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러 교향곡 제3번 라단조
Symphony No.3 in d minor
Claudio Abbado, conductor
Lucerne Festival Orchestra
작품의 배경 및 개요
말러의 교향곡 제3번은 자연을 담으려는 노력으로 완성된 곡이다. 1895년 작곡된 이 곡은 원래의 곡명도 ‘牧神’ 또는 니체를 따라, ‘쾌락의 과학’, ‘한여름 아침의 꿈’ 등 교향곡 표제로도 고민을 한 곡이다. 뿐만 아니라, 곡의 길이도 그가 만드 교향곡 중 가장 길다. 그만큼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던 것이다.
그리고 이 곡을 만들던 시기에 말러는 함부르크 오페라의 지휘자로 매일 밤 새로운 신곡 소개와 연주 등 정신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기 때문에 도저히 시간을 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여름 휴가기간을 이용하여 작곡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 곡도 여름 휴가기간에 오스트리아의 산간 마을인 쉬타인바흐의 별장에서 작곡에 집중하여 완성하였다.
한편 말러의 제자인 브루노 발터가 말러의 편지를 받고 쉬타인바흐를 방문했는데, 발터가 이곳의 절경에 취해 넋을 놓고 있자, 말러는 “뭘 그렇게 바라보나. 이 모든 절경들이 이 곡 속에 다 있다네.”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만큼 말러는 이 곡 속에서 자연의 모든 것을 담아내려고 노력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그대로 말러의 천국관으로 이어지는데, 제4악장에서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인용하고 있는데 이를 인용한 것은, 말러가 이 곡에서 주장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결국 이것이 발전하여 곡의 모든 중심사상은 천국으로 귀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5악장의 “천사가 나에게 말하는 것(성찰)”을 통해 고백하게 하고, 6악장의 “사랑이 나에게 말하는 것”에서 베드로의 회개 부분에서 절정에 이르게 된다. 따라서 이 곡은 자연에서 시작하여 종국적으로는 천국으로 이어지는 말러의 세계관으로 귀결되고 있는 것이다.
이 곡을 작곡하던 1896년 11월, 말러는 친구이며 평론가인 ‘리하르트 바이크’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게는 언제나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되는 것인데, 사람들은 자연에 대해 말할 때, 꽃이나 작은 새나, 소나무 숲의 풍경만 떠올린다. 그 누구도 디오니소스 神이나 위대한 牧神을 알지 못한다. 그것이다. 표제가 있다. 즉, 어떻게 내가 음악을 만들었는가 하는 범례다. 어디에서도 그리고 언제나, 그것은 단지 자연의 소리다.”
라고 말하고 있다.
아울러 이 곡에서 자연을 사랑한 말러의 고뇌가 읽혀진다. 그래서인가, 각 악장의 소제목들도 ‘판이 깨어난다 여름이 나에게 말하는 것’, ‘들판의 꽃들이 나에게 말하는 것’, ‘숲 속의 동물들이 나에게 말하는 것’, ‘밤이 나에게 말하는 것’, ‘천사가 나에게 말하는 것’, ‘사랑이 나에게 말하는 것’ 등 다분히 상징적이면서 동시에 은유적인 제목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곡의 내용도 <자연, 고뇌, 천국>이라는 말러의 독특한 작품성이 나타나는 것이다.
곡은 알토독창, 어린이합창, 여성합창이 이러한 내용을 노래한다. 말러는 이 곡에서 필요한 음악효과를 고려하여 연주자와 합창단의 위치 지정 등 자연을 묘사하려는 세심한 고민의 흔적이 보인다. 또한 1악장에서는 갑작스러운 행진곡이나 빵파레를 넣는 등 시시각각 변하는 여름을 곳곳에서 묘사하고 있다. 초연은 1902년 6월 12일 말러의 지휘로 있었다.
작품의 구성 및 특징
1st Kraäftig. Entschieden "Pan Awakes, Summer Marches In"
제1악장은 전곡의 1부에 해당하는 곡이다. 독일어로 '힘차고 단호하게'로 지시되어 있다.
