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100년 악기 100년 - 피아노 1
과연 금세기 최고의 음악가는 누구일까? 모든 음악계를 통 털어 생각을 해 봐도 쉽게 답할 수 없을 것이다. 바흐, 헨델, 모짜르트, 베토벤, 하이든, 브람스, 듀크 엘링턴, 카운트 베이시, 마일스 데이비스, 존 콜트레인... 과연 누구라고 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과연 최고의 악기는 또 무엇일까? 이것 역시 난감한 질문이다. 아마 연주인들은 자신이 연주하는 악기를 최고라고 생각할 것이다. 평생 어두운 그림자를 달고 다닌 베토벤은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자신의 곡을 피아노 소나타 ‘열정’이라 답했다.
재즈의 기원이라고 할 수 있는 랙 타임은 피아노를 위한 음악이다. 피아노는 재즈를 위한 악기의 모체이자 ‘악기의 왕’ 이라는 칭호가 절대 아깝지 않다. 넓은 음역을 가진 피아노는 멜로디 악기와 리듬 악기 모두로 사용될 만큼 활용도가 광범위하고 반주와 솔로에 이르기까지 그 쓰임새가 넓은 악기이다. 리듬 파트에서 피아노의 역할로 콤핑(Comping)을 들 수 있는데, 이는 각 솔로주자들이 즉흥연주를 하다가 코드 진행에서 벗어날 경우 길을 바로 잡도록 코드를 찔러 주는, 일종의 신호등이라고 할 수 있다. 콤핑은 단순히 하나의 독립된 기능이지만 그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고 그만큼 대단한 효과를 나타냄은 물론 콤핑을 잘하는 피아니스트 대부분이 자신의 솔로에서도 뛰어난 연주를 들려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빌 에반스, 토미 플래니건, 아트 테이텀, 오스카 피터슨, 케니 드류, 버드 파웰, 델로니어스 몽크, 빌리 테일러, 행크 존스, 테드 다메론, 아마드 자말, 레드 갈란드, 바비 티몬스, 윈튼 켈리, 진 해리스, 호레이스 실버, 시다 윌튼, 조 자비눌, 허비 행콕을 비롯한 많은 연주인들이 콤핑의 대가로 군림했다.
피아노는 각각의 현을 솜망치로 때려서 소리내는 악기로 타악기 적인 요소를 포함하기도 한다. 재즈사에는 화려한 연주와 피아노의 기능을 무한대로 발전시킨 대가들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보편적인 재즈 트리오 편성의 베이스, 드럼, 그리고 이를 리드하는 피아노는 이전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있을 것이다.
피아노의 기원
피아노의 기원이 되는 악기로 클라이비코드나 쳄발로가 있다. 14세기 경 동양에서 들어와 유럽에서 널리0 쓰인 이 악기들의 기원은 덜시머나 프살테리움, 즉 울림판에 현을 치고 타현하거나 발현해 소리나게 하는 악기들이다. 1610년경 해머 액션에 댐퍼가 없는 악기가 만들어졌으며 이후 1709년 이탈리아의 쳄발로 제작가인 바르톨롬메오 크리스토포리가 쳄발로의 보디를 이용하여 Piano E Forte라고 이름지은 악기를 탄생시켰다. 이것이 최초의 피아노 적인 효과를 나타낸 고안이기 때문에 바르톨롬메오 크리스토포리를 가리켜 피아노의 창시자라 부르기도 한다.
이후 1716년에는 프랑스의 마리우스가 나무를 이용해 쳄발로를 만들었고 1717년과 1721년에는 독일의 슈레터가 좀 더 발전된 쳄발로 형태의 피아노를 만들었다. 이후 세월이 흐름에 따라 다양한 변천을 거친 피아노는 1776년 경, 영국에서 바르톨롬메오 크리스토포리가 고안한 피아노의 원형에서 새로운 개발에 착수해 재크 레버를 장착한 에스케이프먼트가 있는 그랜드 액션을 고안하게 된다.
또 이것을 가지고 프랑스인 에라르는 1821년 더블 에스케이프먼트 액션을 완성했는데 이것이 오늘 날 그랜드 피아노의 가장 보편적인 원형이다. 이후 독일인 하인리히 스타인베르크는 1849년에 뉴욕으로 이주하여 1853년, ‘Steinway & Sons’라는 건반 악기 회사를 설립하고 1855년 단일주조 프레임, 교차현 방식, 더블 에스케이프먼트 액션을 채용해 지금에 이르는 피아노가 탄생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