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DUCTION

Sliatoslav Richter, piano

Recordings:
Op.90 - 1965. 1. 10.
Op.109 - 1972. 1. 22.
Op.110 - 1965. 10. 10.
Op.111 - 1975. 1. 12.

Total timing 01:14:30

1. Beethoven : Piano Sonata No.27 in e minor Op.90

작품의 개요 및 배경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는 총 32곡이 쓰여졌는데, 28번부터는 그의 후기곡으로 분류됩니다. 반면 8번 전원은 전기곡, 14번 월광이나 23번 열정같은 곡들은 중기곡으로 구분되죠. 이 27번은 월광이나 열정, 전원 등에 비해 상당히 절제되고 안정적인 곡인데, 중기의 마지막 곡으로서 후기에 펼쳐질 이상세계를 미리 선보이는 듯 합니다.

이 곡은 1814년에 만들어져 모리츠 리히노프스키(Moritz Lichnowsky)백작에게 증정되었습니다. 모리츠 백작은 8번 비창, 12번 장송을 기증받은 칼 리히노브스키 후작의 동생으로, 당시 그는 오페라 가수였던 슈툼머(Stummer)와 두 번째 결혼을 앞둔 때였습니다. 모리츠 백작은 베토벤에게 이 곡이 2악장으로 이루어진 특별한 이유라도 있냐고 물었는데, 그때 베토벤이 "당신의 구애를 나타낸 것이며, 1악장은 '이성과 감정', 2악장은 '연인과의 대화' 라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라고 대답했습니다.

베토벤은 24번과 더불어 27번의 2악장을 매우 좋아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24번 1악장과 27번 2악장의 느낌은 비슷한 데가 있습니다.

작품의 구성 및 특징

제1악장 Mit lebhaftigkeit und durchaus mit Empfindung und Ausdruck
베토벤은 "활발히, 그리고 시종 감정과 표현을 가지고 너무 빠르지 않게 또한 노래하듯이 연주하라" 라고 악보에 표시해놓고 있습니다. 또한 베토벤의 말에 의하면 제 1주제는 이성, 제 2주제는 감성을 나타내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곡은 제 느낌으로는 인생의 작은 투쟁을 곡으로 나타낸 듯 합니다. 인간은 분명 작은 존재이고, 작은 존재이기 때문에 거대한 세상에 맞서 힘겨운 삶을 살아가야 하는 것이겠지요. 1악장은 투쟁입니다. 비장한 각오로 세상을 향해 발을 내딪습니다. 세상은 너무도 넓지만 나 또한 패기에 넘칩니다. 첫 멜로디를 들어보세요. 아침에 첫 직장에 출근하는 기분이 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세상은 작은 나에게 상처를 주기 쉽지요. 리듬이 빨라지면서 호흡이 가빠옵니다. 이윽고 리듬이 변하고. 나는 정신없이 세상과 맞서다가. 다시 리듬이 안정되지만 이젠 이전의 기분이 아닙니다. 무언가 좀 더 가라앉은 듯한. 세상에 대해 조금 알게 된 나이기에 그런 느낌일까요?

하지만 물러서지 않습니다. 아무리 상대가 버거워도 다시 용감하게 싸워 나가야겠지요. 조금 외로울 수도 있습니다. 분명 베토벤은 외로운 삶을 살았을 것입니다. 자신과의 싸움. 이것만큼 외로운 싸움이 있겠습니까? 하지만 이러한 싸움의 과정까지도 매우 아름답게 들리는 것은 그는 이겨낼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서 일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그의 투쟁이 이젠 힘겹거나 패기에 넘치는 것이 아니라 완숙해져 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제2악장 Nicht zu geschwind und sehr singbar vorgetragen
베토벤은 "빠르지 않게, 그리고 극히 노래하듯이 연주되도록" 이라 적어놓고 있습니다. 젊은 슈베르트를 만난 후 그의 음악에 영향을 받은 흔적이 나타나 있다고 평가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런 말을 떠올리면 정말 슈베르트의 입김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2악장으로의 연결.. 마치 하나의 곡이 연주되는 듯한.. 그러나 분명히 다른 느낌의 분위기가 시작되는.. 창문을 열어 놓았을 때 지저귀는 새소리.. 불어오는 바람소리.. 창가에 피어있는 꽃들.. 아침에 떠오르는 햇살... 투쟁은 결국 평화로움으로 바뀌었고, 베토벤은 세상을 끌어안고 싸울 상대만은 아니라는 듯이 창문을 활짝 열어 놓습니다. 첫 시작은 아침에 새어 들어오는 햇살과 같지요.. 창문을 여니 들어오는 세상.. 자연.. 세상은 결코 과도하게 다가오지도 않고, 과소하게 다가오지도 않습니다. 그냥 그 모습 그대로.. 편안하게.. 그렇게 다가오지요.. 이젠 너무도 편안해져서 창가에 기대 앉아 잠이옵니다.. 그리고 피날레로 날아갑니다.

