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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100년 악기 100년 - 피아노 2

오작교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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랙 타임

 

재즈의 기원이라고 할 수 있는 랙 타임은 1890년대 스콧 조플린과 함께 톰 터핀이라는 흑인 피아니스트에 의해 창안된 피아노 연주 스타일이다. 이 연주 스타일은 유럽의 전통 악곡 형식을 빌려와 통상 16마디 형식을 좀 더 빠르고 세련되게 연주한 것으로 싱커페이션을 최대한으로 살려 연주했다. 1895년 최초로 출판된 랙 타임 악보는 톰 터핀의 ‘Harlem Rag’이었으나 큰 인기를 얻지는 못했다. 이후 1899년 스콧 조플린의 ‘Maple Leaf Rag’이 출판되어 큰 인기를 얻었으며 스콧 조플린의 대표곡 ‘The Entertainer’는 영화 <스팅>에 삽입되기도 했다.

 

초기 랙 타임에는 즉흥연주가 거의 없었고 싱커페이션을 이용한 음의 패턴이 겹쳤으며 강세가 갑자기 들어왔다 나가는 형식을 취하면서 풍부한 리듬을 선보였다. 랙 타임은 1910년대까지 꾸준한 인기를 얻었으나 새로운 것을 원하는 대중들의 욕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결국 1917년경 막을 내리고 그 자리를 스윙에게 넘겨주었다.

 


다양한 렉 타임 피아니스트

 

랙 타임은 다양한 패턴을 가진 피아노 연주인들의 탄생을 예고했다. 1920년대 중반 스콧 조플린의 연주에 영향을 받은 랙 타임 피아니스트 제임스 P.존슨은 초기 재즈 피아노의 효시가 되는 연주를 들려주었는데 랙 타임과 비슷하긴 했지만 확연히 구분 지을 수 있는 연주였다. 당시 그의 스트라이드 주법은 굉장히 유명했는데 왼손으로 베이스 음계를 매우 빠르게 연주해 많은 피아니스트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고 즉흥연주가 거의 없던 랙 타임 연주에서 즉흥연주를 구사해 최초의 즉흥연주자로 기록되고 있다. 듀크 엘링턴, 팻츠 월러 등이 제임스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특히 팻츠 월러는 빠른 테크닉과 재미있는 연주로 많은 팬을 확보 할 수 있었고 젤리 롤 모튼과 함께 초창기 가장 활발한 연주를 펼쳐 영향력 있는 연주인으로 평가받는다. 젤리 롤 모튼은 20년대 중반부터 활동하기 시작해 자신의 밴드 ‘Red Hoe Peppers’를 이끌며 랙 타임에 기초한 스윙을 연주했다. 두 연주인의 영향을 받은 얼 하인즈는 1928년 첫 앨범을 발표하면서부터 주목받기 시작해 로이 엘드리지, 엘빈 존스, 콜맨 홉킨스 등과의 연주 활동으로 스윙과 모던 재즈의 산 증인이 되었다. 특히 루이 암스트롱과 함께 한 ‘Hot Five’ 시절은 그의 가장 화려한 시절이라고 할 수 있다.

 

얼 하인즈는 젤리 롤 모튼과 팻츠 월러의 영향으로 랙 타임에 기초한 연주를 들려주었고 자유롭고 새로운 스타일의 창조에 큰 역할을 했다. 빅 밴드 지휘자로 널리 알려진 카운트 베이시 역시 피아노 연주인으로 빅 밴드에서의 리듬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직접 랙 타임에 기초한 피아노 연주를 선보였다. 듀크 엘링턴 역시 직접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자신의 빅 밴드를 이끌었다. 특히 듀크 엘링턴은 6,000여 곡에 이르는 수많은 작품들을 만들고 그 중 절반 가량을 녹음한 재즈계의 거장임에 틀림없다.

 

1940년대 재즈 피아니스트 냇 킹 콜은 이들과 함께 동시대에 활약하긴 했지만 1940년대부터 빅 밴드보다는 비밥을 연주한 피아니스트이다. 50년대에는 흑인 최초로 TV 쇼의 진행을 맡았고 트리오를 조직해 피아노 연주와 보컬을 동시에 소화해 내면서 대중적인 사랑을 받았다. 그는 덱스터 고든과 레스터 영과도 많은 음악적 교류를 보여주었다.

