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Treno Fevgi Stis Okto / Agnes Baltsa

To traino feygei stis ochto
Taxidi gia tin Katerini
Noemvris minas den tha meinei
Na mi thymasai stis ochto
Na mi thymasai stis ochto
To traino gia tin Katerini
Noemvris minas den tha meinei

Se vrika pali xafnika
Na pineis oyzo stoy Leyteri
Nychta den thartheis s alla meri
Na cheis dika soy mystika
Na cheis dika soy mystika
Kai na thymasai poios tha xerei
Nychta den thartheis s alla meri

To traino feygei stis ochto
Ma esy monachos echeis meinei
Skopia fylas stin Katerini
Mes tin omichil pente ochto
Mes tin omichil pente ochto
Machairi stin kardia soy ekeini
Skopia fylas stin Katerini 


대화 도중 그리스라는 나라가 등장하면 여지없이 고(故) 이봉조 형의 코미디가 생각납니다. 1971년에 발표한, 이봉조가 작곡하고 현미가 노래한 "별"의 원래 제목은 "별이 빛나는 밤에"였는데, 다른 방송사에서 그 제목으로는 방송하기가 곤란하다는 의견을 받아들여서 제목을 "별"로 바꾼 그리스 가요제 출품작입니다.

이봉조는 가요제 출연을 위해 그리스를 두 번 다녀왔습니다. 첫 번째 방문했을 때 호텔 기념품 가게 아가씨가 너무 예뻐서 정중하게 데이트를 신청했는데 아가씨는 데이트를 거절하면서 다음번에 그리스에 오면 그 때는 데이트에 응하겠다는 대답을 했다고 합니다.

두 번째 방문 때 이봉조는 절친한 의사를 만나서 그리스 아가씨 얘기를 하고 적절한 약을 처방해 줄 것을 부탁했습니다. 의사는 그런 약은 지어줄 수 없다고 거절했지만 너무나 집요한 이봉조의 부탁을 끝내 거절하지 못하고 하얀 가루약을 지어 주었습니다. '절대로 한번에 다 쓰지 말라. 큰 일 난다.'라는 주의 사항과 함께 말입니다.

그리스에 도착한 이봉조는 아가씨를 호텔에서 만났고 두 사람은 맥주잔을 놓고 마주 앉았습니다. 아가씨가 잠시 자리를 뜬 사이 한국에서 가지고 온 하얀 가루약을 아가씨 맥주잔에 조금 풀어 넣었지만 잔을 비운 아가씨는 아무런 방응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봉조는 두 번 세 번에 걸쳐서 결국은 그 약을 모두 맥주잔에 쏟아 부었지만 아가씨는 미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한국에 돌아와서 의사를 만나서 항의하니까 의사가 하는 말, "그거 미원이었어, 아지노모도 몰라?"

물론 사람들 웃기는데 전재였던 이봉조의 꾸며낸 얘기였습니다.

그리스.
동족상잔의 내전이 있었고 터키의 침략, 나치 독일의 침략 그리고 미국과 영국의 내정간섭하며 군사 쿠데타에서 독재에 이르기까지, 그리스의 20세기 역사는 우리와 닮은 부분이 참 많습니다.

독재정권이 들어서면 어느 나라나 비슷한 상황이 벌어집니다. 우선 가혹하리만치 엄격한 언론과 예술 검열은 권력을 등에 업은 채 폭력 이상의 공포로 한 시대를 침묵시키고 예술은 도피처를 찾아 지하로, 지하로 숨어듭니다. 독재자의 하수인들은 눈을 부릅뜨고 영화나 노랫말을 검열합니다.

그러나 예술인들은 노랫말의 행간 행간에 은유와 상징을 담아 은근히 항거하거나 아니면 제 3국에 망명해서 저항의 몸짓으로 독재자에 대항합니다. 군사정부에 체포되어 1967년 구속된 작곡가 Mikis Theodorakis의 작품은 당연히 연주, 방송, 발매금지가 되었고 집에서 레코드로 듣는 것조차 금지되었습니다.

그리스의 국민적인 가수로 평가받은 Maria Farantouri는 그의 투옥에 호소한니다. Maria Faratouri의 앨범 "Ligo Akoma"는 "To Treno Fevgi Stis Okto(열차는 여덟시에 떠나고)"를 비롯한 거의 모든 작품들이 군부독재에 항거하는 내용들로 짜여져 있습니다.

원래 우리가 들었던 그리스의 음악은 대표적인 것이 Melina Mercouri의 "Never On Sunday"와 안소니 퍼킨스 주연의 영화 "Phedra"의 주제음악 정도였습니다. 물론 "Phedra"도 Mikis Theodorakis의 작품으로 그는 이 영화 음악을 담당하면서 세계적인 영화 음악가로 군림했습니다.

그러다가 최근에는 정치인으로도 대단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그가 오래전에 발표했던 "기차는 여덟시에 떠나고"가 뒤늦에 우리나라에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아그네스 발차(Agnes Baltsa)가 부른 노래가 먼저 알려졌고 뒤이어 "지중해의 조앤 바에즈"라는 Maria Faratouri의 힘 있는 노래는 그리스 전통적인 요소와 민족적인 색채가 어우러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박수를 받습니다.

문제는 Mikis Theodorakis가 없는 Maria Faratouri는 존재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Mikis Theodorakis는 1974년 군사정권이 무너지고 그리스가 비로소 7년간의 암흑에서 깨어나면서 민주화가 된 조국 그리스의 국회의원이고 존경받는 작곡가로서 음악을 통해 조국을 빛낸 인물로 존경받습니다.

초겨울의 어느 날 밤 쓸쓸한 기차역을 떠올리게 하는 부주키(Bouzouki)의 가슴 아린 반주를 받아 침울한 음색으로 노래되는 "기차는 여덟시에 떠나고"는 독재에 저항하며 어디론가 더나버린 사나이를 기다리는 여심을 노래합니다.

To Treno Fevgi Stis Okto

"기차는 여덟시에 떠납니다.
11월은 영원히 나의 기억 속에 간직될 것입니다.
기차와 함게 내 기억 속에 간직되리.
함께 누눈 정겨운 시간들은
썰물처럼 멀어지고
밤이 되어도 당신은 오지 않습니다.
비밀을 간직한 당신은 영원히 오지 않습니다.
기차는 멀어지고 혼자 남아서
아픈 가슴을 달래며 앉아 있습니다."

글 출처 : 팝송은 죽었다(이종환, 리즈앤북)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