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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스타와 비행기 사고

오작교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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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컨트리 음악계의 스타 존 덴버가 지난 1997년 10월 12일 자신이 몰고 가던 경비행기 추락으로 사망해 충격을 주었다. 안타까움도 안타까움이지만 이 소식은 동시에 '유난히 팝가수들에게 비행기 사고사가 잦다'는 사실을 다시금 환기시킨다.

우리에게 근래 항공사고는 소름이 끼칠 정도의 끔찍한 사건이지만 팝가수들에도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사인으로 봐도 헤로인을 비롯한 '약물중독'에 이어 두 번째에 해당될 만큼 빈발하기 때문. 특히 굵직한 스타들이 비행기와 '악연'을 맺어왔다.

첫 번째 참사가 버디 할리(Buddy Holly). 순회 공연차 이동하다가 1959년 2월 3일 전세 비행기가 아이오와주 메이슨시 부근 상공에서 추락해 변을 당했다. 그의 나이 겨우 22세. '빈센트'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돈 맥클린은 1972년에 발표한 노래 '아메리칸 파이'에서 이날을 '음악이 죽은 날'이라고 했다.

이날 사고로 그 뿐만 아니라 리치 발렌스와 빅 보퍼 등 동료 뮤지션들도 목숨을 잃었다. 리치 발렌스는 바로 '라 밤바'를 부른 주인공. 죽었을 때 나이가 열일곱살 밖에 안 돼 버디 할리보다 더 비극적이었다.

다음이 오티스 레딩(Otis Redding). 흑인 솔 음악을 개척한 인물로 1967년 12월 10일 버디 할리와 마찬가지로 순회공연 도중 비행기가 위스콘신주의 매디슨 부근에서 추락해 사망했다. 나이는 26세.

죽기 3일전 녹음한 '만의 부두에 앉아 (Sittin` on the dock of the bay)'는 사후에 발표되자 마자 전미 차트 정상에 올랐다. 롤링 스톤즈를 비롯한 백인 로커들과 잘 어울려 음악에 록의 요소가 강하며 그 때문에 록 분야에서도 높이 평가받는 인물이다.


빡빡한 순회공연 일정상 비행기 이동 잦은 탓

자기 인생에 충실했던 싱어송라이터 짐 크로치(Jim Croce)도 1973년 9월 20일 루이지애나주 나치토체스에서 전세 비행기 충돌사고로 사망했다. '배드 배드 리로이 브라운(Bad bad Leroy Brown)'등 히트곡에서 기타를 쳤던 머리 뮤레이슨도 같이 죽었다. 짐 크로치가 죽은 뒤 발표된 '병 속의 시간(Time in the bottle)'이 차트 1위에 오르고 앨범 차트 5위안에 2장의 앨범이 동시에 랭크되는 등 '사후열풍'이 불었다.

70년대 미국 남부 록을 대표한 레너드 스키너드(Lynyard Skynyrd) 역시 비행기 추락으로 참변을 당했다. 멤버 로니 밴 잰트, 스티브 게인스, 캐시 케인스가 즉사하고 나머지 멤버들도 중상을 입는 대형사고였다. 이 바람에 그룹의 운명도 막을 내리고 말았다.

록 팬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전설로 추앙되어 '심플 맨(Simple man)', '정든 고향 앨러배마(Sweet home Alabama)'와 라이브 곡 '프리 버드(Free bird)'는 지금도 줄기차게 라디오 전파를 타고 있다.

미국 텍사스 출신의 카우보이 블루스 기타리스트 스티비 레이 본(Stevie Ray Vaughn)의 사망도 록 팬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던졌다. 순회공연중 1990년 8월 27일 헬리콥터 추락사했다. 그는 에릭 클랩턴을 이어 '백인 블루스' 분야에서 업적을 남긴 기타 명인으로 손꼽힌다.

'천국의 눈물'을 탄생시킨 아들의 죽음 이전 에릭 클랩턴의 역경으로 자주 언급되어온 '동료 뮤지션의 죽음' 부분에서 동료는 다름 아닌 스티비 레이 본이다.

비행기 추락사가 팝스타들에게 빈번한 이유는 순회공연의 빡빡한 일정으로 항공편 또는 전세 비행기 이동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버디 할리와 레너드 스키너드의 참변은 무리한 스케줄 강행에서 비롯되었다. 잇단 항공사고로 유명 팝스타들 가운데는 전세 비행기 이용을 기피하거나 아예 순회공연을 자제하는 사람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존 덴버의 경우는 좀 다르다. 공연 관련 비행사고가 아니라 스스로 조종사 자격증을 갖고 있을 만큼 선천적으로 '비행을 사랑한' 나머지 결국 그것에 생을 마감하게 된 경우. 그의 아버지가 공군조종사였다. 샌프란시스코의 몬터레이 북쪽 해안선 부근에서 추락한 당일기상상태도 좋아 이번 사고가 자체 제작된 경비행기의 결함에 의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존 덴버는 컨트리 음악을 대중화한 기수로 70년대 내내 국내에서도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고향의 시골길로 날 데려다 주오(Take me home country road)', '애니의 노래(Annie`s song)', '로키 마운틴 하이(Rocky mountain high)' 그리고 플래시도 도밍고와 부른 '아마도 사랑(Perhaps love)' 등이 애청된 주요 레퍼토리들. 그러나 그의 죽음은 팝스타 항공사고 역사의 페이지를 또 늘려야 하는 비극을 남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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