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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테베르디(Claudio Monteverdi)

오작교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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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디 몬테베르디(Claudio Monteverdi, 1957. 5. 15 ~ 1643. 11. 29, 이탈리아)

 

  르네상스 정신을 음악에서 가장 생생하게 표출한 음악가는 몬테베르디(1567-1643)였다. 그가 출현하기 위해서는 야코포 페리로부터 지오반니 가브리엘리에 이르기까지 선배들의 기반구축이 커다란 역할을 했지만, 정서의 억제에서 정서의 개화로 전환하는 시대정신을 음악 속에서 폭발시키는 데 앞장 선 예술가라면 몬테베르디를 제쳐 놓고 생각하기 어렵다.

 

  새로운 시대의 문을 열면서 몬테베르디가 음악에 불어 넣었던 것은 음악에 극적인 요소를 가미하여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었던 종교 음악에 있어서도 생기가 넘치게 하고 화려한 색채로 물결치는 음악의 풍요로움이다.

 

   그리고 그의 이런 작풍이 가장 빛나게 구현된 작품이야말로 ‘성모 마리아의 저녁 기도’ 였다.

 

    몬테베르디의 음악적 생애

 

   이 음악의 성격을 알기 위해서는 몬테베르디가 그의 음악적 생애를 시작하고 이 작품을 썼던 만토바를 알지 않으면 안 된다. 이탈리아 북부의 롬바르디 지방에 자리 잡은 만토바는 민치오 강으로 연결된 세 개의 큰 호수를 끼고 발달하여, 가까운 곳에 있는 베로나를 앞지르고, 베네치아와 밀라노에 버금가는 도시로 성장했다. 특히 곤짜가 공작가문에 의해 지배되던 시기(1328-1707)는 만토바의 영광이 절정에 이르러, 이탈리아 반도의 문화적 중심지로 떠올랐다.

 

   이탈리아 영주들이 모두 그랬듯이, 곤짜가 가문도 예술을 존중하여 그 중에는 역사적인 명화로 가득 차 있었고, 문학과 음악의 꽃이 피어 만발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그 이면에서 음모와 폭력이 그칠 날이 없었다. 셰익스피어의 햄릿도 덴마크가 무대로 되어 있지만, 사실은 만토바에서 일어난 사건을 바탕으로 씌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토바를 무대로 한 베르디의 오페라 ‘리골레토’를 통해서도 음모와 살인이 끊일 날 없는 그 곳의 편모를 엿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공작가에서는 그 암투로 인한 피비린내를 예술이라는 화려한 의상으로 뒤덮어버리려는 듯, 예술을 개화시키는 데 그 재력을 아낌없이 퍼부었다. 그러하여 그 궁정에는 루벤스의 ‘가족의 초상’, 우르비노의 ‘진주의 마돈나’ 등을 비롯해서 엘 그레꼬, 베네토레 등의 걸작이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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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곤짜가 공작가의 영광은 1567년쯤 영주가 된 빈첸초 곤짜가 시대에 이르러 절정에 달했고, 23세의 몬테베르디는 1591년 이 곳의 궁정음악가로 고용되었다.

 

몬테베르디의 성모 마리아의 저녁기도 ▶

 

   1601년 만토바에 온 지 10여 년이 지난 다음 몬테베르디는 아주 귀중한 음악적 체험을 하게 된다. 피렌체의 마리아 메디치가 프랑스의 앙리 4세와 혼례를 치렀을 때, 그것을 축하하기 위해 메디치 가문에서는 야코포 페리의 오페라 ‘에우리디체’를 공연했고, 앙리 4세를 따라왔던 프랑스 왕실 취주악단의 공연이 있었던 삐띠궁에는 특별한 하객 2백 명이 초청되었다.

 

   그리고 만토바 공작을 수행했던 몬테베르디도 그 하객에 끼어 있었다. 역사상 최초의 오페라로 일컬어지는 에우리디체와 프랑스 왕실이 자랑하는 호화로운 취주악단의 공연은 몬테베르디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만토바로 돌아온 후 몬테베르디는 궁정악장으로 승진되어 마르디갈 4집을 펴냈다. 그런데 혁신적인 바람이 역역한 그의 작풍은 교회 참사관이었던 지오반니 아루투지로 혹독한 비판을 받았다.  

