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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관적이고 따뜻한 자연주의자 Phil Coul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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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관적이고 따뜻한 자연주의자 필 콜터(Phil Coulter)
수없이 빛나는 켈틱 혹은 아일랜드 뮤지션들이 자연에 대한 찬미와 평화를 노래해왔다.
스콧틀랜드와 영국 웨일즈, 그리고 북프랑스의 브리타니와 함께 켈트 문화권을 형성하는 아일랜드의 문화적 코드는 진취성, 자연주의 그리고 노스탈지어다.
연중 추운 날씨가 불과 몇 달을 빼고는 지속되는 속에서 광활하고 거친 자연과 동화하고 사랑하는 아일랜드인들에게는 그래서 진취적이며 밝은 선율의 음악이 많다.

알탄(Altan)이나 클라나드(Clannad)와 같은 대표적인 아일랜드 포크그룹들이 그들의 조상들이 물려준 전통적이고 아기자기한 이야기와 멜로디에 여성성이 강한 동시대적 보편성을 부여했다면, 필 콜터(Phil Coulter)는 아일랜드의 자연과 역사가 갖고 있는 서사성을 피아노와 오케스트레이션이라는 커다란 음악의 화폭에 수채화처럼 편안하고 따뜻하게 그려내온 대표적인 뉴에이지 음악가다.



필 콜터(Phil Coulter)는 1960년대부터 켈트 문화권에서 사랑받아온 대중음악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 겸 프로듀서다.
60,70년대에 그는 유러비전 송 컨테스트에서의 많은 수상곡을 만든, 인기있는 대중음악 작곡가였다. 그러다 플류티스트 제임스 골웨이와 함께 작업했던 <겨울의 항해> 이후 조국 아일랜드의 포크음악에 대한 애정을 더욱 쏟아붓기 시작하여 켈틱 뉴에이지 음악의 장인으로 아름답게 변신했다.
그 덕분에 세계인들은 아일랜드의 아름다운 자연과 깊은 역사에 대해 쉽고 편안한 감성으로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미 환갑을 넘긴 노신사인 그는 1983년 이후 지금까지 변함없이 따뜻하고 안정감있는 켈틱 뉴에이지 음악의 명곡들을 그 자신의 창작과, 전통 민요의 재발견을 통해 창조해왔다. 그의 음악 속에 담긴 밝음과 편안함은 자연과 인간의 평화로운 공존과 절제된 휴머니즘을 함축한다.

이미 필 콜터는 2001년 국내에 소개된 앨범 Lake of Shadows를 통해 그가 자란 북아일랜드의 호숫가에 대한 기억을 묘사한바 있다.
성장기의 소중한 추억과 가족을 잃은 아픔을 고스란히 묻은 '그림자 호수'와 삶의 음영을, 서정적인 피아노와 물소리, 민요풍의 음악으로 세세하게 표현함으로써 초기와 변함없는 작풍을 보여주었다.
The Essential Collection은 그가 첫 앨범인 Classic Tranquility를 발표한 1983년 이후 십년 동안 발표했던 음악들 가운데서 발췌한 음악 모음집으로 그의 초기 음악세계를 재삼 반추해볼 수 있는 의미있는 음반이다.
그의 음악을 사랑하는 순박한 청중들을 꾸준히 매혹시켰던 매우 특별한 멜로디와 노래들임도 그는 밝히고 있다.


피아노 연주를 통해 들려주는 아일랜드 튠과 꾸밈없고 진중한 목소리로 노래하는 향수를 음미하노라면 필 콜터의 개인적인 취향이 보다 깊이 스며들어 있는 컬렉션임을 느낄 수 있다.
앞으로도 그 특유의 댄디한 중절모차림으로 모든 이를 편안한 아일랜드 자연 속으로 느긋하게 안내하는 음악공원 노신사의 모습은 변치 않을 것이다. 그 모습 안에 깃든 평화와 자연에 대한 찬미, 낙관적 미래관 역시도 더 은은한 맛을 더할 것이고......
- 강민석 (음악칼럼니스트, BBS-FM '세계음악여행' 구성 및 진행) -

아일랜드의 국민 아티스트 필 콜터

작곡가 겸 연주가인 필 콜터는 북아일랜드에서 두 번째로 가장 큰 도시이며, 명곡 ‘런던데리’로도 잘 알려진 데리(Derry)에서 태어났다.
콜터의 아버지는 경찰관이었지만, 음악을 무척 좋아해서 그의 집안에는 늘 음악적인 분위기로 가득했다고 한다.

어머니는 피아노를 연주하고 아버지는 옆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던 그의 가정의 음악환경은 어린 콜터의 가슴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필 콜터는 아버지와 즐거운 음악생활을 하던 어머니의 모습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데 어머니가 치던 업라이트 피아노(Challen Piano)는 어릴 때 그의 집에서 가장 중요한 가구 중의 하나였다고 회고한다.
성장기에 음악이 없는 삶을 살아본 시간이 거의 없었던 그였다.

