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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모차르트

중세 카톨릭 시대에는 가문의 기도서가 곧 가문의 영광으로 이어졌다. 수많은 무훈과 영웅담도 가문의 영광이었지만, 아름다운 그림-성화-이야말로 가문과 성직자의 위엄을 드높여 주는 것이었다. 그래서 걸핏하면 예수님이 등장하는 그림 속에 화가들이 등장하는 것도, 그림을 주문한 사람들이 들어가 있는 것도 그 이유다. '내'가 이 그림 속의 '성스러운 광경'에 참여했기 때문에.

랭부르 형제가 베리 공을 위해 제작한 '가장 호화로운 기도서'도 그 중 하나다. 베리 가문의 대소사와 베리 가문이 다스리는 농민들의 소박한 생활까지. 너무 과하거나 단촐하지는 않게끔 적절히 조절한 랭부르 형제의 노련함은 기도서를 한층 더 높은 단계로 이끌었다.

랭부르 형제의 그림을 보고 있노라니, 모차르트의 음악이 떠올랐다. 어렸을 적부터 재능을 인정받고 수많은 곳을 돌아다니며 신과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던 모차르트, 모차르트가 본 세상은 어떤 색이었을까. 아니, 그는 얼마나 많은 색들을 보고 얼마나 많은 악상을 떠올렸나. 그가 천재라고 불리고 이 때까지 그의 모든 곡들이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조절'할 줄 알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예쁜 색의 털실들이라 해도 엉키면 풀기 힘들다. 그 털실로 어떤 좋은 것을 만들 수 있을지는 그 실들을 다 푼 다음에 결정할 수 있다.

모차르트의 디베르멘토는 봄의 탄생처럼 분주하면서도 생명력이 넘치며, 바이올린 소나타 26번은 마치 궁정 무도회처럼 우아하기에 이를 데가 없다. 모차르트의 세레나데 6번, 노투르나는 또 다르다. 묘하게 박력이 있는 팀파니와 부드러운 바이올린의 음색이 서로 극과 극에서 만나 조화를 이룬다.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11번, 우리에게는 터키 행진곡으로 알려져 있을 이 곡은 또 피아노로 어느 정도의 긴장과 밝음을 줄 수 있는지, 우리가 생각했던 그 한계를 쉽게 뛰어 넘어 버린다. 꽃처럼 피어나고 졌던 모차르트, 우리는 지금 모차르트의 밝았던 그 때, 그가 여행하면서-사랑받으면서 봤던 모든 것들을 하나 하나 귀로 보고 있는 것이다.

글 출처 : Classic 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