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do
포르투갈의 대표적인 민속음악으로, 발원지는 수도이자 항구도시인 '리스본'과 북부의 교육도시 '코잉브라'(Coimbra)가 양대 도시로 꼽히지만 우리에게는 리스본의 번화가에서 많이 불리는 것이 친숙하다. 특히 '포르투갈의 목소리' '파두의 여왕'으로 불린 가수 아말리아 호드리게스(Amalia Rodrigues)에 의해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졌다.
파두는 19세기 전반에 오늘날의 형식으로 굳혀졌다고 하며 무엇보다 포르투갈 민중의 한을 담은 구슬픈 가락이 특징이다. 가히 그 애절함은 젊은이들이 들을 때는 '청승맞다'고도 할 수 있다. 청승은 파두의 분위기를 압축한다. 파두는 '숙명'을 뜻하는 라틴어 파툼(fatum)에서 파생되었다. 거기서 풍겨 나오는 강력한 향수와 한을 포르투갈에서는 사우다데(saudade)라고 불리는데, 영어로는 노스탤지어와 유사하며 원어의 뜻은 '강렬한 바람'이라고 한다.
기원에 관해서는 '뱃사람의 노래'라는 이야기를 비롯해 죄수의 노래, 브라질과 아프리카에서 건너온 노래라는 등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식민지였던 브라질의 음악인 모디냐(Modinha)의 영향과 인접한 아프리카의 요소가 오랜 세월에 걸쳐 작용한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그에 앞선 것은 아랍 문화의 영향이다. 8세기 초반 포르투갈의 이베리아 반도는 아랍의 무어인의 침략을 받아 550여년의 지배를 받았다. 파툼에 아랍적 숙명관이 깃들어있는 것이 말해주듯 포르투갈에는 아랍의 문화가 도처에 산재해있다.
애초부터 숙명적인 정서를 토대로 한 파두가 한층 애조를 띠게 된 것은 격동의 포르투갈 현대사와 무관하지 않다. 1932년부터 1968년까지 36년간 포르투갈은 재정학자 출신인 안토니우 살라자르의 철권 독재통치 아래 신음했다. 국민적 저항을 무력화하고 관심을 정치 아닌 딴 곳에 돌리기 위한 일종의 우민화 정책으로 그는 축구(football) 종교(fatima) 그리고 파두(fado) 이른바 3F 정책을 폈다. 정치적 경제적 고통과 절망에 눈물을 흘린 포르투갈 사람은 파두에 더욱 그들의 슬픔을 아로새길 수밖에 없었다. 독재정치 하에서 '사우다데'는 국민적 정서로 내재화되었다.
처연한 리스본의 파두는 여가수들이 득세한 반면, 상대적으로 평온하고 밝은 감을 띠는 코잉브라 파두는 반드시 망토를 걸친 남자만이 부르는 전통을 보유, 양식에 있어서는 차이가 존재한다. 파두 트리스테(fado triste)와 파두 메노(fado menor)라 불리는 고전적인 곡조는 상기한 것처럼 청승맞다고 할 애조가 두드러진다.
2박과 4박의 단순한 형식이며 아무래도 단조가 많으며 코드 또한 결코 복잡하지 않다. 그러나 미묘한 싱커페이션(당김 음)에 가락은 섬세해 가수의 노래솜씨에 따라 풍부한 정취를 불러일으킨다. 아말리아 호드리게스의 업적이 바로 이것이다.
파두의 가수(파디스타로 불린다)는 대규모 공연장이 아닌, 보통 '파두의 집'(casa do fado)으로 불리는 살롱을 무대로 노래 부른다. 많은 청중을 상대하지 않고, 관중과 무대가 일체되는 소규모 공연장이 어울리는 셈이다. 반주는 보통 파두의 애절한 정서를 결정하는 포르투갈의 전통 기타인 12현 '기타하'(guitarra)와 비올라 베이스 등 세 악기로 구성된 밴드가 맡으며 흔히 검은 옷을 입는 파두 가수는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고 육성으로 노래한다.
국내에서 파두는 1950-60년대 라틴음악이 유행하던 시절, 마니아들의 사랑을 받았으며 1980년에는 MBC 주말 드라마 '사랑과 야망'에 아말리아 호드리게스가 1954년에 부른 대표작인 'Barco negro(검은 돛배)'가 삽입되어 다시금 음악 팬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파두의 대표주자인 아말리아 호드리게스가 1999년 10월6일 79세를 일기로 타계했을 때, 포르투갈 정부는 즉시 3일 동안의 국가 애도기간을 공포하며 국장을 치러주었다.
아말리아 호드리게스가 리스본 파두를 대표한다면 코잉브라 파두에는 주제 아폰수, 페르난두 마샤두 소아레스 같은 거장들이 있다. 아말리아 호드리게스 이후 차세대 주자론 파두 특유의 구슬픔을 대물림한 여가수 미지아(Misia)가 유명하며 둘스 폰테스(Dulce Pontes)는 영화 <프라이멀 피어>에 'Cancao do mar(바다의 노래)'가 삽입되면서 널리 알려졌다. 내한 공연을 갖기도 한 베빈다(Bevinda)는 조금은 덜 포르투갈적이며 현대화된 파두를 들려준다. 파두는 월드뮤직이 관심이 고조된 새 천년 들어 국내에서 다시금 관심의 대상으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