을 잘 드러내는 노래이다. 감정을 차분하게 절제한 그의 목소리는 서정시 같은 여성적 감성을 아름답게 전해준다. 아직도 사람들이 이 노래를 즐겨 부르는 것은 인생에 대한 상념과 예감을 부담없는 노랫말과 멜로디로 들려주기 때문이다.
박인희는 숙명여대 불문과에 다니던 1970년 이필원과 함께 혼성 듀엣 「뜨와에 므와(불어 : 너와 나)」를 결성해 가요계에 데뷔했다.「약속」「세월이 가면」등으로 절정의 인기를 누렸던 이 그룹은 72년 박인희의 결혼으로 해체되고, 두 사람은 독립했다.
박인희는 76년까지 여섯장의 앨범과 한 편의 시낭송 음반을 발표 했다. 시낭송 음반에는 「얼굴」과 <한잔의 술을 마시고…>로 시작되는 「목마와 숙녀」등이 담겨 있었다. 당시 파격적이었던 이 음반은 큰 인기를 얻었다.
그는 DJ와 작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71년 동아방송 「3시의 다이얼」로 시작한 DJ생활은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고, 「지구의 끝에 있더라도」등 두 권의 시집과 한 권의 수필집을 펴냈다. 방송에 대한 욕심은 아직도 크다.
『가수로 활동했던 기억이 아련할 정도로 DJ로서 더 오랫동안 대중과 만났죠.「가수 박인희」가 오래 기억된 것처럼 방송인으로서도 그렇게 되고 싶습니다』
<권오현 기자>
     



     

박인희는 우리 나라 최초의 혼성 포크 듀오 '뚜와에무와'에 참가하여 가수의 길로 출발했다. 숙대 불문과를 다니던 그녀의 행로를 말해주듯 '너와 나'란 제목의 불어로 된 이 팀은, 이필원과 그녀가 같이 화음을 맞춰 노래를 부르면서, 평론가 이백천과 가수 조경수 등의 후원에 힘입어 탄생되었다.

1960년대 말 나온 이들의 첫 음반은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했지만 이어 나온 앨범들은 1970년대 초반을 화려하게 장식하며 1971년엔 중앙일보, 동양방송 등 언론사에서 주는 음악상 시상식을 휩쓸었다.

창작곡과 번안곡을 함께 수록했던 이들은 1집에서는 이필원의 창작곡인 '약속'이 히트했고 2집에서는 '그리운 사람끼리', 3집에서는 '추억'등이 크게 인기를 얻었다.

뚜와에무와가 해체한 후 솔로로 전향한 박인희는 솔로 데뷔 앨범의 타이틀곡 '모닥불'로 다시 활동을 재기하게 되었다. 그녀는 박건호를 일약 최고의 작사가로 만든 계기가 된 이 곡을 시작으로 '하얀 조가비', '방랑자', '봄이 오는 길', '얼굴'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내며 맑은 목소리에서 나오는 서정성의 카리스마로 청중들을 사로잡았다.

그녀는 정규 음반 외에도 시 낭송 음반을 발표해 '목마와 숙녀', '얼굴'같은 시도 유행시켰다. 그녀는 총 6장의 음반을 발표하며 화려한 전성기를 보냈지만 가수활동을 포기하고, 가끔 작곡과 작시만 하며 현재 미국에서 한인방송국의 국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중학교 시절 맨 왼쪽이 박인희씨 그리고 두번째가 이해인 수녀다. 이해인수녀는 학창시절 단짝  친구가 한명 있었다고 하는데 바로 박인희였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