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DUCTION

Emil Gilels, piano

Recordings:1980. Live Recordings

Total timing 01:02:40


1-3. Beethoven : Piano Sonata No.8 in c minor, 'Pathetique(비창)' Op.13

작품의 개요 및 배경

베토벤은 작곡가였을 뿐 아니라 당대의 피아니스트였다. 그의 피아노 실력은 모차르트에 견줄 만한 것이었다. 덕분에 베토벤의 초기 음악은 주로 피아노 분야에 집중돼 있다. 아울러 베토벤이 음악가로서 명성을 얻기 시작한 것도 바로 그 빼어난 피아노 연주 실력에 기인한다.

실제로 베토벤, 아니 어린 루트비히는 여덟 살이던 1778년에 독일 쾰른 선제후(막시밀리안 프란츠)의 궁정에서 선보인 피아노 연주로 단박에 주목을 받았다. 그것은 베토벤이 처음 가졌던 연주회로 기록돼 있다. 여덟 살 꼬마의 능란한 테크닉과 즉흥연주가 보는 이들의 넋을 거의 빼놓다시피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런데 알려져 있다시피 어린 베토벤의 뛰어난 연주 실력 이면에는 평탄치 않았던 가족사가 깔려 있다. 바로 아버지 요한 때문이었다. 아버지는 쾰른 궁정의 테너 가수였다. 피아노와 바이올린도 연주했다고 한다. 그의 아버지, 그러니까 베토벤의 할아버지인 루트비히(베토벤과 이름이 같다)도 궁정의 악장이었다. 어찌 보면 할아버지 루트비히가 아버지 요한보다 더 잘 나가던 음악가였다.

그런데 베토벤의 할아버지는 직업이 두 가지였다. 궁정 악장으로 일하면서 양조장을 함께 운영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것이 바로 화근이었다. 양조장집 아들이었던 요한은 어릴 때부터 ‘술맛’에 깊숙이 빠져든다. 그래서 결국 알코올 중독자가 되었다. 어린 베토벤은 술 냄새 풍기는 아버지한테 매를 맞으면서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배웠다. 당연히 심각한 트라우마를 입었을 겄이다. 일곱 형제들 가운데 셋만 살아남았는데, 그 아이들에게 아버지의 폭력은 거의 일상적인 공포였을 겄이다.

그런 아버지에게 시달리던 어머니 마리아는 서른여덟 살에 폐결핵으로 세상을 떠났다. 베토벤이 열일곱 살 때이다. 훗날의 베토벤이 보여줬던 괴팍함의 밑바닥에는 그런 상흔이 자리해 있다. 어쨌든 여덟 살 때부터 신동 피아니스트로 이름을 얻은 베토벤은 쾰른 선제후 궁정의 오르간 연주자로 채용되었다. 1784년, 그러니까 베토벤이 열네 살 때였다.

이때부터 베토벤은 술 취해 있는 아버지를 대신해 돈벌이에 나서야 했다. 3년 뒤에는 선제후의 허락을 받고 빈으로 떠나 모차르트에게 피아노를 사사하기도 한다. 하지만 사제 관계로까지 이어지진 못했다. 어머니의 사망 때문에 곧바로 쾰른으로 귀환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드디어 베토벤은 어머니마저 떠난 집안을 고스란히 떠맡아야 하는 처지가 된다.

할 수 없이 그는 선제후에게 봉급 인상을 간절하게 청원하지만 거절 당한다. 당시의 베토벤은 그 거절에 실망하고 분노했던 것 같다. 1789년의 궁정 연주회에서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베토벤이 “악기 상태가 안 좋다”며 연주를 거절해버린 것이다. 프랑스에서 발발한 혁명의 기운이 유럽 전역으로 퍼져 가고 있던 때였다. 아마도 그것은 가부장적 권력(아버지, 선제후)에 억눌려 살아온 베토벤이 처음으로 시도한 반항이었을 겄이다.

베토벤이 오스트리아 빈으로 이주한 것은 1792년. 이때부터 1802년까지를 흔히 ‘초기 빈 시절’이라고 부른다. 스물두 살부터 서른두 살까지다. 본과 쾰른에서 보냈던 어린 시절처럼, 베토벤은 빈에 도착해서도 역시 피아니스트로 이름을 날린다. 특히 1795년 3월에 가졌던 빈에서의 첫 번째 공개연주회는 대성공 이었다. 그날 베토벤이 연주한 곡은 모차르트의 협주곡 한 곡과 자신이 이틀 전에 완성한 최초의 협주곡(피아노 협주곡 2번 B플랫장조)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청중을 완전히 흥분시켰던 것은 베토벤이 즉석에서 선보인 즉흥연주 였다.

