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익은 누구인가?
가장 한국적 정서를 노래하는 그는 사실 대단한 페미니스트다. 열살 연하의 아내 고완선에게 ‘백년가약서’를 자필로 쓰고 대청 마루에 액자로 걸어 누구나 볼 수 있게 했다.
‘하늘 고완선과/땅 장사익은/금후 100년 동안/항상 사랑하고 존경하고/늘 행복함을 유지키로/서약을 씁니다’
한마디 말이 꼬리처럼 붙어 있다.
‘단, 100년이 경과 후에는 영원으로 계약 조건을 변경합니다’. .
이름 그대로, 생각의 날개(思翼)를 타고 그는 세계를 유랑할 것이다. 인터뷰 중 안산 시립 국악 관현악단에서 가야금을 탄다는 며느리의 이름 등을 시시콜콜 챙기려는 기자 버릇이 나오면 그는 특유의 촌철살인으로 묻는 이를 머쓱하게 한다.
“쪽팔려”. 광수(28ㆍ국립국악관현악단 대금), 영수(26ㆍ목원대 국악과 4학년) 등 두 아들을 소개하다 안산시립국악관현악단에서 가야금을 탄다는 며느리의 이름을 묻는 질문을 받고도 예의 “쪽팔려”다. 잔뜩 긴장한 사람을 눙치는 재주에는 당할 자 없다.
“이 차 좀 드세요. 좋은 차유.” 또 한 잔 하지 않을 수 없다.
사람의 눈은 새것을 찾지만 귀는 옛것을 찾는다 하였는가 ?
어디에선가 들어본 적이 있는 곡조에 그의 쉰 목소리는 오랫동안 잊었던 무엇을 찾게 한 듯 환상에 젖게 한다. 사람들은 쉽게 말한다. 대중음악이 뭐 그리 감동적이겠냐고 ? 천만에 말씀이다.
친근한 동네 아저씨 같은 인상의 장사익은 세속의 영달로부터 초연한 가객의 혼을 담고 있다.
그런 그의 노래를 듣고 나면 머리끝 한쪽이 시려오거나 가슴에 구멍이 뻥 뚫리는 느낌이 든다.
신선한 삶의 체험이 노래에 묻어 나오기 때문이다. 그의 목소리에는 우리가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세속의 영달로부터 초연한 봉건시대 가객의 혼이 깃들여 있다.
하나 하나의 음과 낱말을 포착하는 기백은 어떤 탁월한 록 보컬리스트도 범접하기 어려운 경지이며 여음과 여음 사이를 절묘하게 떠다니는 표현력은 어떤 절세의 재즈 보컬도 무력하게 한다.
그의 탁음은 민중들의 정서를 대변한다.
결코 귀족의 음악이 될 수 없음을 우리는 그의 노래를 한 번만 들어도 금새 알아 차릴 수 있다.
대중음악으로 그 만큼 폭 넓은 음색과 영역을 갖는 가수는 그리 흔하지 않다.
대개 그러한 가수의 노래는 [기법]이 아닌 [생활]이기에 생명력도 긴 편이다. 등등....
그의 음악이 감동적인 것은 한국적이기 때문이다
그가 장타령을 부르든 혹은 귀에 익은 대전불루스를 부르든 장르에 상관없이 감동적인 이유는 노래의 전달이 가장 한국적이라는데 그의 카리스마가 있다. 들려주는 노래와 혼자 즐기는 노래의 차이라 할까? 듣고 나면 - 적어도 40 대 정도의 나이들은 - 다들 미치겠다고 한다.
왜일까? 그의 노래는 우리에게 무엇일까?
충남 광천땅 촌놈 장사익이 우리에게 메시지처럼 들려준 그의 노래 [하늘가는 길]은 상여소리를 재해석한 노랫말이고 그의 노래곡조를 더욱 신명나게 만드는 장본인은 빡빡 머리 피아니스트 임동창이다. 옛말에 이르길 [일고수 이명창]이라 했던가 ? 아마도 이런걸 두고 하는 얘기리라. 사익은 동창을 장난스레 [똥창]이라고 부른다는데 웬지 웃음이 나온다. 똥창이라....
70 년대 초 신중현이란 걸출한 뮤지션이 작곡하고 김추자라는 가수가 불렀던 [님은 먼곳에]라는 노래를 조통달씨 아들 조관우가 재해석해서 불러 장안의 화제가 되었다. 이 노래를 [장사익 버전]으로 들어 보면 완전히 노래의 의미가 달라져 버린다. 참으로 곡할 노릇이다. 같은 노래를 누가 어떻게 부르느냐에 따라 그 감흥이 다르니 말이다.
그것은 그가 한국적(?)으로 노래하는 소리꾼이기 때문이라는 표현외에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