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 부르스 / 명혜원
청량리 부르스 / 명혜원
늘어진 커텐 황혼이 젖어 화병 속에 한송이 국화
긴 하루 걸린 창에 앉아 타는 해를 바라보네
내 빈방을 채워줘요 부르스를 들려줘요
화사한 밤 아직 먼데 이쁜 꽃불 어디에 켤까
내 빈방을 채워줘요 부르스를 들려줘요
타는 황혼 타는 국화 타는 황혼 타는 국화
타는 황혼 타는 국화
늘어진 커텐 황혼이 젖어 화병 속에 시든 국화
내 빈방을 채워줘요 부르스를 들려줘요
타는 황혼 타는 국화 타는 황혼 타는 국화
타는 황혼 타는 국화
늘어진 커텐 황혼이 젖어 화병 속에 시든 국화
관능과 칙칙함이 넘쳐나는 곳, 소위 말하는 청량리 집창촌(소위 말하는 청량리 588)을
이렇게 탐미적이고 서늘하게 표현할 수도 있구나.
어둡고 음침한, 정욕 만이 횡행할 듯한 장소를
명혜원은 끈적끈적하지만 투명한 슬픔으로 음악을 통해 승화시켰다.
마치 한 장의 풍경화를 묘사하는 듯한 그 곡에 어느새 동화되고
알 수 없는 몽환이 스멀스멀 밀려든다.
외롭고 고단한 삶의 저녁 무렵 서사는
우리 모두에게 청량리부르스였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너와 나의 삶, 그 한 부분일 수도 있을 석양의 쓸쓸함.
그 속의 허무와 꿈이 청량리부르스에는 녹아있다.
아는 사람이 드물 수도 있는 노래.
그러나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노래.
그리고 아는 사람은 다 극찬하는 노래,
그 노래 <청량리 부르스>
노래를 알아도 명혜원을 아는 사람은 더 드물다.
아는 사람도 구체적인 프로필을 모른다, 나도 그렇다.
지금도 포털에서 검색하면 특별한게 없다.
그 흔한 출생년도나, 출생지, 학력의 간단한 정보조차도 없다.
겨우 찾아낸 정보를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다.
1970년대는 통기타음악이 청년문화의 흐름을 주도했지만
창작곡보다는 외국 번안 곡들이 온 나라를 뒤덮으며 넘실거렸다.
이에 반대해 평론가 이백천, 구자형 등이 주도했던
<참새를 태운 잠수함>이란 이름의 음악 서클이 있었었다.
이 <참새를 태운 잠수함>이라는 모임 소개에서 명혜원이 처음으로 등장한다
이들은 트로트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표방했으며
영가나 토속적인 민속분위기의 세상을 꿈꾸던 젊은 집단이었다.
초창기는 김민기, 김태곤, 정태춘 등
이후 국내 음악계에서 한가닥 했던 쟁쟁했던 멤버들로 이루어졌으며,
구성원의 대부분은 그리 곱지 않은 노랫말로
예외 없이 독재정권의 요주의 리스트에 올랐다.
“번안 곡을 철저하게 배격하고 참신한 우리 창작포크가요를 온 나라에 울리겠다”는 꿈을 가졌던
유한그루, 곽성삼, 한돌, 전인권, 강인원, 명혜원, 남궁옥분, 이종만, 강인원 등은
이 모임을 거쳤던 대중가수들이었다.(최규성 : ‘추억의 LP여행’- 주간한국)
이후 1980년대에 서울가톨릭회관을 근거지로 한
서울 시내 대학생 연합 아마추어 포크 동아리 "햇빛촌"에서 활동하였고,
장필순도 여기 멤버였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유리창엔 비" 의 혼성 포크 듀엣 햇빛촌(이정한과 고병희)은
이 동아리 이름을 계승하여 1989년 1집 앨범을 내기도 했다.
"신촌블루스"의 멤버이기도 했으나 앨범 참여는 없었다고 한다.
글 출처 : https://lgy6203.tistory.com/305
이 노래가 청량리의 집창촌을 노래하는 것인지는 몰랐습니다.
오늘에서야 그 사연을 알고 가사들을 되뇌이니
노래들이 정말 가슴에 착 내려 앉습니다.
당시에는 왠지는 모르지만 청량리 588로 불렸었지요.
그 음울하고 끈적한 뒷골목의 느낌을 노래로 잘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