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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의 실내악

뻗어 나오고자 하는 욕망을 차마 누르지 못하고 터져나온, 붉고 탐스러운 꽃봉오리. 그 봉오리가 열리는 순간 어느 꽃보다도 달콤한 향기를 풍기며 붉고 보드라운 꽃잎을 대범하게 내밀 것이다. 베토벤의 실내곡들은 그의 꽃봉오리가 터져 나오던 그 때에 작곡되었다. 실내곡은 귀족들의 유희를 위한 것이었다. 그 유희가 벌어지는 살롱의 격을 한층 더 높이는 건 실내에 울려퍼지는 음악이었다. 베토벤의 실내곡들은 물론, 그 살롱의 격을 높이면서 동시에 귀족들의 메마른 가슴 위에 보드라운 이슬비를 뿌렸으리라.

베토벤의 피아노 3중주 5번곡은 '유령'이라는 표제를 달고 있으며 스타카토로 악장의 끝을 단숨에 끝내는 것이 인상적인 곡이다. 똑같은 피아노 3중주인 7번 '대공'의 경우 피아노 건반 위를 매끄럽게 가로지르는 손가락들이 떠오르게끔 한다. 피아노와 관악을 위한 5중주는 영화 '리플리'에서도 사용된 적이 있으며, 모든 악기들이 조화를 이루며 산산히 흩어졌다가, 물방울처럼 이내 합쳐지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베토벤의 현악 4중주는 왠지 모를 현 위의 긴장감을 드러내며-이제부터 베토벤을 들으려는 모든 이들의 귓속으로 파고들 것이다. 모든 곡들이 베토벤을 나타내면서, 동시에 베토벤을 다 드러내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그러나 걱정 마시라. 실내곡 뿐만 아니라 교향곡, 협주곡, 성악곡, 소나타까지-베토벤의 곡은 많고 깨진 거울 조각처럼 각각 베토벤의 모습을 조금씩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글 출처 : Classic 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