그렇게 베토벤은 빈에서 유명해진다. 모든 일이 잘 풀렸다. 베토벤의 생애에 등장하는 여러 명의 귀족들, 예컨대 리히노프스키 공작과 루돌프 대공 같은 이들이 너도나도 후원자로 나섰다. 베토벤은 귀족들의 살롱에 초대받아 연주했고, 그에게 피아노를 배우겠다는 귀족 집안의 딸들이 하나둘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물론 그중에는 이른바 ‘불멸의 여인’ 후보로 추정되는 브룬슈비크 집안의 두 딸인 테레제와 요제피네, 그리고 귀차르디 백작의 딸인 줄리에타도 있었다.

이 시절의 베토벤은 유난히 피아노 소나타를 많이 썼다. 1795년부터 1799년 사이에 작품번호(Op)를 가진 피아노 소나타를 12곡이나 써낸다. 물론 피아노 소나타 8번 C단조 Op.13도 그중 하나이다. 1798년 혹은 1799년에 완성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비창(Pathetique)’이라는 표제는 여러 이설(異說)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베토벤이 직접 붙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피아노 소나타 32곡 중에서 베토벤이 직접 표제를 붙인 것은 8번 ‘비창’과 26번 ‘고별’밖에 없다. 나머지는 다른 사람들, 예컨대 악보 출판업자나 후대의 시인 등이 붙인 ‘속칭’이라고 해야겠다.

어쨌든 베토벤이 직접 표제를 붙였다는 것은, 이 음악을 통해 베토벤이 뭔가 특별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뜻일 겄이다. 다시 말해 음악에 어떤 ‘의미’를 담았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어떤 음악사가들은 ‘비극적 정조’를 공표함으로써 악보 구매자들의 관심을 유도하려 했다는 식의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그러나 ‘피아노 소나타’라는 장르의 특성, 피아노 한 대로 작곡가 개인의 내면을 드러낸다는 측면에서 봤을 때, 이 ‘비창’이라는 표제는 당시의 베토벤이 가졌던 어떤 감정 상태와 관련이 있으리라고 추정할 수 있다. 그런 맥락에서 보자면, 피아노 소나타 ‘비창’은 베토벤이 외관상 가장 평온하고 행복했던 시절에 쓴 ‘슬픈 노래’인 겄이다. 20대의 마지막 무렵에 느꼈을 법한 청년의 애상감이 곡의 전편에 흐르고 있다.

작품의 구성 및 특징

제1악장 Grave-Allegro di molto e con brio c minor
그레베, 알레그로 디 몰토의 제1악장은 내용과 형식에 있어서 본질적인 풍부함을 더한 곡으로 유명하다. 곡의 첫머리에서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장중하고 비장한 정서를 담은 느린 템포가 등 장하는데, 이는 이 곡의 제목과도 일치하는 부분이라고 하겠다. 그리고 반음계 적으로 점점 상승 하면서 이 악장은 마침내 웅대한 자태를 나타내고 빠른 속도의 재현 부에 의해 분위기가 고조된다.

제2악장 Adagio cantabile. Ab major. 2/4박자
2악장은 아다지오 칸타빌레, 2/4박자의 구성으로 감격스러운 남성미와 깊고도 아름다운 여성미를 같이 지니고 있는 부분이다. 그의 작품 중에서도 이 이상 깊고 엄숙하며 아름다 운 곡은 없다고 평하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극히 아름다운 주제로 시작되는 이 부분은 짧지만 만족할 만한 탄탄한 구성으로 듣는 이들을 감동시킨다.

제3악장 Rondo Allegro c minor. 2/2박자.
마지막 제3악장은 론도 알레그로, 2/2박자의 부분으로 교묘한 대위법적인 기법을 자유롭게 사용하여 완벽한 발전을 갖춘 론도이다. 아름다움의 경이와 과감한 작곡가의 의지도 이 속에 담겨 있다고 한다. 잘 정돈되고 자연스럽게 분위기가 흐르는 유연함은 찾기 힘든 이 피아노 소나타 "비창" 은 극적인 긴장감과 웅대한 구성으로 힘이 느껴지는 베토벤다운 명곡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곡 "비창" 의 악보는 당시 빈의 피아노를 배우던 음악도 들이 앞 다투어 입수하려 했을 정도로 큰 충격을 준 곡으로, 이 소동으로 인해 베토벤의 명성이 전 유럽에 널리 퍼지기도 했다.


