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듣는 클래식 야상곡

강렬한 빛으로 세상 구석구석을 밝히는 낮에, 우리는 눈을 감는다. 그리고 낮이 땅속으로 붉게 스며들 즈음 밤이 오고, 우리는 눈을 뜬다. 낮에는 그저 평화롭게 바람에 흔들리기만 하던 나무들도 불안한 윤곽으로 깨어난다. 그 낯선 모습에 두려워하는 이들도 있지만, 눈을 감고 귀를 기울여 보면 모든 무생물들이 움직이는. 갖가지 색으로 하늘 위에 떠올랐다가 새까만 어둠 속으로 스며드는 밤의 음악들이 들린다. 귓가에 스며드는 어머니의 따스한 시선, 자는 내내 옆에서 말없이 앉아 있는 인형의 보드라운 털-어린 시절의 향수-로 마무리되는 기억의 파도들.

가장 달콤했던 순간을 떠올리게 하는, 점묘화처럼 다채로운 화음을 연주하는 드뷔시의 달빛, 추운 겨울날 폭신하게 볼에 와닿던 이불과 같은 마스네 타이스의 명상곡, 보이지 않는 천사가 날아간 그 침묵의 순간처럼 아름다운 바흐의 G 선상의 아리아, 도깨비불이 계란처럼 샛노랗게 동동 뜬 사티의 짐노페디, 불안의 윤곽을 어루만져 가라앉히는 쇼팽의 야상곡과 셰익스피어의 한 여름밤의 꿈처럼 즐거운 멘델스존의 녹턴, 검은 밤하늘에 이국적인 정취를 덧칠해줄 로드리고 아란후에스 협주곡,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의 눈을 감겨줄, 성모처럼 다정한 슈베르트의 아베 마리아. 밤하늘을 수놓을 아름다운 음악들을 모아 여기에 소개해 본다.

글 출처 : Classic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