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퀸에 대한 한국인들의 편견과 오해 (1)
퀸이 활발히 활동하던 70, 80년대에는, 한국에서 외국 밴드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경로는 음반 해설지와 팝송잡지 뿐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왜곡된 정보가 활자화되면 그것이 끊임없이 재생산되어 나중에는 그것이 진실인 것처럼 잘못 굳어져버리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를 바로잡아 대중음악 팬들이 퀸에 대해 올바르게 알 수 있도록 돕고자 하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다. 첫 회에서는, 퀸에 관심 있는 음악 팬들이 흔히 갖고 있는 편견을 바로잡고자 한다.
가장 흔한 오해라면 우선 팀의 리더에 관한 것이 으뜸일 것이다. 프레디 머큐리가 퀸의 리더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퀸은 리더가 있어서 그가 중심이 되어 이끌어나가는 방식의 밴드가 아니었다. 결성 초기에 음악적 주도권을 쥐고 있던 사람은 오히려 브라이언 메이였고, 프레디는 프론트맨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히 임하는 과정에서 가장 주목받는 멤버가 되긴 하였으나, 밴드의 운영은 민주적이었다.
스튜디오에서 작업을 할 때에는 많은 언쟁이 빚어졌는데, 그것이 바로 밴드가 함께 음악을 만드는 민주적인 과정의 일부였던 것이다. 사람들의 오해를 바로잡기 위해, 한 인터뷰에서 프레디가 '나는 리더가 아니다. 나는 밴드의 리드보컬일 뿐이다'라고 강조한 적도 있다.
퀸의 현재 위상 역시도 많은 오해를 받고 있다. 아직도 조지 마이클의 퀸 가입설이 10년 전과 똑같은 형태로 떠돌고 있는가 하면, 92년의 프레디 머큐리 추모 공연 직후 밴드가 완전 해체한 것으로 믿고 있는 사람도 부지기수이다. 퀸은 프레디 머큐리가 세상을 떠난 지 4년 후, 다른 세 멤버가 그의 유지를 받들어 만든 신작 <Made In Heaven>('95)을 내놓았고, '97년에는 한 곡의 신곡을 포함한 편집앨범 <Queen Rocks>를 발매하기도 하였다. 현재까지도 공식해산을 발표하지는 않은 상태이고, 은퇴를 선언한 존 디콘이 빠진 상태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다른 두 멤버가 퀸의 이름으로 음반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 브라이언과 로저 테일러 두 사람이 하는 작업을 '퀸'의 것으로 인정하건 인정하지 않건 간에, 그 두 사람이 공동작업을 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고, 그들이 함께 공연하면 언론들이 거기에 '퀸'의 타이틀을 붙여 주는 것 역시도 틀림없는 사실이다.
다음으로, 그들의 성적 정체성에 관한 편견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멤버 전원이 동성애자이고, 결혼하지 않은 줄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꽤 있다. 사실, 이러한 오해는 사생활을 철저히 숨기는 퀸의 정책에 기인한 바가 크다. 어쨌거나, 진실을 말하자면 프레디는 남성과 여성 모두를 사랑할 수 있었던 양성애자임에 틀림없지만, 다른 멤버 세 명은 모두 한 차례 이상 결혼 경력이 있고, 남성과 스캔들이 난 적도 없다.
퀸 초기에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의도적으로 중성적 이미지를 표방하였는데 이것이 오해의 한 원인으로 보인다. 또, 'I Want To Break Free'의 뮤직 비디오에서 네 명이 여장한 것을 두고, 변태라느니 동성애자임을 자인하는 것이라느니 하는 식의 억측들을 많이 하는데, 그 뮤직 비디오는 단지 영국 유명 드라마의 패러디일 뿐이지, 멤버들의 성적 취향을 고백하는 다큐멘터리 비디오가 아니다.
그러한 추론방식은, 옥스퍼드를 수석 졸업한 로완 앳킨슨이 현실에서도 영화 속의 '미스터 빈'처럼 바보일 것으로 믿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뮤지션들의 사생활에 관심의 초점이 맞추어지는 것도 잘못이지만, 동성애자에 관한 편견이 묻어나는 이러한 생각 자체를 바로잡을 필요성도 느낀다.