2. Beethoven : Piano Sonata No.30 in E major Op.109

작품의 개요 및 배경

1818년에 거대한 소나타인 Op. 106을 완성한 베에토벤은 여러 가지 생활상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악상이 흘러넘쳐 그 해에 미사 솔렘니스를 시작하는 등 그의 중기 시절을 능가하는 왕성한 창작력을 보였는데 이 기간 동안에 디아벨리 변주곡과 나머지 3개의 후기 소나타를 완성하고 교향곡 9번에 착수하기도 했습니다. 이 마장조 소나타는 1820년 출판업자에게 보낸 편지로 미루어 보아 그 해 늦여름에 완성 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 곡은 앞서 작곡한 거대한 함머 클라비어와는 달리 스스로를 위로하는 듯한 잔잔한 곡으로서, 당시 18세이던 막시밀리아네 브렌타노에게 헌정되었습니다.

작품의 구성 및 특징

제1악장 Vivace, ma non troppo - Adagio espressivo - Tempo I
한 악장 안에 다른 2개의 주제를 쓴 대담한 형식의 소나타이다. 전체적으로 지극히 정돈되어 있지만 내면적으로 용솟음치는 환상을 느낄 수 있는 드물게 유연한 악장입니다.

제2악장 Prestissimo
앞의 악장과 연결되어 연주된다. 스케르쪼의 성격을 가지고 있으나 여러 가지의 소재를 골라 써 전진의 힘과 내리누르는 듯한 침전 등의 교착이 약간은 평이하지 않은 느낌의 악장입니다.

제3악장 Gesangvoll, mit innigster Empfindung(Andante molto cantabile ed espressivo)
이 작품 전체의 핵심 악장으로 보여질 정도로 무게감을 가지고 있는 변주곡 악장입니다.

3. Beethoven : Piano Sonata No.31 in Ab major, Op.110

작품의 개요 및 배경

이 소나타의 처음 착상은 1820년의 행복하고 평화로운 여름날에 얻었다고 하는데, 완성된 날짜는 베토벤 자필로 1820년 12월 25일이라 씌어 있습니다. 이 소나타는 아무에게도 헌정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날짜는 알 수 없지만 베토벤이 신트라에게 부친 편지에 의하면, 이 내림가 장조 소나타와 다음의 다 단조 소나타는 브렌타노 부인에게 헌정하는 것이라고 쓰여 있음에도 완성된 작품에는 웬일인지 헌사(獻辭)가 없습니다.

천재의 창작 과정에서는 늘 크나큰 흥미로움과 놀라움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 소나타와 같이 베토벤의 작품 중에서도 고상하고 우아한 아름다움이 흘러 넘치는 제1악장이나, 또 그의 생애의 고뇌가 그대로 드러나는 듯한 감동적인 아리오소와 푸가 등의 작품에서는, 그 창조적인 과정을 스케치 단계부터 상세히 짚어 볼 때 이런 느낌이 한층 강하게 듭니다.

