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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편성론(編成論) (3)

오작교 19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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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편성론(編成論) (3)

 

3 + 1 = ∞  


재즈사를 통해 가장 자주 선보인 편성은 아마도 퀄텟(Quartet, 4중주)과 퀸텟(Quintet, 5중주)이 아니었을까.

 

물론 이것은 1930년대 후반부터 1960년대까지 가장 활발하게 행해진 후기 스윙, 비밥, 쿨 재즈 등을 아우르는 '모던 재즈(Modern Jazz)'가 재즈사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된 이후, 현재까지도 상당 부분 유효한 시각에 의거한 결론이다.

 

그러나 뉴올리언즈에서 초기 재즈가 행해진 시절에는 섹스텟(6중주, Sextet)이나 셉텟(Septet)의 구성이 더 많았다는 사실, 그리고 1950년대를 전후하여 퀄텟과 퀸텟의 편성이 득세했다는 얘기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전체 재즈사의 흐름을 어느 정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초기 재즈가 그런 편성을 선호했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어떤 음악성을 지향했기 때문이라기보다 관례에 의한 것이었다는 시각이 설득력을 지닌다.   초기 재즈와 모던 재즈의 여러 차이점 중 편성을 이야기할 때 중시되는 것은 바로 개인 연주자의 능력이 어떤 형식으로 표출되는가 하는 점이다.

 

물론 재즈는 발전을 거듭하면서 보다 개인주의적인 음악으로 변화했다. 함께 어울려 자신의 기쁨을 배가하고 슬픔을 해소하는 생활음악으로 출발한 재즈였지만, 현대 재즈에서는 그런 모습보다 음악인의 입장에서 생각되는 '창작 행위'와 수용자의 입장에서 얻을 수 있는 '예술 체험'의 성과가 가장 돋보인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한 음악인의 능력과 연주력에 크게 의존하는 모습의 재즈가 성큼 우리에게 다가왔다.

 

어떤 곡을 어떻게 연주하는가 하는 점이 현재의 재즈가 지닌 과제라면, 누가 누구와 함께 연주하는가 하는 점이 논란의 대상이 되었던 것은 정통 재즈를 중심으로 이야기할 때 일반화된 재즈의 모습이다. 그리고 이런 얘기를 편성의 그것과 연결시켜 생각한다면 퀄텟에 대한 논의에 자연스럽게 접근할 수 있다.  


피아니스트가 자신의 능력을 평가받을 수 있는 가장 좋은 편성으로 '피아노 독주'와 '피아노 트리오'가 있다는 얘기를 했다. 피아노, 베이스, 드럼의 편성 위에 또 한 악기가 가미되었을 때, 일반적으로 그 곡의 이미지를 결정짓는 것은 새롭게 가미된 또 하나의 악기이다. 색소폰 퀄텟, 트럼펫 퀄텟, 트롬본 퀄텟, 기타 퀄텟 등을 통해서 우리가 듣는 것은 무엇일까.

 

절제(Moderation)와 발산(Emission)의 이미지가 가장 극단적으로 드러나는 편성이 바로 퀄텟이다.

 

피아노 트리오가 바탕이 되는 퀄텟 편성에서 '제4의 악기'가 단순하게 보조의 역할을 수행하고 피아노나 베이스가 곡을 리드하는 경우가 사실 많지는 않다. 그러다 보니 퀄텟 편성은 마치 피아노 트리오가 피아니스트에게 그러한 것처럼, '제4의 악기'가 중추적으로 움직이고 그 악기 연주자의 능력에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많다. 야구에서 투수의 역할을 생각해 보자. 다른 8명 선수들의 기량이 현저히 떨어진다면 승리하는 경기를 치를 수 없겠지만, 빼어난 좋은 투수를 갖고 있을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퀄텟 이상의 편성을 들을 때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감상법은 리드하는 악기의 연주력이나 감성의 발산과 함께, 다른 피아노 트리오 연주자들과 리더 간의 교감을 쫓아가는 것이다. 때로 리더의 역량에 미치지 못하는 피아노 트리오가 리듬 섹션을 맡을 때도 있고, 받쳐주는 힘이 아주 좋지만 리더의 연주가 별 볼 일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두 존재 사이에서, 즉 보통 퀄텟에서 피아노 트리오가 맡게 되는 리듬 섹션(3)과 리더(1)의 음악성이 비교적 유사한 수준이거나 흡사한 감성을 지니고 있을 때 우리가 듣는 음악은 가장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는 사실이다. 리더의 역량이 뛰어나지 못한 것을 이내 드러내 보이는 리듬 섹션의 연주나, 리듬 섹션이 있으나 마나 한 꼴로 만들어 버리는 이기적인 리더가 밴드를 이끈다면 앙상블로서의 미덕은 이미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럴 바엔 아예 피아노 트리오 무대를 만들거나 독주로 곡을 마치는 편이 훨씬 낫다. 정제된 퀄텟 연주를 들었을 때 우리가 얻는 최고의 가치는 극도의 절제이거나 발산일 수 있다. 둘 사이의 메카니즘은 보다 치밀하고 유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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