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리 머나먼 길에 고운 님 여의옵고
내마음 둘데 없어 냇가에 앉았으니
저 물도 내 안 같아야 울어 밤길 예놋다.
아들의 입대날짜를 전해듣자마자 뜬금없이
중학교때 배운 왕방연의 시조가 생각났습니다.
어린단종을 영월에 유배시킨 신하의 마음이
꼭 나의 마음 같아서일까요..
15일 큰애를 의정부에 데려다주고
돌아오는 길은 참 멀고 지루했습니다.
마지막 운동장을 돌아 체육관으로 사라지는
아들을 쫒아가 붙잡고 싶은 마음을 다잡느라
얼마나 참았던지..
이제 힘든시간을 견뎌야 하는 아들에게
나약한 모습으로 기억시켜주기 싫어서..
나도 너처럼 제자리를 지키며 열심히 살고 있겠다고
안간힘을 쓰며 서있었습니다.
돌아오는 길..
증평 이정표를 보다가 왈칵~
속리산 쌍곡계곡으로 유아때부터 데리고 다니며
야영하던 추억이 고스란히 거기 있습니다.
계곡에 앉아 꼬물꼬물 물장난을 치던 모습,
물고기와 다람쥐에 놀라던 아기..
그 아기가 벌써 장정이 되어 조국에 힘이 된다고
저렇게 가버렸네요..
어제는 어떻게 하루를 보냈는지..
한번도 내색않던 남편도 안절부절 못하네요..^^
큰애가 잘 참고 견디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저도 열심히 일상을 살아야겠습니다.
감사해야지요..
그렇지요?
해마다 봄이 되면
- 조 병 화 -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
땅속에서 땅위에서 공중에서
생명을 만드는 쉬임없는 작업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꿈을 지녀라
보이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생명을 생명답게 키우는 꿈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꿈을 지녀라.
오,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새로워라
나무 가지에서, 물 위에서, 뚝에서
솟는 대지의 눈,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새로워라 .
중학교 1학년 국어교과서에서 배웠던 시예요..
시를 낭송하며 책상사이를 걷던 선생님의
목소리가 아직도 들리는듯 해요..
유리창을 건너오던 따사로운 햇살속에서
흰 교복칼라위에 머리를 얌전히 숙이고
우리는 조용히 선생님의 목소리를 들었어요..
해마다 봄이 되면..
이 시가 제일 먼저 떠오르네요..
무언가 막 하고프게 만들고
착하게 살고 싶게 만드는 시의 힘..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