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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러운 모차르트

나는 아직도 그 장면을 기억한다. 엘비라는 일어선다. 그녀의 뒷모습은 평소처럼 아름답기만 하다. 그녀가 재촉하듯 마지막으로 바라본 시선 끝에는, 총이 있었다. 그녀는 푸르른 들판에서 햇빛처럼 새하얀 나비를 잡으려고 두 손을 뻗는다. 어떻게 해야 하나. 그녀를 사랑하는 남자는 망설인다. 자신이 죽는 것보다 더 무서운 건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그 이후, 그 다음이다. 어쩌다가 죽었는가, 는 어떻게 보면 상관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저 죽은 다음 홀로 남겨지게 된다는 그 미칠 듯한 두려움이 싫은 것이다. 같이 따라서 죽을 수 있을 만큼 용감한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결국 엘비라의 손에 나비가 붙잡힌 그 순간, 식스틴은 방아쇠를 당긴다. 총을 맞는다고 해서 바로 죽지는 않는다. 과연 그들의 마지막 시선은 누구를 향해 있었을까. 서로를 향해 보고 있었을까. 그러면 누가 먼저 눈을 감았나.

토미 베그렌의 영화 '엘비라 마디간'을 보고 나면 유난히 머릿속에 남는 멜로디가 있다. 우리의 귀에도 익숙하고, 눈물을 자아내게 하는 그 선율, 바로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1번이다. 사랑은 아름답지만, 아름다움만 있는 게 아니다. 고통도 있고 두려움도 있다.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소나타들은 사랑을 하고 있고, 이를 망설이는 듯한 조심스러운 모습이 '사랑스럽다'. 클라리넷 협주곡은 왠지 모르게 성스럽다. 영화 '아마데우스'를 본 사람들은 모차르트를 한없이 경박하고 사랑에 가벼운 사람으로 보지만, 그의 음악들을 듣고 있노라면 그 인식은 어느새 바뀌고 만다. 모차르트의 음악은 '사랑스럽다'. 그 이유는 바로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누구보다도 간절하게, 조심스럽게.

글 출처 : Classic 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