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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ect)

아렌스키 피아노 트리오 No.1 라단조

오작교 10062

2


Arensky
Piano Trio No.1
in d minor Op.32

Jascha Heifetz (violin)
Gregor Piatigorsky (cello)
Leonard Pennario (piano)

녹음 : 1963/10/17 Stereo
RCA Studios, Hollywood

작품의 개요 및 배경

아렌스키는 이름이 그다지 귀에 익은 작곡가는 아니다. 하지만 그의 피아노 3중주 1번을 들어보면 그가, 동시대를 산 드보르작에 못지않은 감성의 작곡가라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3악장 ‘엘레지’를 들어보라. 그 절절하게 아름다운 선율을!

아렌스키의 아버지는 의사이면서 첼리스트로 활동했고 어머니는 유명한 피아니스트였다. 그에게 처음 음악을 가르친 선생은 어머니였다. 아렌스키는 9살에 이미 몇몇 가곡과 피아노 소품들을 작곡하는 놀라운 재능을 보여주었다. 1879년 18살이 되자 상트페테르부르크 음악원에 입학했다. 음악원에서 그의 작곡 선생은 림스키코르사코프였고 대위법과 푸가 선생은 요한센이었는데, 그를 지도한 선생들은 아렌스키의 특별한 재능을 일찌감치 알아보았다.

학생들 가운데 단연 두각을 나타냈던 그는 21살 되던 1882년에 금메달을 받고 음악원을 수석으로 졸업했다. 아렌스키는 곧바로 모스크바 음악원의 교수로 임용되었다. 그가 음악원에서 가르친 과목은 화성학과 대위법이었다. 라흐마니노프와 스크랴빈이 이 클래스의 학생이었다. 차이콥스키와 타네예프 등과 교류하면서 지냈지만 그의 경력은 그리 길지 못했다. 워낙 술을 좋아하고 도박에 빠져 있던 아렌스키는 건강을 해치고 마흔다섯 한창 나이에 결핵으로 세상을 떴다.

아렌스키는 100곡이 넘는 피아노곡을 포함하여 무려 250곡에 이르는 방대한 작품을 썼다. ‘차이콥스키의 정신적 양자’라고 일컬어지기도 했지만 차이코프스키의 창조적 능력이나 명성에는 미치지 못했다.

아렌스키가 최근 많은 관심을 받아 조명되기는 했어도, 그의 작품을 통틀어 피아노 3중주 1번이 가장 유명할 뿐 그 외의 작품은 거의 잊혀 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가 남긴 피아노 3중주 D단조 Op.32 한 곡이 피아노 3중주 영역에서 상당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비록 아렌스키가 서양 음악사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대단하지는 않더라도, 이 작품 하나로 아렌스키는 고전주의와 낭만주의 유명 작곡가들의 이름과 함께 자주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 이유는 이 작품이 그만큼 훌륭하기 때문이다.

아렌스키의 피아노 3중주 1번은 얼핏 들으면 그 분위기가 멘델스존의 피아노 3중주 1번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조성이 D단조로 멘델스존의 곡과 같기는 하지만 아렌스키의 독창적인 기법이 잘 드러나 있고, 구성이 대단히 튼튼하며 패시지 곳곳에서는 아렌스키 특유의 서정적 선율이 풍성하게 흘러나오는 것이다.

피아노 3중주 1번은 아렌스키가, 1889년에 세상을 떠난 당대 최고의 첼리스트였으며 상트페테르부르크 음악원 원장을 역임했던 카를 다비도프(Karl Davidov, 1838-1889. 차이코프스키는 다비도프를 ‘첼로의 차르’라고 불렀다)를 추모하며 1894년에 쓴 작품이다.

당시 러시아에서는 대음악가가 타계하면 그를 추모하여 친구나 후배 음악가들이 피아노 3중주를 쓰는 일이 종종 있었다.
차이코프스키는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 니콜라이 루빈스타인이 죽자 ‘한 위대한 예술가를 추억하며’라는 부제를 붙여 피아노 3중주 A단조를 썼고, 라흐마니노프는 차이코프스키의 죽음을 애도하며 엘레지 풍의 피아노 3중주 2번을 썼다.

