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th of The Border, West of The Sun(1992) / Claude Williamson Trio
![]() Thelonious Monk Trio(1952) / Thelonious Monk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에는 재즈가 자주 등장한다. 재즈의 등장은 언제나 즐겁다. 재즈를 좋아하는 소설가는 정말 많다. 소설에서 재즈의 사용방법을 보면 작가의 센스와 재즈에 대한 조예를 알 수 있어 재미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사용방법은 그의 뛰어난 문장만큼 빼어나다. 그다지 티도 나지 않게 재즈를 사용한다는 점이 특히 그렇다. 그의 소설에선 멋진 재즈가 들려온다. 남자의 낭만과 미의식이 들어 있는 빌 에반스(Bill Evans)의 피아노를 듣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의 재즈 지식은 어설프지 않다. 아니, 지식이라고 하면 표면적인 인상을 줄지도 모른다. 조예가 깊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할 듯하다. 의외로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무라카미 하루키는 원래 재즈카페의 경영자였다. 재즈카페의 오너라고 하면 재즈 팬에게는 재즈의 스승과 같은 존재이다. 전문적인 지식은 물론 재즈에 대한 예사롭지 않은 정열을 가지고 있어야만 하는 직업이다. 재즈 팬이라면 누구나 존경하고 동경하는 직업이다. 또한 필자가 아는 한 그는 당시 2장의 재즈 음반의 라이너 노트(Liner Note)를 썼다. 최고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귀중한 라이너 노트다. 재즈에 대한 예리한 통찰력이 담겨 있어 이상적인 라이너 노트로 삼고 있다. “순애 붐”을 일으킨 <노르웨이의 숲> 이후 발표한 연애소설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도 스테디 셀러가 되었다. 약간은 타고 났지만 극히 평범한 일상을 살고 있는 남자에게 잠재되어 있는 극히 평범한 그러나 무서운 죄악감을 파고드는 작품이다. 이 소설에는 클래식과 팝 음악도 조금씩 나오지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재즈. 주인공은 여하튼 재즈 바의 오너이다. 재즈 바의 이름은 <로빈스 네스트(Robbin’s Nest)>. 유명한 디스크 자키(Disc Jockey)에게 바치는 색소폰 연주자 일리노이 자케(Illinois Jacquet)가 작곡한 재즈 스탠더드 명곡의 타이틀이다. 무척 세련된 곡으로 역시 그의 센스가 빛을 발하는 곡이다. 샛길로 빠지는 이야기지만 이 소설에서 두 차례 나오는 냇 킹 콜(Nat King Cole)의 노래 를 찾아보았지만 눈에 띄지 않는다. 보컬에 정통한 사람에게 물어 보아도 없다고 한다. 답은 두 가지. 하나는 소설의 전개상 픽션으로 하고 싶어서, 아니면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음반에 수록되어 있는 곡일 것이다. 본인에게 물어볼 기회가 있으면 간단하게 풀릴 궁금증이지만 이것저것 상상을 하는 것도 또 다른 재미가 아닐까? 본론으로 돌아가서 소설의 주인공은 어린시절부터 재즈의 매력에 빠져 대학진학을 위해 상경, 졸업 후 샐러리맨이 된 후 재즈 바를 경영한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자전적인 스토리이다. 소설에는 주인공이 좋아하는 재즈 곡, 추억의 곡이 연이어 등장한다. 재즈 바 경영자로서 재즈관등이 나와있어 이것이 저자의 재즈관이지 않을까 생각하며 읽기도 하고… 그런 주인공이 좋아하는 재즈 넘버를 클로드 윌리암슨이 연주한 것이 바로 이 앨범이기도 하다. 클로드 윌리암슨은 웨스트 코스트의 베테랑 백인 피아니스트로 일본에도 팬이 많다. 클로드가 얼마나 일본 재즈팬들에게 사랑 받고 있는지 이 앨범을 통하여 알 수 있을 꺼라 생각한다. 클로드 윌리암슨은 1926년 11월 18일 버몬트 주 브래틀보로에서 태어났다. 7세 때 피아노를 시작해 10년간 클래식을 공부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3년간 보스턴의 뉴 잉글랜드 음악원에 진학, 프로로서 활동을 시작한 것은 1947년 캘리포니아로 건너가 찰리 버넷(Charlie Barnet) 악단에 참가하면서 부터이다. 1950년부터는 가수 준 크리스티(June Christy)의 반주활동을 시작, 자신의 트리오와 버드 생크(Bud Shank), 하워드 럼시(Howard Rumsey) 등과 활동을 하게 되었다. 50년대에 전성기를 맞아 웨스트 코스트 재즈의 대표적인 존재가 되었으며, 60년대 이후는 TV쇼의 밴드, 스튜디오 뮤지션 활동을 계속했으나 재즈씬에 있어서의 중요한 활약은 없었다. 