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음유시인 조지 윈스턴(George Winston).
1949년 미국 서부 몬타나에서 태어난 조지 윈스턴은 몬타나(그가 99년에 발표했던 앨범 'Plains' 역시 몬타나의 평원에 관한 앨범이다), 미시시피, 플로리다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벤처스(The Ventures), 부커 티 앤 더 엠지(Booker T. And The MGs) 등 연주음악을 구사하는 밴드들에 관심을 가지면서 전자 악기와 오르간을 연주하기 시작했던 그가 오늘날의 어쿠스틱 피아노를 연주하기 시작한 것은 그가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의 일이다.
72년에 'Ballad And Blues'란 솔로 데뷔앨범을 발표했으나 몇 년간 두문불출하며 전혀 활동을 하지 않았던 (그가 존경했던 피아니스트들에 비해 자신이 너무나 부족하다는 자괴감에 빠졌기 때문이었다는 설이 있다) 그가 다시 음악계로 돌아온 것은 70년대 말 무렵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아는 조지 윈스턴의 음악은 80년대에 시작되었다.
70년대에 미국 전통음악(포크, 랙타임, 블루스 등)에 대한 관심을 음악으로 표현했던 그는 80년대에 접어들면서 그가 자라왔던 자연의 느낌을 담아 보다 단순한 아름다움을 지닌 음악을 선보이기 시작한다.
뉴에이지를 대중화 또는 세계화 하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했던 윈드햄 힐 레코드사(Windham Hill Records)와 함께 그는 다시 스튜디오의 피아노 앞에 앉았으며, 'Autumn'('80)-'Winter Into Spring'('82)-'December'('82) 등의 계절 시리즈를 기다렸다는 듯이 연달아 발표하며 음악적/ 상업적인 성공을 동시에 거두게 된다.
'Autumn'과 'December"는 평론가들의 만점짜리 찬사와 대중의 사랑을 동시에 누렸던 조지 윈스턴의 대표작.
특히 'December"는
국내에서 10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경음악 시대" 이후에 공백기에 있던 연주 음악 시장에 새로운 공간을 창조해 냈다.
또다시 기나긴 공백기를 가졌던 조지 윈스턴은 91년 'Summer'를 발표하면서 계절 연작 시리즈를 마감했다.
새로운 출발선에 선 조지 윈스턴은 94년 'Forest'를 발표하며 그의 끊임 없는 자연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표현했고,
96년에는 그가 평소에 존경해 마지 않았던 미국의 재즈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빈스 과랄디(Vince Guaraldi)에 대한 오마쥬 'Linus & Lucy'를 발표했다.
몬타나의 자연을 연주한 'Plains'(이 앨범에는 한국 팬들을 위한 보너스 트랙으로 '아리랑'이 실리기도 했다)를 99년 발표한 이후 한동안 앨범을 발표하지 않았으나, 그의 대표작 'Autumn'과 'December'의 20주년 기념으로 보너스 트랙을 추가한 앨범이 발매되어 팬들의 아쉬움을 잠시 달래주기도 했으며,
2002년에는 그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던 도어스(Doors)의 음악을 피아노로 편곡한'Night Divides The Day'를 발표하여 호평 받았다.
그의 관심은 피아노에 그치지 않아서 자신의 레이블 '댄싱 캣(Dancing Cat)'을 통해 하와이전통 악기인 슬랙 키 기타(slack key guitar)의 명인들을 오늘날까지 발굴하여 앨범을 발표해오고 있으며 그 또한 때때로 슬랙 키 기타를 연주하기도 한다.
95년에는 영화배우 리브 울만의 나레이션이 담긴, 기타리스트로써의 앨범 'Sadako and the Thousand Paper Cranes('사다코와 천마리 종이학'의 사운드트랙)'를 발표하는 등 여러 사운드트랙과 프로젝트 앨범에 참여해 왔다.
조지 윈스턴의 음악적 궤적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자연과 추억을 담은 앨범. 혹은 자신의 음악에 영향을 준 뮤지션들의 곡을 연주한 앨범. 도어스와 빈스 과랄디의 곡을 연주한 앨범이 후자라면 사계 시리즈와 99년작 "Plains"는 전자에 속한다.
글 출처 : "뉴에이지 음악사랑"
뉴에이지 붐을 촉발시킨 뛰어난 피아니스트 조지 윈스턴
음악장르를 떠나 어떤 특정한 부류의 음악만 고집하는 사람들도 조지 윈스턴의 THANGSGIVING같은 곡을 듣고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또한 조지 윈스턴의 음악을 뉴에이지라는 장르에 극한시켜 조용한 피아노 소품정도록 가볍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조지 윈스턴의 극히 일부만을 듣고 있는 것이다.
