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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의 교향곡

귀먹었지만 그 누구보다도 아름다운 소리의 세계를 창조해 낸, 음악계의 거성 베토벤! 수많은 악기들이 겹겹이 짜여 들어가면서 이뤄낸-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아름다운 전원의 모습을 그려낸 사람. 모차르트가 공기처럼 가볍게 위로 솟구쳤다가 심연으로 다가가 깊게 가라앉았다면, 베토벤은 단단하고 무거운 땅을 뚫고 솟아 나온 용암처럼 강렬한 존재였다. 모두들 두려워서 채 피하기도 전에 영원히 타오르는 음악으로 삼켜 버린다. 이 모든 순간은, 인지한 즉시 영원함으로 다가온다.

그의 교향곡들은 각각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명작들이다. 중후하면서도 아름답고, 동시에 우리의 깊은 우물 속으로 어떤 저항 없이 다가와 솟아오르게끔 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 베토벤은 귀머거리가 되었고, 사람들은 그가 음악을 평생 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어느 누구보다도 아름답고 강렬한 교향곡을 작곡했다.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은 어떻게 보면 가장 그다운 곡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그의 곡들 중에서 가장 인상깊은 곡을 꼽으라고 하면 꼭 3번을 꼽는다. 이는 단순히 교과서에 몇번 더 등장했고의 문제가 아니다. 언급 때문도 아니다. 베토벤이 자신의 역경을 딛고 쓴, 가장 그다운 곡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의 교향곡 3번을 들으면서, 그의 초상화를 머릿속으로 떠올려 본다. 굳게 닫은 입술, 고집이 세어 보이는 눈썹. 그리고 창작의 고통을 말해 주는 것처럼 생생한 그의 표정까지. 또한 베토벤 교향곡 6번 '전원'은 그가 자신을 잃고 헤맬 때 그에게 다시끔 음악의 세계를 보여준 자연, 그를 가둬 둔 것만 같았던 자연이 그의 손을 잡아 끌어준 그 감동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베토벤이 작곡한 교향곡들을 듣고 있노라면 그의 삶을 찬찬히 다시 짚어 보는 것만 같다. 온고지신에 따라, 우리는 베토벤을 듣고-그의 인생과, 역경의 순간들을 바라보고 자기 자신을 성찰한다. 우리가 주변의 모든 것에 갇힌 것처럼, 현대의 판옵티콘 속에서 헤매이며 비탄에 잠겨 있을 때-우리를 구원해 주는 것, 그건 바로 우리 주변의 것들. 아주 사소해 보였던 무언가다. 그 사소해 보였던 무언가는 어느새 베토벤에 이르러 아름다운 음악으로 탄생하게 된 것이다.

글 출처 : Classic 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