작품의 구성 및 특징

제1악장 Moderato cantabile molto espressivo
‘con amabilita’라고 쓰여진 주제에 의해 구름 한 점 없이 활짝 갠 날씨의 화창함과 그 다음 악절에 이어지는 사랑의 노래, 이와 같이 아름다운 악상으로 시작되는 작품은 베토벤의 다른 작품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것입니다. 베토벤의 스케치 노트에 의하면, 이 아름다운 주제의 골격과 그 변화를 처음부터 단번에 써내려 갔음을 알 수 있지요. 사람들은 그것을 바이올린 소나타 작품 30의 3번, 사 장조의 주제와 유사한 데에서 지난 날의 행복한 추억과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상상합니다. 제2 주제는 음계의 하행 동기이며, 제1악장 전체의 행복한 기분 속에서 경과적인 의미를 나타내고 있을 뿐입니다.
전개부에서는 제1 주제의 이 ‘사랑의 주제’가 단조에 의해 제시되고, 그 후 여덟 번에 걸쳐 주제 반복이 이루어진 채 그대로 재현부에서 주제의 복귀가 이루어지는 특이한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스케치 노트에 의하면, 베토벤은 주제의 착상과 더불어 단조에 의한 전개부의 시작을 생각하고는 거침없이 단번에 재현부까지 써 내려갔음을 알 수 있지요. 그러나 왼손 반주 부분의 음형에 대해서는 하나하나마다 변화를 주어, 이 부분에 대해 매우 고심하고 숙고하였음을 몇 번이나 다시 쓰여진 자필 원고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주제 반복 후 재현부는 제시부와 거의 같은 형식으로 쓰여져 있는데, 주목할 곳은 코다 부분이다. 이 몇 마디 되지 않는 선율에 대한 베토벤의 집착은 단순히 넘길 만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잊기 안타까운 이 행복한 기분을 어떻게 하면 마음을 끌 만한 선율로 나타낼 것인가에 대해 베토벤은 몇 번이나 고민을 거듭하며 다시 고치고 고쳤습니다. 그럼에도 그것은 처음 생각과는 달리 마음을 매료시키는 최선의 작품이 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행복했던 기분을 충분히 나타내지 못한 평범한 악절은 몇 번이나 지워졌다가 다시 쓰이면서 보다 간결해지게 됩니다. 여기에서 베토벤은 한번 쓴 악보를 고쳐 쓰는 데 있어서도 비범한 재주를 지녔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제2악장 Allegro Molto
이것은 독립된 2박자의 스케르초이며, 불안한 기분과 당돌하고 제멋대로인 감정이 착잡하게 어우러진 삽입적인 악장입니다. 이 주제의 착상은 제1악장의 제2 주제 동기를 검토함으로써 추측할 수 있습니다. 또, 마르크스에 의해 그 당시 유행했던 풍자적 민요 `난 쓸모 없는 놈이야’라는 노래의 반복 구절을 베토벤이 의식하여 거기에 짜 맞춘 것인지 어떤지도 확실하지 않습니다. 트리오는 한번 보면 전혀 다른 동기의 결합에 의해 이루어진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잘 분석해 보면 스케르초 동기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으며, 제1악장 제1 주제 종결부의 발전 선율에서, 또 제시부의 마지막에서도 그 동기 부분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제3악장 Adagio ma non troppo
아다지오는 레시타티브에 의한 서주부와 2중의 아리오소 도렌테와 푸가라는 구조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베토벤이 제1악장의 착상을 얻었을 때에는 이 작품에 개인적인 감상의 고백──즉, 그 자신의 마음 가장 깊숙한 곳에 담아 둔 생애의 고뇌에 대해서 호소한다는 점 등은 생각해 보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마침 그 즈음 5년이나 걸쳐서 펜을 움직이고 있었던 <장엄 미사> 작곡의 영향도 받은 베토벤은, 이 악장에서 신과의 직접적인 대화, 죽음의 고뇌와 그것에 대한 영원한 안식을 감지하고, 늙어버린 자신이 갈망하는 정신적 평화, 그러한 정신 내면 세계의 관조가 실로 심각하게 가슴을 죄듯이 슬픔에 넘치게 되면서 아리오소의 음악을 탄생시키게 되었습니다.

곡은 가슴속의 가장 깊숙한 문을 열듯이 전개된다. 또, 레시타티브가 갖는 무언의 호소력에 이끌려 베토벤은 고뇌하고, 자신의 비운을 탄식하고, 나아가 그 속에서 빛을 구하며 용기를 갖고 투쟁에 뛰어든 인생, 그것은 대체 무엇을 위한 것이었던가 등을 생각하며 체념에 잠긴 채 조용히 떠올리고 있는 것이다.

제4악장 Fuga, Allegro ma non troppo
6 / 8박자. 주부에서는 알레그로 마 논 트롭포 6/8박자, 3성의 대푸가는 극히 아름다운 선율적인 테마가 베이스에 제시된다. 이것이 발전하면 변화를 보이면서 진행하다가 재현된다. 말하자면 슬픈 탄식의 노래가 나타난 후 클라이맥스에 이른 다음에 끝난다.

4. Beethoven : Piano Sonata No.32 in c minor, Op.111

작품의 개요 및 배경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작품중에 특히 낭만주의적 성향이 두드러 지는 곡은 대표적으로 후기에 속하는 5곡라고 할수 있습니다. 1815년이후에 발표되어진 op.101번(no.28)~op.111번(no.32)라고 할수 있습니다. 베토벤은 엄격히 말하자면 낭만주의시대의 작곡가는 아니지만 그의 후기 작품속에서는 이미 낭만주의 시대로 발돋움 하려는 시도가 많이 보이고 있습니다.