성년이 되어 필 콜터는 벨파스트 퀸 대학에 진학했지만, 학업보다는 음악에 열중해 친구들과 밴드를 조직하고 록앤롤 음악을 연주하기를 즐겼다.
얼마 후 그는 ‘랙 데이(Rag Day)’ 두 곡을 녹음하여 주위에 자랑으로 내놓았고, 친구들과 글리 클럽(Glee Club)이라는 것을 조직해서 적극적인 음악 활동에 돌입했다.
벨파스트 극장 근처 비틀즈가 공연하고 있던 저녁에 800명의 학생들 앞에서 피아노 연주를 했던 경험은 지금 생각해도 정말 멋진 추억이라고 말한다.

1960년대 후반에는 스코틀랜드의 뛰어난 재능의 작곡가 빌 마틴(Bill Martin)과 유대를 맺고 활동했다.
두 사람의 작품은 금세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당겼다. 1967년 샌디 쇼의 유러비전 송 콘테스트 우승 곡인 ‘Puppet on a String’을 썼던 그들은 이 노래가 빅 히트하자 순식간에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되었다. 이듬해에는 클리프 리처드(Cliff Richard)의 노래 ‘축하합니다(Congratulations)’로 또 하나의 커다란 성공을 거머쥐었다.

두 사람의 인기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고, 콜터와 마틴의 공동작업은 15년 이상이나 지속되었다.
둘의 콤비 활동기간에 써낸 작품들은 다나(Dana), 리처드 해리스(Richard Harris), 그리고 엘비스 프레슬리의 손에까지(‘My Boy’란 노래) 건너갔고, 베이 시티 롤러스I(Bay City Rollers) 그룹에게 거의 모든 음악을 써주었던 사람들이 바로 필 콜터와 빌 마틴이었다.
1967년에는 시드 데일(Syd Dale), 조니 피어슨(Johnny Pearson), 조니 혹스워스(Johnny Hawksworth)와 함께 그 유명한 스파이더 맨 카툰의 부수음악을 만들기도 했었다.

한동안 필 콜터는 밤무대에서 활동했다.
그때 만난 친구들은 그에게 ‘쿨 필터(Cool Filter)’라는 별명을 만들어준 밴 모리슨을 포함하여, 톰 존스, 제리 리 루이스 그리고 롤링 스톤즈 같은 오늘날에는 너무도 유명한 아티스트들이다.
한편 필 콜터는 스코틀랜드의 연주가인 빌리 코놀리(Billy Connolly)와도 교류했었는데, 코놀리필 콜터 음악의 정체성을 재확인하게 하는 계기를 만들어주었다. 코놀리를 만난 이후 1970년대를 통해 콜터는 어린 시절의 꿈과 낭만 그리고 추억이 담긴 조국 땅의 음악, 즉 아일랜드 노래들에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필 콜터의 꿈틀거리는 재능은 그를 작곡가, 연주가뿐만 아니라 음반 프로듀서로서도 활동하게 만들었다. 그가 낸 괄목할만한 음반은 현대 아일랜드 음악에 중요한영향을 끼쳤던 Planxty의 앨범 세 가지다. 이 앨범들을 통해 보여준 콜터의 프로듀싱 능력은 관련 스탭들이나 전문 프로듀서들을 놀라게 했다. 그가 만든 음반들이 비록 Planxty의 빅히트 앨범 목록에는 들지 못했지만, 그것들은 뛰어난 음향기술과 음악적인 안목으로 만든 매우 높은 수준의 결과물들이었다.

약 20년 전쯤의 그의 명반들만을 경험해왔던 요즘 애호가들에게 필 콜터의 이미지는 뉴 에이지 피아니스트로서의 그것이 대부분이다.
사실 그렇다.
그가 솔로를 선언하고 활동하기 시작했던 것은 아일랜드 선율을 기초로 한 앨범, 클래식 트랭퀼러티(Classic Tranquility)란 독주 기악 앨범을 냈던 시점, 즉 1984년부터였다.
이 최초의 솔로 앨범은 출시되자마자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연이어 나온 고요한 바다(Sea of Tranquility)는 전작보다 훨씬 더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며 높은 판매고를 올렸다.

이 앨범은 아일랜드에서 두 번째로 많이 팔린 음반이라는 기록까지 가지고 있다.
1995년에 필 콜터는 아일랜드 럭비 풋볼 연맹으로부터 아일랜드 국가 럭비 연맹 팀을 위한 노래를 써달라는 요청을 받았는데, 그때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공화국 둘 다를 대표하는, 말하자면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노래로 썼던 노래가 바로 “아일랜드의 소명(Ireland’s Call)”이었다.
이 노래는 아일랜드 국민들의 가슴에 애국가처럼 각인되었다. 적어도 이 노래 발표 이후 아일랜드 국민들 가운데 그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깊어지는 가을!
Phil Coulter가 있어서 그렇게 외롭지만은 않는 가을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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