그의 한폭의 풍경화같은 레코드 자켓에서 볼수 있듯이 조지 윈스턴의 음악은 맑고 깨끗하며 투명하다.
그리고 이것이 조지 윈스턴의 음악세계를 단적으로 드러내 주는 동기를 제공한다.
하지만 ECM레코드사의 재즈 앨범자켓이 깔끔하고 아름답다고 클래식 음반이 아닌 것처럼 조지 윈스턴의 피아노 곡이 비록 뉴에이지 스타일로 연주됐지만 그의 음악은 엄밀히 따져서 뉴에이지도 클래식도 아닌 재즈이다.
물론 즉흥성도 없고 스윙감도 없지만 초기 '발라드 & 블르스'의 앨범이 뚱보 재즈 피아니스트 팻츠웰러의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만 보아도 알수 있는 것처럼 조지 윈스턴은 위대한 재즈피아니스트이다.
윈턴 켈리의 브루지함이나 빌 에반스의 서정성과는 조금 틀리지만 조지 윈스턴의 터치에는 그 무엇으로도 형용할 수 없는 깔끔함이 베어 있다.
여기서 그의 음악에 좀더 쉽게 접근하기 위해"센티멘탈"로 유명한 클로드 볼링과 비교해 보기로한다.
우선 대머리에 피아노를 전공으로 하고 클래식과 재즈를 접목시킨 음악형식은 비슷하다.
하지만 클로드 볼링은 몸이 뚱뚱하고 클래식보다는 재즈풍의 연주로 일반인들에게 친숙하고 그의 특유의 스윙감은 플롯이나 여타 클래식 악기와 잘 어울려 독특한 감각을 자아내고 있다.
반면에 조지 윈스턴은 마른 체구에 조금 건조하다 싶은 터치로 사람의 기분을 차분하게 해주는 마약같은 성분을 가지고 있다.
음악에 관한 서적을 읽다보면 클로드 볼링은 주저없이 재즈피아니스트로 평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조지 윈스턴은 뉴에이지계의 최고 피아니스트로 알려졌을뿐 재즈와 연관지으려는 기사는 본적이 없다.
마일스 데이비스의 KIND OF BLUE 앨범에서 빌에반스의 연주에는 버드파웰의 연주처럼 스윙감이 풍부하지는 않다. 오히려 빌에반스의 음악은 클래식과 같은 깔끔함으로 일관하고 있다.
하지만 KIND OF BLUE 앨범에서의 빌에반스가 다른 피아니스트들 보다 스윙을 덜 한다고 해서 그를 재즈계의 이단으로 치부하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이 앨범을 재즈사의 획을 근 위대한 앨범으로 평가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윈스턴의 음악도 80년대 새로 나타난 스윙하지 않는 재즈일 뿐이다.
재즈에 꼭 베이스와 드럼이 들어가야 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조지 윈스턴의 투명한 피아노곡에 어울리지 않느다면 없어도 무관하다. 오넷콜맨의 프리재즈나 마일스의 퓨전재즈를 계승하는 80년대의 뉴재즈가 바로 조지 윈스턴의 뉴 에이지라는 재즈가 아닐까 생각한다.
혹자는 즉흥연주와 스윙이 없는 음악은 재즈가 아니라고 반문할 수도 있다.
오넷콜맨의 프리재즈가 세상에 처음 나왔을 때 비평가들은 "재즈는 죽었다."라고 말했고 현대의 일부 비평가들도 뉴에이지라는 장르를 가지고 '악마의 음악'이니 "사람을 나른하게 만든다"느니 하는 식으로 매도하고 있다.
하지만 30여년이 지난 지금 프리재즈에 대한 평가가 달라졌듯이 20년쯤후 재즈역사책에는 존콜트레인과 마일스 데이비스의 이름뒤에 조지 윈스턴의 이름이 더해 질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끝으로 조지 윈스턴에게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디셈버'의 성공이후 그의 음악이 매너리즘에 빠져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케니 지의 최근 발표 앨범을 들어보면 그 곡이 그 곡같고 재탕한 느낌이 드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윈스턴도 마찬가지로 무언가 새로운 감각이 부족하다.
존 콜트레인이 거장으로 인정 받았던 것은 그의 뛰어난 연주실력에 있던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자아발전의 노력때문이었다.
마일스 데이비스도 별로 뛰어나지 못한 연주실력에도 불구하고 최고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음악에 대한 열정과 탐구정신에 있다고 본다.
조지 윈스턴도
이제 다시 "발라드 & 블르스" 앨범의 신선함으로 돌아가는 것도 괜챦지 않을까?
거장의 거만함이나 오만함이 아닌 참신한 새내기의 입장에서 연주하는 또 한명의 존 콜트레인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