 

현존하는 기타리스트 가운데 가장 빠른 속주를 보여준다는 잉베이 맘스틴이 있기 아주 오래 전, 손가락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른 연주를 들려준 피아니스트 아트 테이텀이 있었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나쁜 시력을 가진 아트는 독학으로 피아노를 마스터하고 30년대 초반부터 50년대 중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주를 들려주었지만 기교만 난무하는 연주인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재즈 신에 찰리 파커를 등장시킨 제이 맥샨은 주로 고향인 캔사스 시티에서 활동하면서 빅 밴드 리더로서, 또 피아니스트로서 많은 명성을 얻었고, 20년대부터 왕성한 활동을 보여준 여성 재즈 피아니스트 메리 루 윌리암스는 뛰어난 플레이어임에도 불구하고 여자라는 이유로 다른 연주인들보다 화려한 음악 활동을 하지 못했다. 그녀는 랙 타임, 부기우기, 스윙, 비밥 등 거의 모든 장르에 걸쳐 정상급의 피아노 연주를 들려주었다.

 

스윙 시대가 사라지고 비밥의 등장과 함께 나타난 버드 파웰은 찰리 파커의 색소폰 연주를 피아노로 연주해 ‘피아노의 찰리 파커’라는 애칭을 얻었다. 그는 왼손으로 베이스 음계의 코드를 진행하고 오른손으로는 대부분의 멜로디와 즉흥연주를 들려주었는데 매우 기본적인 연주 패턴이지만 음을 쪼개 연주하는 그 방식은 누구도 따라 올 수 없는 뛰어난 테크닉이었다.

 

버드 파웰과 동시대의 연주인 델로니어스 몽크는 버드보다 늦게 연주를 시작했고 버드보다 늦게 인정받았지만 현존하는 대부분의 피아니스트들이 그에게 영향을 받았다고 할 만큼 뛰어난 연주를 들려주었다. 몽크는 1940년대 당시 복잡한 코드 진행과 화성에 의한 난해한 연주를 선보여 연주자들이 그와 함께 연주하기를 어려워하기도 했지만 훗날 많은 재즈 뮤지션들이 그의 연주 패턴을 각기 다른 악기에 적용시켜 연주하기 시작했다.

 

1920년에 출생한 존 루이스는 피아니스트로도 널리 알려져 있으나 작곡가로도 그 명성이 대단했다. 특히 존 루이스가 이끌었던 모던 재즈 퀄텟(Modern Jazz Quartet)은 재즈와 클래식을 접목한 지적인 밴드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버드 파웰, 몽크, 그리고 존 루이스만큼 화려한 서포트를 받지는 못했지만 비밥 시절부터 하드 밥 시절에 이르기까지 디트로이트를 주무대로 활동한 베리 해리스는 뛰어난 즉흥연주로 40년대의 중요한 피아니스트로 꼽힌다.

 

역시 40년대에 워델 그레이, 덱스터 고든 등과 함께 연주 활동을 해 온 햄프턴 호스는 매우 블루지한 연주로 정평이 나있는 보물 창고 속에 숨겨진 보석과도 같은 연주인이다. 명곡 ‘Misty’로 국내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섬세한 비밥 피아니스트 에롤 가너는 매우 개성 있는 연주 스타일과 아름다운 멜로디 라인을 추구했다.

 

50년대로 넘어와서는 백인 피아니스트 데이브 브루벡이 서해안을 중심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는데, 그의 클래시컬하고 감미로운 쿨 스타일의 연주는 당시 신 지식인들이 모여있는 대학가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국내 여성 재즈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뛰어난 밥 플레이어 케니 드류는 40년에 활동을 시작했으나 50년대 들어서 명성을 얻기 시작했고, 풍부한 음량과 영롱한 맛을 자랑하는 스타인웨이 피아노를 가장 잘 다루는 연주인으로 평가받았다.

 

재즈계의 굴렌 굴드로 일컬어지는 빌 에반스는 50년대 마일스 데이비스와의 활동으로 널리 알려지기 시작해 심미적인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했고, 재즈에 라틴을 접목시켜 큰 성공을 거둔 빌리 테일러는 50년대 하드 밥의 탄생 과정에 큰 기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특히 빌리 테일러는 50년대부터 뉴욕의 어린이들에게 재즈 교육을 실천해온 교육자로도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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