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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스타코비치 피아노 협주곡 제1번 다단조 Op.35 / Argerich, piano

오작교 3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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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stakovich Concerto in C minor for Piano Op.35


Martha Argerich, piano
David Guerrier, trumpet
Gabor Takacs-Nagy, conductor
Verbier Festival Chamber Orchestra

 

 

쇼스타코비치의 피아노 협주곡 1, 2번은 그의 음악 중에서는 가장 밝고 즐거운 편에 속한다. 늘 무겁고 영웅적이고 장대하고 비감한 곡들과는 달리 유쾌, 발랄, 쾌활, 장난스러운 면이 많다. 비슷한 시기를 살았던 프로코피예프의 익살스러운 정서와 유사하다.


피아노 협주곡 1번은 유명한 오페라 '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을 완성한 후에 작곡되었으며 젊은 날의 작곡가의 패기와 장난스러운 치기와 유쾌함이 보이는 곡이다. 어떻게 보면 여러 작곡가들을 연상하게 하는 멜로디와 구성들을 만화경처럼 재구성했다고 말할 수도 있는데 잘 듣다 보면 그 작곡가들이 떠오른다. 전통적인 구성을 깨고 4악장으로 작곡되었으며 피아노 협주곡이 아니라 피아노와 트럼펫을 위한 협주곡으로 정상적인 것은 아니다.


1악장은 서커스 같이 떠들썩하고 쾌활한데 첫 부분에 트럼펫이 길게 한번 울부짖은 후에 피아노에 의해 주도된다. 잠시 조용하게 흐르다 바로 뮤트된 현악기의 의문에 찬 멜로디가 진행되는데 그걸 막으려는 듯이 피아노가 거칠게 나온다. 피아노와 뮤트된 현악기가 서로 으르렁대는데 곧 이어 행진곡풍으로 같이 진행한다. 참고 있던 트럼펫이 여기서 다시 나오는데 효과가 대단하다. 이 악장에서 우리는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 협주곡을 들을 수 있고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도 들을 수 있고 괴기스럽고 익살스러운 스트라빈스키의 영향을 들을 수 있다.

 


2악장 렌토는 서정적이며 비감에 가득 차 있다. 역시 뮤트된 현악기군이  나즈막하고 미스테리한 긴 멜로디를 연주한다. 피아노가 거의 독주로 무거운 짐을 지고 힘들게 뚜벅뚜벅 걷는 것 같은 멜로디를 연주하는데 그리스 비극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잠시 항거하듯이 빨라지고 강해지지만 원점으로 회귀한다. 비극적 영웅의 고난을 지켜보며 위로하는 듯한 보드랍고 아스라한 현의 아우라를 뚫고 갑자기 금속성의 빛나는 트럼펫이 슬픈 선율을 연주한다. 피아노가 이어 받고 다시 두악기가 대화하는 듯이 주제 선율을 연주한다. 다시 현이 이어받고 피아노가 잠시 비상하지만 땅으로 잦아들며 무거운 침묵이 흐른다.


3악장은 무거운 침묵 속에 갑자기 빠른 리듬이 피아노와 현악기에 의해 발작적으로 출현하는데, 어떻게 보면 분노에 찬 악장 같기도 한데 해설에 의하면 베토벤의 ' 잃어버린 돈에 대한 분노'와 당시 유행하던 영국민요 ' 불쌍한 제니가 울며 앉아있네'의 멜로디를 차용한 것이라고 한다. 외국인이라 그런 것 까지는 모르겠으나 웬지 시대와 풍이 다른 음악이 짜집기 되어 있다는 것 까지는 느낄 수 있는데 그런 낮설음과 엉뚱함이 오히려 재미있다. 트럼펫과 피아노의 연주가 익살스럽다. 프로코피예프의 교향곡을 듣는 느낌이다.


4악장은 휴지부 없이 연결된다. 역시 쾌활하고 갑자기 밝아지는데 하이든을 인용한다. 분위기도 고전주의적이며 안정적인데 트럼펫이 장학퀴즈의 시그날 곡과 비슷한 선율을 연주한다. 그야 말로 다른 분위기와 다른 풍들의 짜집기이며 칼레이도스코프인데 익살스럽고 재미있다. 피아노는 타악기처럼 두드려지는데 도마위에서 칼질하는 기분이다. 프로코피예프 풍이라는 것을 절대 지울 수가 없다. 타악기처럼 두둘겨 대는 피아노의 반주위에 트럼펫이 익살스럽게 노니는데 거쉬인도 연상된다. 재즈풍의 비트도 나오는데 그야말로 만물상이다. 한 악장에 하이든, 거쉰, 프로코피예프의 유령이 출현한다! 이 모든 어둠아 물러가라 하듯이 힘차고 밝은 트럼펫의 환호로 곡을 맺는다.


자신이 피아노의 비르투오조이면서도 역설적이게도 피아노를 위한 곡은 비교적 적게 작곡했다. 피아노협주곡 1번은 그 중에서는 가장 많이 연주되는 곡으로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협주곡 3번과 여러 면에서 비슷한 운명이다. 실재로도 영향받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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