4-6. Beethoven : Piano Sonata No.14 in c sharp minor, 'Moonlight(월광)' Op.27-2

작품의 개요 및 배경

그의 32곡의 피아노 소나타 중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곡이다. <월광>이란 명칭은 베토벤 자신이 붙인 것이 아니라 비평가 렐시타프가 이 작품의 제1악장을 가리켜 스위스의 르째른 호반의 달빛이 물결에 흔들리는 조각배와 같다고 비유해 이야기한데서 생긴 말이다.

3악장으로 이루어진, 베토벤 "월광소나타" 는 1801년에 작곡되어 애인 줄리에타 귀차르디에게 헌정되었다고 한다. '월광'소나타를 헌정한 줄리에타 귀치아르디는 수수께끼의 '불멸의연인'에 대한 편지 상대자로 생각되는 여성으로 한때 베토벤의 제자가 되어 두사람 사이에 사랑이 싹텄으나, 후에 갈렌베르크 백작과 결혼하여 베토벤을 절망속에 빠뜨린다.

이 곡의 가장 유명한 설(說)로는 청각을 점점 잃어가며, 하루하루를 술로 보내며 죽음의 문턱 앞에 있던 베토벤, 그런 베토벤의 귓가에 어느날 한줄기 피아노 소리가 들려와 무엇에 홀린 사람처럼 그 소리를 따라가게 된다. 어느 허름한 집 안에 한 소녀가 악보도 없이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비창 2악장" 을 연주하고 있는 것이었다. 베토벤은 죽음 앞에서도 피아노 연주를 하며 행복해 하는 그 소녀를 위해 "월광소나타"을 작곡하게 된다고...

비록 와전된 설이라고는 하나, 죽음을 앞둔자가 또 다른 죽음을 앞둔자를 위해 만들었다는 마음으로 듣게 되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어둠속에 쏟아지는 차분한 선율의 월광 소나타. 죽은 영혼을 위한 완벽한 곡. 불안과 슬픔을 동시에 안겨주는 단조음악. 단조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차분하게 하고 자살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고 한다.

역사적으로 많은 자살을 불러일으킨 곡 중 하나인 "월광소나타"는 우리의 현실이 가장 암울하던 1920년대의 문학 "창조", "백조", "폐허"시대에 월광소나타를 들으면서 자살하는 장면을 가장 많이 묘사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1980년~1990년대 우리나라에서 지식인들의 자살곡으로 손꼽힌 것 중 하나가 바로 월광소나타라고 할 수 있겠다.

작품의 구성 및 특징

이 작품의 특징은 제1악장을 자유로운 환상곡풍으로 작곡했다는 것이며 제2악장이 소나타 형식으로 되었다는 것이다. 이 작품에서 우리는 자연에 대한 풍치보다는 오히려 베토벤이 지니고 있는 청춘의 괴로움과 정열을 연상할 수 있을 것이다.

제1악장 Adagio sostenuto c# minor. 2/2박자
구조는 환상적이며 단순하다. 대체로 보아 세도막 형식이다. 첫 머리의 서주에 뒤이어 제1테마가 약하게 나타난다. 중간부는 제1주제에 의한 것이며 제3부는 으뜸조의 제1테마에 뒤이어 제2테마가 C#장조로 돌아간다. 코다는 기본적인 모티브를 낮은 음으로 해서 느린 리듬으로 계속하다가 끝나게 된다.

제2악장 Allegretto. B# major. 3/4박자. 세도막 형식
이것은 스케르초풍의 곡이라고 하겠다. 여기서 밝고 기쁨이 엿보이는 것은 낮의 햇빛에 비할 것 같다. 유쾌한 주제로 시작하여 이를 변주하고 반복한다. 트리오에서는 b장조로 나타나 주제가 반복되며 이것이 진전되다가 빠르게 전개되어 스케르초적으로 자태를 다시 나타낸다.

제3악장 Presto agitato c# minor. 4/4박자, 소나타 형식
폭풍이 몰아치는 듯한 맹렬한 피날레 악장으로서 오른손의 날카로운 아르페지오와 공격적인 옥타브 스타카토의 연타가 쉼 없이 펼쳐진다. 이 악장에서도 스포르찬도가 빈번히 사용되어 빠른 템포에서도 다채로운 음향효과를 요구할 뿐만 아니라 전례 없는 크레센도로 낭만주의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감정의 응축과 폭발을 표현한다. 이러한 스타일이 강하고 들끓는 듯한 아르페지오와 스타카토로 점철된 피아노 소나타는 이후 [열정 소나타 Op.57]의 1악장에서 다시 한 번 등장한다.