베토벤이 남긴 피아노 소나타는 모두 32곡. 그 중에서 30, 31, 32번 세 곡이 ‘후기 피아노 소나타’로 불립니다 (op. 109, 110, 111). 이 세곡은 베토벤의 만년에 만들어진 작품이며, 그의 파란만장한 인생 역정의 마지막 부분을 용해시켜 놓은 듯한 농도 높은 걸작입니다. 베토벤은 후기로 갈수록 고전주의 형식을 붕괴를 시도했으며, 피아노 소나타에서도 그러했습니다 (14번 ‘월광’에서 처음에 느린 악장을 도입하고 긴 반복음형을 사용하고 제시부와 전개부의 경계를 흐리게 하면서 이미 시작되었다).

전통적인 3악장 소나타 형식을 벗어나, 30번과 31번은 4악장, 32번은 2악장 형식을 취했습니다. 단순히 악장의 수뿐만이 바뀐 것이 아니라, 확장 기법이나 푸가 등의 형식이 나타나며, 연주 기법에서도 낭만주의의 태동을 예고하는 점들이 보입니다. 중기의 작품들이 거대한 형식을 지니고 있고, 베토벤 자신의 비극적인 삶에 대한 격렬한 투쟁 의지의 표출이었다면, 후기의 소나타는 좀더 인생을 달관하고, 숙고하고, 명상하는 태도라고 할 수 있겠지요. 베토벤의 후기 소나타들은 베토벤의 인생과 ‘후기’라는 특징 때문에, ‘함머클라비어’와 함께 많은 피아니스트들에게 대표적으로 도전이 되는 작품으로 꼽힙니다. 그것은 기교적인 측면이라기 보다는 후기 작품 속에 내재해 있는 베토벤 자신의 내면 세계와의 고투, 깊은 종교적 성찰 등을 표현하기 위해서이며, 따라서 어느 정도의 인생 경험과 예술적 경험의 필요성이 어렵지 않게 공감됩니다.

따라서 이삼십대에 베토벤 후기 소나타를 녹음한 피아니스트에게는 연주가 훌륭하다 할지라도, 평론가들은 노장들의 녹음을 비교 앨범으로 내세우며, ‘아직 어리다’나 ‘깊은 표현이 아쉽습니다’ 혹은 ‘신선한 접근 중의 하나이다’, ‘몇 년 후가 기대 된다’ 등의 평가를 내놓기 일쑤지요. 베토벤 후기 소나타에 남긴 그 깊고도 그윽한 원숙함을 생각한다면, 이것은 아무리 천재적인 젊은 연주가라도 그 깊이를 다 헤아리기는 힘들 것입다. 자주 써먹는 말이지만 ‘돌아와 이제 거울 앞에 서는’ 원숙한 연륜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대적인 감수성과 정교한 표현력도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어쨌거나 열 살도 안된 천재 소녀가 연주하는 후기 소나타는 아무래도 그리 달갑지 않을 것입니다.

작품의 구성 및 특징

이 작품은 특이하게도 2악장 구성입니다. 들은바로 혹 자는 이러한 구성을 보고는, '이건 베토벤 또는 출판한 사람들의 실수다. 어디엔가 3악장이 있을 것이다.' 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소나타 형식이라던지 형식이라는 면을 떠나서 이 곡을 한번이라도 들어본 사람은 이런 의견을 감히 낼 수가 없을 것입니다. 천지를 개벽하는듯한 광음이 울려퍼지는 1악장에 이어진 2악장. 그 2악장은 마치 인간의 세계를 초월한 천상의 세계를 노래하는 천사의 노랫소리며 울림이지요. 그것으로 모든 천지창조, , 나아가서 우주와 내면의 세계까지 완성된 것이며 더 이상의 무엇은 없는 것입니다.

제1악장 Maestoso; Allegro con brio ed appassionato
날카롭게 죄어드는 긴박한 악상입니다. 힘있고 정열적으로 치고 들어온다. 긴장감과 함께 불안감이 조성되고,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안감이란 항상 존재하지 않는가요? 그러나 짧습니다.

제2악장 Arietta (con variazioni) - Adagio molto, semplice e cantabile
변주곡 형식으로, 느린 템포로 노래하듯이 연주됩니다. 대개 십수분에 이르는 긴 악장으로, 박하우스의 경우 약 13분, 시종일관 느림템포를 고집하는 바렌보임은 무려 19분을 넘기는 악장입니다.

글 출처 : 想像의 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