“판이 깨어난다. 여름이 다가 온다.”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먼저 8대의 호른이 제1주제를 시작한다. 이어 행진곡풍의 리듬이 금관과 타악기의 연주로 시작된다. 우렁찬 행진곡은 당대의 평론가들과 청중들을 향해 비루함을 벗어버리라는 말러의 외침으로 들린다.
이어 곡은 여름이 가까워진 숲의 정원을 묘사한다. 호른이 제1주제의 동기를 사용하여, 계속 제2주제를 연주하기 시작한다. 흥분이 가라앉으면 제3주제부로 들어간다. 이는 잠을 깬 ‘목신’을 의미한다. 작은 새들과 동물들의 울음소리 비슷한 음형이 이어진 후, 다시 행진곡 리듬이 조용히 그러나 무겁게 나타난다. 그리고 그 위에 제시된 주제가 차례로 나타난 후, 클라리넷이 제4주제를 연주한다.
여기서 하프의 글리산도 주법이 나오면서 밝고 강렬하게 제시부를 마무리한다. 발전부는 다채로운 효과를 발휘하여 나타나는데, 여기서는 제3주제의 잠을 깬 ‘목신’의 주제와 클라리넷으로 연주되는 제4주제가 결합한다. 이어 목관악기의 선율이 제1주제를 다시 연주하면서 트럼본이 대위법적으로 함께 연주된다. 이렇게 각 주제를 대위법적으로 결합해서 쌓아올린 뒤, 점차 약해지며 악기수도 감소하는데, 나중에는 작은 북만 남게 된다. 이어지는 재현부는 제시부보다 축소된 형태로 나타나고, 후반에는 이것이 크게 고조되어 하프의 글리산도가 연주된 후 열정적인 코다로 이어진 후 마감된다.
2nd Tempo di Menuetto, Sehr mäßig "What the Flowers on the Meadow Tell Me"
제2악장은 미뉴엣으로 ‘매우 부드럽게’로 지시되어 있고, “들판의 꽃들이 내게 들려주는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부드럽고 우아한 악장이다. 로코코풍의 우아한 선율이 부드럽게 시작된다. 여기서부터 제2부가 시작되는 것이다. 3부 형식의 이 악장은 오보가 한가롭게 주요주제를 연주하면 다른 악기들이 이것을 차례로 모방한다. 이어 화려한 경과구를 지나 바이올린이 재현되고 제2트리오는 오보에와 클라리넷에 의해 재현된다. 이어 플룻과 비올라로 주요주제가 나타난다.
3rd Comodo. Scherzando. Ohne Hast "What the Animals in the Forest Tell Me"
제3악장은 ‘서두르지 말고’로 지시되어 있다.
말러의 연가곡 중 ‘여름에 헤어짐’을 바탕으로 한 스케르초를 닮은 3악장이다. 부제는 “숲의 동물들이 내게 들려주는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곡은 위상차를 이용하여 무대 뒤의 우편마차 나팔이 아름다운 삽입곡을 들려준다. 이 악장은 또한 ‘소년의 마술 뿔피리’에서 가사의 소재를 가져왔다. 그 중 가곡집 <젊은 날의 노래> 제11곡 ‘여름의 작은 새는 바뀌고’를 인용하고 있다.
이 가곡은 “뻐꾸기는 수양버들 동굴 속에 빠져 죽었다. 휘파람새는 푸른 가지에서 울면서 이제 우리들을 즐겁게 해주리...”라는 내용의 가사를 가진 곡으로 자유로운 3부 형식이다. 먼저 피콜로가 사랑스런 주제를 연주하면 목관악기들은 새소리를 들려준다. 이어 포스트호른이 트리오의 주제를 연주한다. 이 부분은 말러가 소년 시절 들었던 뿔피리의 음향과 관계가 있다고 한다. 후반에는 오스트리아 군대 리듬이 들려오고, 이것을 경과부로 스케르초를 자유롭게 재현시킨 후 포스트호른 연주가 다시 들려오고 코다에서 강렬하게 마친다.
