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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곡을 표절했다는 오명을 쓴 작곡가

오작교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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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발디는 『사계』라는 유명한 작품이 잇는데도 ‘과연 훌륭한 작곡가가 맞는가?’라는 날카로운 비평의 도마에 자주 오르내리곤 합니다. 왜 이런 이야기가 나왔는지 찬찬히 살펴볼까요? 

   베네치아 피에타 보육원에 부임한 비발디는 그곳에서 삼십 년 정도 근무하는데, 이 시기에 대표곡을 거의 다 작곡합니다. 편성이 크고 쓰는 데 힘이 많이 들어가는 협주곡만 500곡 이상 남길 정도로 작곡 속도가 엄청나게 빨랐다고 해요. 그러니까 걸핏하면 ‘신곡 발표!’ 그리고 얼마 안 가서 ‘짠! 나 또 썼다! 또 발표한다!’ 이런 식이었던 거죠. 이것만 보면 ‘역시 천재구나, 세상에 대단한 사람이 너무 많아.’라고 생각할 것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비발디에게 다작(多作)은 그다지 좋은 수식어가 아니었어요. 짧은 기간에 너무 많은 곡을 썼기 때문일까요? 새로 쓴 곡들이 전에 발표한 곡과 비슷한 경우가 많아서 <자기 곡을 표절하는 작곡가>라는 부끄러운 별명을 얻게 됩니다. 

   몇 곡 비교해볼까요? 비발디의 작품 번호은 Op, 말로 R.V,라는 <뤼옴 번호>로도 분륲하는데 편의상 R.V,를 사용하겠습니다. 

   첫 번째로 살펴볼 표절곡은 R.V.179의 3악장과 R.V.180의 1악장 일부분입니다. 악보만 봐도 멜로디가 아예 똑같은 것을 알수 있죠? 음악을 감상해 보시면 화성 진행 방향 또한 똑 같습니다. 



   도입부가 유사한 곡도 많은데, R.V.459번의 1악장과 3악장은 대놓고 똑같아요. 한 곡에서 꼭간은 악장이 반복되는 것을 작곡가가 인지하지 못했던 거죠. 뭐 같은 사람 머리에서 나온 거니까 어쩔 수 없다 싶으면서도 씁쓸한 마음이 드는 것은 기분 탓일까요? 

   최근 대중음악에서도 이런 경우를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너무 비슷한 분위기의 곡들이 쏟아지다 보니 ‘어? 이거 그 작곡가가 썼나 보다.’ 생각하고 찾아보면 맞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이런 식의 자가 복제는 작곡가의 몸값을 단기간에 올려 줄 수는 있지만, 길게 보면 창작자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기 때문에 꼭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그래서 이렇게 대중적인 클래식 곡을 남긴 비발디도 ‘자기 표절’이라는 오명을 피할 수 없게 된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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