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보다 더욱 빛난 시그널 뮤직이 있습니다. MBC 표준 FM에 “별이 빛나는 밤에”에서 매일 밤 들었던 곡은 프랑크 푸르셀(Franck Pourcel)이 연주한 “Merci Cherie”였습니다. 이 곡은 제가 1960년대 말 처음으로 “별이 빛나는 밤에”를 맞으면서부터 제법 오랫동안 프로그램의 신호음 역할을 했지요.
MBC-FM에서 방송되었던 “밤의 디스크 쇼”는 역시 프랑크 푸르셀의 “Adieu! Jolie Candy”를 1981년부터 매일 밤 들을 수 있었습니다.
“Merci Cherie”는 1969년 5월, 제11회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의 우승 곡으로 오스트리아 출신의 우도 유르겐스(Udo Jurgens)가 노래로 불렀던 곡이지요. 사랑은 이미 끝났지만 아름다운 추억을 남겨준 연인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는 마음을 담고 있는 노래입니다.
“고맙습니다. 연인이여!”라는 우리말 제목으로 방송에 소개된 이 노래를 당시 우도 유르겐스는 독일어로 노래했지만 유감스럽게도 그 디스크가 훼손되는 바람에 저는 갖고 있지 않습니다.
이것을 프렌치 팝의 일인자 프랑크 푸르셀이 편곡하여 환상적인 연주를 들려주었지요. 편곡에 따라서 원래 음악이 얼마나 더 아름답게 변할 수 있는가를 여실히 증명한 대표적인 곡이지요.
멜로디를 창작해 내는 작곡자의 중요성을 모르는바 아니지만, 작곡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보다 편곡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의 수명이 더 짧다는 얘기는 어떤 의미를 지닐까요.
“Adieu! Jolie Candy”는 샹송 가수 장-프랑수아 미카엘(Jean-Francois Michael)이 노래로도 발표했지만 프랑크 푸르셀의 완벽한 연주에 압도되고 말았습니다.
물론 모든 프로그램이 그렇습니다만 담당 PD에게 시그널 뮤직에 대해서 궁금하게 생각하며 물어오는 청취자가 많습니다. 그런데 “Adieu! Jolie Candy”의 경우는 디스크가 보급되지 않은 관계로 더더욱 오랫동안 많은 사람의 질문을 받았습니다. 저도 오직 두 장짜리 LP 앨범으로 보관하고 있을 뿐이었습니다만....
프랑크 푸르셀의 특징은 현악기가 멜로디를 리드하고 가벼운 비트가 멜로디를 받쳐주는 형식을 자주 취합니다.
1970년대 프렌치 팝의 대표주자로 떠오른 그는 클래식의 명문으로 알려진 파리 음악원 출신입니다. 클래식의 품위를 견지하며 연주하는 그 우아함은 한때 프랑스는 물론 전 유럽 최고의 악단으로 군림했습니다.
프랑크 푸르셀 외에 프렌치 팝을 이끌어온 명장들은 폴 모리아(Paul Mauriat), 피에르 포르트(Pierre Porte), 프란시스 레이(Francis Lai) 등이 있지만 이들은 프랑크 푸르셀보다는 조금 늦게 출발했지요.
구할 수만 있다면 프랑크 푸르셀의 연주 디스크는 어떤 것이든 여러분을 환상의 세계로 안내할 게 분명합니다.
글 출처 : 팝송은 죽었다(이종환, 리즈앤북)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