7-9. Beethoven : Piano Sonata No.23 in f minor, 'Appassionata(열정)' Op.57

작품의 개요 및 배경

이 곡이 작곡될 무렵은 베토벤에게 있어 풍부한 창작의 시기였다. 그의 유일한 오페라 [피델리오]를 완성했고 [교향곡 4번], [5번], [6번]과라주모프스키로 불리는 세 개의 [현악 4중주 Op.59], [피아노 협주곡 4번], [바이올린 협주곡] 등을 작곡해 양식과 내용에 있어서 진취적이고 독창적인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 곡은 절친한 친구이자 후원자인 프란츠 폰 브룬스비크(1771~1849) 백작에게 헌정되었다.

브룬스비크 백작은우리에게 영화로 잘 알려진 ‘불멸의 연인’이라고 일컬어지는 테레제의 오빠이다. 베토벤은 1800년부터 백작의 집에서 테레제에게 피아노를 가르친 적이 있다. 이 집에는 요제피네라는 누이가 있었는데, 베토벤은 요제피네의 관능적인 아름다움과 테레제의 정적인 아름다움 사이에서 많은 방황을 했다고 한다. 2악장에 테레제에 대한 인상을 반영시켰으며 격렬한 1, 3악장은 요제피네의 아름다움에 대한 반항으로 썼을 것이라고 추측하는 사람들이 많다. 프랑스의 대문호 로맹 롤랑은 이 곡을 듣고 ‘열정의 마음, 탄탄한 턱과 위쪽을 노려보는 날카로운 눈빛, 고뇌와 단련된 불굴의 기백이 그대로 다가오는 것처럼 여겨지는 작품’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작품의 부제인 ‘열정’은 베토벤 자신이 붙인 것이 아니라 독일 함부르크의 출판업자 크란츠가 붙인 것이다. 이 곡이 얼마나 어렵게 느껴졌던지 크란츠는 1838년 이 곡을 출판하면서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편곡’ 버전을 함께 선보였을 정도다. 더군다나 대중들이 연주할 수 있기까지 35년이라는 긴 세월이 걸렸다는 기록을 보더라도 [‘열정’ 소나타]가 당시로서는 얼마나 이해하기 힘든 작품이었던가를 실감할 수 있다.

작품의 구성 및 특징

제1악장 Allegro assai f minor 12/8박자. 소나타 형식
제1악장은 격렬한 폭풍을 연상시키는 부분이 다. 음산한 탄식을 하 며 문을 두드리던 운명은 갑자기 몰려오는 폭풍에 애처로운 전율을 일으키며 달아난다. 이어서 훌륭한 법열의 경지가 다가오고, 영민한 지혜와 힘에 의해 통제된 환상의 꿈이 인간의 가슴속 번민을 나타내고 있다.

제2악장 Andante con moto-attacca. Db major. 3/4박자 주제와 변주곡 형식
이어지는 제2악장은 안단테 콘 몰토, 3/4박자의 곡으로 열정의 폭 풍 뒤에 살며시 찾아 드는 안식이 그려진다. 그러나 이것이 천 갈래 만 갈래로 흐트러지면서 슬픔을 억제하는 듯한 느낌이다.

제3악장 Allegro ma non troppo-Presto f minor. 2/4박자 소나타 형식
마지막 악장인 제3악장은 알레그로 마 논 트로포, 2/4박자의 소나타 형식으로, 다시 격렬한 열정이 솟아오르는 가운데 부단히 유동하는 멜로디가 느껴진다. 격렬한 열정의 폭풍 이 대지를 뚫고 높은 하늘에서 뇌우를 퍼붓는 듯한 장엄하고 화려한 효과가 전개되기도 한다. 그 리고 마지막 부분에서는 억눌렸던 모든 것을 버리고 정 열적인 흥분을 일으키면서 아르페지오로 힘차게 약동하면서 끝을 맺는다. 로망 롤랭은 이 곡을 듣고 '열정의 마음, 탄탄한 턱과 위쪽을 노려보는 날카로운 눈빛, 고뇌와 단련된 불굴의 기백이 그대로 다가오는 것처럼 여겨지는 작품'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글 출처 : 想像의 숲, We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