 

 “밤낮으로 악기를 요란스럽게 울리면서 새로운 효과를 누리려고 필사적으로 날뛰고 그 미치광이 감각에서 비롯된 새로운 양식은 듣기에 거북하고 고통스러울 뿐이다.”

 

   이런 공격을 받고도 세력이 당당한 아르투지에게 몬테베르디는 정면으로 대항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그는 마드리갈 5집의 서문에서는 과감하게 자신을 변호했다. 경견하면서도 신비로움이 감도는 아카펠라 양식의 합창곡이 위대한  세계라는 것을 몬테베르디인들 모를 리 없었지만, 그는 음악이 언제까지나 똑같은 범주에 속해 있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그는 종교음악이나 합창곡에도 과감한 기악반주를 도입해 좀더 다채롭고 활력이 넘치는 생명력을 부여하려 했다.   

 

        희대의 걸작, 후대에 이르러 각광받다

 

   구양식과 신양식, 성악과 기악의 융화를 꾀하는 몬테베르디의 혁신적인 걸작. 그것이 바로 ‘성모 마리아의 저녁기도’이다.

   몬테베르디는 1601년, 만토바의 궁정악장이 되기는 했지만 인간적으로 충분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었던 그 직책에 대해 언제나 회의적이었다. 1612년 빈첸초 공작이 죽자 그 후임자였던 프란체코와는 사이가 더욱 좋지 않았던 터라 그는 때 마침 공석이 된 베네치아의 성 마르코 성당의 악장직을 원했다. 그는 이 저녁기도를 그 시험작으로 제출했고, 산 마르코에서는 다행히 그를 악장으로 맞아들이기로 결정했다. 

 

   성 마르코 성당의 교회음악은 바티칸의 교회음악과는 다른 점이 많았다. 지오반니 가브리엘 리가 악장으로 있을 때부터 기악의 화려한 연주양식을 받아들이고 있었던 성 마르코 성당이 몬테베르디를 기꺼이 받아들였던 것은 조금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몬테베르디의 저녁기도가 베네치아 이외의 당시 교회음악과 얼마나 달랐고, 가브리엘리의 음악에 익숙하지 않았던 다른 고장의 음악청중에게는 얼마나 충격적이었는지, 현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로서는 짐작하기가 쉽지 않을 일이다. 그러나 당대의 여러 양식의 음악을 견주어 들어본다면, 마치 1910년대에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이 파리 시민에게 안겨주었던 충격과도 비슷했을 것이라는 것을 쉽사리 알 수 있을 것이다.

 

   몬테베르디의 저녁기도는 새로운 빛, 새로운 색채를 강력하게 내뿜었고, 그것이 바티칸 당국이나 아루투지에게는 너무나 눈부신 색채의 난무로 느껴져 현기증을 불러일으켰을 것이다.

 

  이런 저녁기도가 진정으로 각광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세기 후반에 들어와서이다. 가디너, 코르보르처럼 두 번 이상씩 녹음한 지휘자도 있고, 가르도, 사발, 슈나이트, 르네 야콥, 헤레베헤, 필립 레저 등 지휘자들이 앞을 다투어 이 음악을 녹음해왔다. 이 틈에서 알레산드리니의 새로운 음반이 설 자리가 있을 것인가? 

 

  어떤 예술가든 그가 살았던 시대와 고장이라는 환경에서 초연할 수는 없다. 그러기에 그 환경의 기운이 어떤 형태로든 그 작품에 배어 있게 마련이다.

 

  당대 악기를 사용해 당대의 연주양식을 겨냥하는 것도 그 당시에 어떤 악기로 어떻게 연주되었느냐는 외형적인 측면보다는 그 당시에 분위기를 고스란히 재현해 보려는 데 원래의 뜻이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라면 알레산드리니만큼 우리를 당대의 세계로 안내하는 연주는 드물다. 그는 별다른 재주를 부리려 하지 않고 얼핏 듣기에 그의 연주는 지극히 평범하다. 그런데도 그의 저녁기도를 들으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머나먼 시대로 이끌려가고 만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그의 연주를 들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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