아렌스키의 피아노 3중주 1번은 특유의 러시아 서정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대곡으로서의 치밀한 구성을 아울러 가지고 있다. 피아니스트로서도 탁월한 기량을 가지고 있었던 작곡가의 영향으로 피아노 파트는 도처에 기교적인 악구와 리듬으로 빛을 발한다. 이러한 스타일은 후배인 라흐마니노프와 스크랴빈에게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작품의 구성 및 특징

제1악장 알레그로 모데라토
소나타 형식의 1악장은 4분의 4박자의 알레그로 모데라토로 진행된다.
잔잔한 셋잇단음표의 피아노 음형 위에 지극히 낭만적인 바이올린 선율이 얹혀가면서 시작되는데 처음부터 그 그림이 너무도 아름답다. 첼로가 가세하면서 음악은 마치 강물에서 바다로 흘러가듯이 보다 폭넓은 세계로 흘러간다. 그 동력은 피아노의 강력한 파동으로 시작하지만 그 흥분은 바이올린과 함께 자주 고조된다. 소나타 악곡의 마무리는 아다지오로 진행하면서 찾아온다. 피아노가 잔잔하게 주제를 다시 제시하고 첼로, 바이올린이 주제를 주고받으면서 노래를 하다가 고요하게 진정된다.

제2악장 스케르초. 알레그로 몰토
바이올린이 스피카토(spiccato, 현악기의 운궁법 중 하나로, 활의 중앙부로 행하는 급속한 템포의 주법. 활이 현 위에서 통통 튄다) 주법을 기초로 한 주제 동기를 세 차례 반복하면 피아노가 화려한 스케일로 응답하는데, 아주 호방하고 즐거움이 넘치며 물론 스케르초 악곡 특유의 장난기 섞인 표정을 느끼게도 한다. 하지만 ‘아렌스키의 왈츠’라고 불리는 중간 부분에서는 왈츠처럼 연주되며, 첼로와 바이올린이 카논 풍으로 흐르는 장면에서의 세 악기의 앙상블은 무척 우아한 편이다. 첼로의 아름다운 왈츠 음형은 지난날의 즐거운 추억을 상기시킨다.

제3악장 엘레지. 아다지오
이 곡의 백미로 아렌스키에게 빠져들게 하는 엘레지(悲歌) 악곡이다. 엄숙한 피아노의 장송 행진곡 반주를 타고 첼로가 깊은 한숨 같은 슬픔을 노래하고, 이어 바이올린이 같은 주제 선율을 받는다. 바이올린이 받은 선율이 보다 가늘게 들리면서 슬픔은 더 흐느낀다. 중간부에서 피아노가 위아래로 격렬하게 움직이는 부분이 나오지만 결국 첼로가 장송 리듬을 피치카토로 세우고 나서는 지난날을 회상하듯이 아득한 기분으로 마무리된다.

러시아인의 시정(詩情)이 이처럼 슬프게 표현된 곡이 또 있을까?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의 느린악장(완서악장)에서 느껴지는 슬픈 감정이 여기서 비롯된 것 같은 착각마저 들게 된다. 약음기를 부착한 첼로의 주제는 눈물을 머금게 할 만큼 비통함을 쏟는다.

제4악장 피날레. 알레그로 논 트로포
4악장 피날레는 론도 형식이다. 돌연 피아노가 옥타브 화성으로 강렬하게 연주되면서 주위를 진작시킨다. 유니슨으로 론도 주제가 제시되면 첼로가 부주제를 내놓고 바이올린이 그 선율을 받아 전개되는 형태를 취한다. 하지만 조용한 분위기는 금세 론도 주제가 나옴으로써 일신된다. 점점 격렬해져 세 번째 론도 주제에 이르면 악곡은 클라이맥스에 도달한다. 하지만 이 긴장은 다시 안단테로 이완되고 처음 나왔던 제1주제가 현을 타고 등장한다. 론도 주제가 빠르게 그러나 약하게 연주되지만 이것이 마침내 힘찬 동력을 얻어 격정적인 흥분을 불러일으키며 대미를 장식한다.
글 출처 : 클래식 사랑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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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디아 2013.08.18. 00:01

3악장을 몇번 반복해서 들었습니다.

바이올린의 느낌이 오이스트라흐 같네요...부드럽고..속삭이는 듯한..

이어지는 첼로에서 비련의 극한 슬픔이 묻어나는 듯 합니다..

 

오작교 글쓴이 2013.08.19. 10:42
루디아

그러셨나요?

저도 3악장을 몇 번 들었었는데......

3악장을 들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첼로와 바이올린 그리고 피아노의 어울림이 어쩌면 이토록 절묘할까.' 하는.

 

올려주신 이미지 속의 안개가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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