4th Sehr langsam. Misterioso "What Man Tells Me"
제4악장은 ‘아주 느리게 신비스럽게’로 지시되어 있다. “밤이 나에게 말하는 것”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악장이다. 신비로운 분위기의 이 악장은 알토 독창자가 니체의 글을 낭독하면서 시작된다. 아늑한 서주 후, 니체의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제4부 취가의 끝 부분 자라투스트라의 윤창을 낭독한다. “오! 인간이여 조심하라. 한밤중에 무엇을 말했는가. 나는 자고 있었다. 깊은 잠에서부터 깨었다. 세계는 대낮에 생각한 것 보다 깊다. 오! 인간이여 깊도다, 그 번민은 깊도다. 쾌락은 마음의 상처보다 깊다. 번민은 멸망하라고 말한다. 그러나 모든 쾌락은 깊은 영원을 바란다.”를 부른다. 후반은 현악기로 조용히 사라지는 듯 하다가 다음 악장으로 이어진다.
5th Lusig im Tempo und keck im Ausdruck "What the Angels Tell Me"
제5악장은 ‘활발한 속도로 대담하게’로 지시되어 있다. “천사가 나에게 말하는 것”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어린이 합창이 무대의 높은 곳에서 종소리를 모방한 ‘빔밤’을 노래한다. 여기에 여성합창이 따라 나오고, 알토 독창이 이어진다. 이 노랫말은 <소년의 마술 뿔피리> 제11곡 중 ‘세 천사가 노래한다’에서 취한 시에 곡을 붙인 것으로 어린이 합창단이 노래를 부르며, 알토 독창자는 ‘천사가 내게 들려준 이야기’를 들려준다.
하지만 우아하고 아름다운 성악성부(독창이나 합창)는 없고 관현악 파트만 연주하는데, 이는 말러의 가장 원대한 비전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내용은 “세 천사가 즐겁게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천상에서 그것은 기쁘고 행복하게 울렸다. 그리고 그들은 기쁨의 환성을 올렸다. ‘페텔스’는 무죄라고, 그리고 주 예수가 식탁에 앉으시어 12명의 젊은이들과 성찬을 함께할 때...”가 묘사된다. 밝고 즐거운 악장으로 마지막 여성합창도 어린이합창과 함께 ‘빔밤’을 부드럽게 노래하며 다음 악장으로 이어진다.
6th Langsam. Ruhevoll. Empfunden "What Love Tells Me"
제6악장은 ‘느리고 평온하게’로 지시되어 있다. “사랑이 나에게 말하는 것”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자유로운 론도풍 악장으로 감정을 풍부하게 연주된다. 현으로 조용히 주요 주제가 연주되면, 말러 특유의 명상적인 현의 선율이 비단결처럼 곱게 이어진다. 이어 목관악기가 가세하고 부주제가 나타나는데, 여기에 제1악장의 선율이 얽히면서 새로운 대위법을 동반한 바이올린으로 주요주제가 재현된다. 후반부는 정열적인 클라이맥스를 구축하며 다시 한 번 1악장의 코데타 동기가 더해지면서 장대한 정점으로 끌어올린다.
여기에 금관악기가 주요 주제를 등장시키면서 부주제와 다시 얽히면서 최후의 대미를 빛나게 장식한다. 말러는 이 악장에 대해 “사랑이 나에게 말하는 것”이라는 표제를 붙였는데, 이는 다른 말로 하면 “신이 나에게 말하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신은 오로지 사랑이고, 결국 자연에서 시작된 음이 신의 사랑에 이르기까지 높아져 간다는 그의 사상이 정리된 악장으로 이해할 수 있다. 결국 이 악장에서는 신의 사랑으로 나아가는 인간을 묘사한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