클로드가 다시 자신의 리드 앨범을 레코딩하게 된 것이 70년대 후반부터다. 이러한 실질적인 “컴백”은 재즈 팬들을 즐겁게 했다. 웨스트 코스트에서 40년 이상 활동을 계속해온 클로드 윌리암슨의 피아노는 모던 재즈 피아노의 스타일을 완성시킨 버드 파웰(Bud Powell)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다. 파웰은 다수의 피아니스트에게 영향을 미쳤으나 클로드는 “백인 파웰”이라고 불리울 정도로 세련되고 명쾌한 자신의 피아노 스타일을 확립했다. 참가 멤버도 베테랑으로 수많은 레코딩에서 명연을 들려주었다. 베이스의 앤디(앤드류) 심킨스(Andy Simpkins)는 1932년 리치몬드 출신. 50년대후반부터 스윙&펑키한 연주로 인기를 얻었던 스리 사운즈(The Three Sounds)의 일원으로 활약했다. 피아노 트리오 편성에 있어서 앤디의 견실한 베이스 워크는 정평이 나있다. 드럼의 알 히스(Al “Tootie” Heath)는 1935년 필라델피아 출생. 형인 퍼시(Percy)와 지미(Jimmy)도 재즈맨. 알은 제이 제이 존슨(J.J. Johnson), 허비 행콕(Herbie Hancock)과 히스 브라더스(The Heath Brothers)와의 연주로 유명하다. 수록곡은 소설에는 등장하지 않는 마지막 트랙 'West Of The Sun'만 클로드 윌리암슨의 오리지날 곡이고 그 나머지 곡은 스탠더드 넘버의 명곡들로 가득 차있다. 타이틀 곡인 'South Of The Border'는 1939년에 지미 케네디(Jimmy Kennedy)가 작사, 마이클 카(Michael Carr)가 작곡한 프랭크 시나트라(Frank Sinatra)의 18번으로 국경의 남쪽 멕시코에서 사랑에 빠진 남자의 이야기이다. 'Robbin's Nest'는 전술한 것처럼 재즈맨, 일리노이 자케 작곡의 스윙 곡. 'Embraceable You'는 조지 거쉰(George Gershwin) 작곡의 발라드 곡으로 작사는 형인 아이라 거쉰(Ira Gershwin)이 했으며, 두 형제의 대표적인 러브송이다. 보사노바의 명곡 'Corcovado'는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Antonio Carlos Jobim)이 작곡한 곡으로 조용한 곡조에 맞춰 'Quiet Night Of Quiet Stars'라는 영문 타이틀이 붙여져 있다. 냇 킹 콜의 노래로 잘 알려진 ,'Pretendo', 'Star Crossed Lovers' 는 듀크 엘링턴(Duke Ellington)과 빌리 스트레이혼(Billy Strayhorn)이 공동 작곡한 명곡. 피아노 솔로로 연주된 영화 [카사블랑카]의 주제곡으로 크게 히트한 'As Time Goes By'도 사랑의 명곡이다. 이 앨범은 연주곡이 수록되어 있지만 “힘들 땐 행복한 척 하자”라는 'Pretendo'라든가, “세월이 흘러도 사랑은 변치 않아” 란 'As Time Goes By'등은 가사가 있다. 소설의 스토리에 맞춰 이런 넘버들이 등장하고 있으므로 가사를 알고 책을 읽으면 즐거움은 배가된다. 'South Of The Border'의 “내일이라… 그러나 내일은 결코 오지 않아”란 가사는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상 오리지널 앨범에 수록된 총 8곡은 품위가 있으면서도 화려한 클로드 윌리암슨의 피아노 연주에 실려 명쾌한 라인을 그리면서 러브 송의 세계를 이끌어 나간다. 클로드의 피아노는 명쾌하면서도 담백한 것이 특징인데, 이러한 특징은 베테랑이 된 이후에도 변하지 않는다. 그 싱싱함은 완숙의 경지에 이른 현재에도 변함없다. 그리고 본 작에서 들을 수 있는 것처럼 연주의 질감은 나이가 들수록 수채화처럼 담백하고 평온한 강의 흐름처럼 보다 유려해졌다. 글 출처 : 타카이 신조 |
영원님이 남기신 댓글을 읽으면서
이 앨범들을 오랜동안 올리지 못한 것을 발견했습니다.
재즈를 좋아하신다는 영원님을 위하여 올립니다.
영원 2014.03.12. 18:28
우와.. 이리 멋진 선물을..ㅎㅎ
잘지내시지요..? 비가 내려서인지 유난히 재즈가 그리운 날이였네요.
오작교님 덕분에 재즈에 푹 빠져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영원
예. 영원님.
염려해주시는 영원님 덕분에 잘 지내고 있답니다.
님의 댓글이 없었더라면 좀 더 오랜 시간 이 공간을
잊고 있었을 수도 있었는데 고맙습니다.
워낙에 많은 게시판과 자료들이 있다보니
자주 살핀다고 하면서도 금새 이렇게 지나곤 합니다.
비내리는 날에는 재즈가 좋지요?
영원 2014.03.13. 20:18
네.. 비 내리는 날엔 재즈가 참 좋아요..ㅎㅎ
자그마한 재즈 블로그를 운영하는 저도 참 어렵기만 한데
이렇게 많은 자료와 음원들을 하나하나 신경쓰시면서 관리하시니
얼마나 힘드시겠어요.
그저 감사한 맘으로 한곡 한곡 듣고 있습니다.
편안한 밤 보내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