뉴 에이지에 대한 모 종교계의 비판이 강하게 대두되던 90년대에 나돌던 설 가운데, '퀸은 악마 숭배자'라는 주장도 빼놓을 수 없다. 요즘에도 이러한 억지주장을 듣고 자신의 종교적 신념과 상충된다며 음악 감상을 꺼림칙해하는 계층이 있는데, 주로 어린 학생들이다. 퀸은 스트라이퍼(Stryper)가 아니다.
따라서 그들이 쓴 가사가 특정 종교의 경전에 부합하는 내용만으로 되어 있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 퀸이 기독교 신앙을 설파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불교 신앙을 설파하지도 않을 것이고, 악마 숭배 사상을 설파하지 않는 것은 더더욱 당연할 것이다. 프레디가 기독교도였다는 알려진 증거는 없지만, 그것이 그가 악마 숭배자라거나, 불교도, 혹은 회교도라는 증거가 될 수 없음도 물론이다.
백워드매스킹에 관한 소문은 유명한 뮤지션이라면 누구나 겪는 일일 것이고, 퀸도 예외는 아니다. 'Another One Bites The Dust'를 거꾸로 돌리면 '마리화나를 피는 건 재미있어'(It's fun to smoke marijuana)라는 메시지가 들린다는 얘기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끊이지가 않는다. 퀸은 이 소문을 부정해왔고, 일단의 퀸 마니아집단은 많은 토론 끝에 이 소문은 그것을 그 문구와 결부시켜서 듣기 때문에 생긴 오해라고 결론지었다.
퀸은 'A kind of magic', 'One vision', 'Flick of the wrist' 등 백워드 기법을 이용해 여러 곡을 만들었지만, 그러한 부분은 매우 명백히 드러나며 잠재의식에 작용하는 숨겨진 메시지를 넣어놓은 시도라고 볼 수는 없다.
세상에 알려진 유명한 음악인 브라이언 메이는 두 명인데, 이것은 초보 퀸 팬에게 종종 혼란을 불러일으킨다. 여러 영화음악을 담당한 호주 출신의 브라이언 메이가 만든 음악이 퀸과 관련된 것으로 오해받는 것이다. 호주 출신의 이 지휘자는 여러 영화의 음악을 맡았는데, 대표적인 것이 '매드 맥스' 1, 2편과 '나이트 메어' 6편(Freddy's Dead: The Final Nightmare)의 사운드트랙이다.
역시 초보 퀸 팬들이 흔히 겪는 오해 중 하나가, 퀸의 86년 작 <A Kind Of Magic>가 영화 <하이랜더>의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이라고 믿어버리는 것이다. 결론을 말하자면, 하이랜더의 공식적인 사운드트랙은 발매된 적이 없다. <A Kind Of Magic>의 수록곡 대부분은 영화에 나온 곡을 개작한 것들이다. 영화에 나온 오케스트라 음악을 수록한 <Highlander, the Original Scores>라는 제목의 '사운드트랙'이 있지만 그것은 퀸의 작품이 아니다.
<Made In Heaven>(95년)과 관련된 오해 또한 만만치 않다. 수록곡 모두 프레디가 죽기 직전에 노래한 것들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있다. 그러나 사실은, <Made In Heaven>의 수록곡 중 프레디가 <Innuendo>(91년) 이후 불러서 녹음한 곡은 'Mother love', 'You don't fool me', 'Winter's tale' 세 곡뿐이다. 다른 트랙들은 모두 80년대에 그가 불렀던 것들을 다른 세 명의 멤버가 편곡과 연주를 새로 하여 만들어낸 것들이다.
마지막으로, 퀸은 한국에 온 적이 없을 것이라는 오해가 있다. 퀸이 내한공연을 한 적은 없지만, 로저 테일러와 존 디콘이 84년 3월에 한국에 다녀간 적이 있다. 관광차 다녀간 것이긴 했지만, 어쨌든 내한한 적은 있는 셈이다. 퀸의 공식 전기에도 이 사실이 기록되어 있고, 당시 국내음악잡지에 퀸 내한 특집기사가 실리기도 하였다. 다음에는 퀸 관련 음반 해설지의 오류를 지적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