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Brahms : Symphony No.4. in e minor Op.98


Carlos Kleiber (Conductor)
Wiener Philharomoniker

Recording :
1979/12/16 (ⓟ 1992) Stereo (ADD)
Musikvereinssaal, Wien Live Recording

고전주의의 정연한 질서 속에 낭만주의 화성을 대담한 필치로 구사한 브람스(Johannes Brahms)의 교향곡들은 베토벤의 정통성을 이어받은 명작들로 손꼽히며, 특히 <4번 교향곡 >은 혁신적인 기법과 탄탄한 조형미가 결합된 교향악의 백미로 평가 받는다. 이중 3악장은 록 키보드 계의 천재 릭 웨이크먼(Rick Wakeman)이 예스(Yes) 시절 'Cans and brahms'라는 곡으로 재창조하기도 했다.

카라얀(Herbert Von Karajan) 사후 지휘계의 마지막 전설로 평가받던 카를로스 클라이버(Carlos Kleiber)의 섬세하고 명쾌한 해석이 돋보이는 1979년 반이다. 2004년 서거 후 공개된 추모음반 에는 브람스의 <4번 교향곡 >(1981)을 비롯하여, 슈베르트의 <8번 교향곡(미완성) >(1979)까지 포함돼있어 교향곡 입문에 안성맞춤이다.
작품 개요 및 배경

브람스의 네 번째이자 마지막이기도 한 이 교향곡은 가을의 우수를 띠면서도 낙조의 서글픔보다는 아직도 가시지 않은 따스함이 은은하게 배어 있다. 52세라는 때 이른 나이에 마지막 교향곡을 썼다는 것은 브람스가 조락의 가을을 너무 일찍 맞은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이 교향곡을 작곡할 무렵, 브람스는 친구들과의 불화라든가 그 밖의 갖가지 어려움을 겪으면서 삶의 고독감을 더욱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지만, 이 교향곡에는 그런 고독감이 스며 있으면서도 한편으로 달관의 경지를 보여준다.

이 교향곡이 작곡되었던 곳은 뮈르츠슐라크라는 알프스 산언저리의 작은 마을이다.
그 마을은 너무 높은 지대에 자리잡고 있어 봄은 늦게 찾아오고 가을은 빨리 왔다가 과일이 채 익기도 전에 겨울이 닥쳐온다. 그러나 브람스는 이 고장이 퍽 마음에 들어 작곡의 진행도 순조로웠다.

교향곡 1번에 나타난 비장감이라든가 2번에서 느낄 수 있는 평화로운 정적과 충일감, 3번과 같은 호쾌함 등과는 다른 정취가 풍겨나지만, 더욱 심화된 브람스의 의식세계가 예술적인 차원에서 구현된다.

곡의 구성 및 특징

이곡은 제 3번 교향곡을 작곡한지 얼마 후인 52세 때에 쓴 것인데 노년기에 이른 브람스의 심경의 깊이가 나타나 있다. 그의 다른 3개의 교향곡과는 달리 곡의 성격도 퍽이나 고립되어 있고 애수가 잠긴 듯한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이 제 4번 교향곡은 초기에는 일반에게는 물론 친구 들에게 까지도 잘 이해되지 못 하였으며 니이만과 같은 이는 이 교향곡 을 비탄적 인 것이라고까지 평했다. 그러나 그 후로 이 제 4번 교향곡은 많이 연주 되었으며 브람스가 죽기 25일 전에 한스 리히터의 지휘로 연주하여 크게 호평을 받았다고 한다. 1악장을 가만히 듣고 있으면 마치 늦가을에 낙엽이 바람에 날려 떨어지는 환상이 보이는 것만 같다. 처음 듣는 사람이라도 바로 이 곡의 끌려 들어가버릴 만한 매력을 가진 선율이다. 처음에는 조용하게 시작해서 차츰 긴장감이 감도는 전개를 해 나가고 종결부에서는 크게 부풀어 올라 웅장한 클라이맥스를 구축한다.

2악장은 조용한 분위기의 서정적인 악장으로 폭넓은 감정의 폭을 가지고 있고, 3악장은 마치 축제 같은 분위기의 활달한 악장이다. 4악장은 바로크 시대에 사용되던 파사칼리아 형식으로 작곡되어 있는 것이 특이하다. 파사칼리아는 저음부의 주제로 시작되어 점차 고음부로 변주해 가는 바로크 시대에 많이 작곡되던 일종의 변주곡 형식인데 마치 웅장한 건축물을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게 되는 곡이다.

브람스의 교향곡 제 4번에서 마지막 악장에서 사용된 파사칼리아는 여기에 비극적인느낌을 더하여 큰 감동을 준다.

제1악장 Allegro non troppo E단조 2/2박자 소나타 형식.
서주부 없이 길고 느릿한 제1테마가 현악기로 시작되는데 목관이 자유롭게 교대하면서 전개되어 나간다. 제2주제는 서사적이면서도 로맨틱하며 발전부는 부드러운 멜로디로 전개되면서 즐겁게 또는 극적인 클라이맥스에 이르게 된다.

제2악장 Andante moderato E장조 6/8박자 소나타 형식.
익살스런 성격을 띠고 있으며, 빠르면서도 즐거운 기분으로 연주하는 이 악장은 약동하는 힘과 긴장감이 감도는 듯한 느낌을 준다. Lento의 트리오에는 혼이 목가적인 선율을 연주하는데 일종의 숲의 정경을 연상시킨다. 흥미로운 것은 선율 구성이나 화음 구조를 쉔커식으로 분석하면 2악장의 주제와 거의 동일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멜로디의 골격이나 화성구조는 피날레의 제2주제에도 같이 적용되어 일종의 순환양식처럼 느껴지게 된다.

후반부에 삽입된 하프의 매혹적인 글리산도는 마치 라벨이나 림스키코르사코프 같은 분위기를 전달한다.

제3악장 Allegro giocoso C장조 2/4박자 론도 형식.
팀파니와 저음현이 복잡한 리듬을 격렬하게 새기고 독주 바이올린이 매력적인 제1주제를 도입하여 기교적으로 전개한다. 그 다음 독주 바이올린이 이 악상을 이어받아 다시 기교적으로 변주 전개하고 관현악이 눈부시게 곡상을 끌어올려 제1의 주제부, 이어서 제2의 주제부가 각각 재현되어 전개된다. 독주 바이올린에 의해 장대하고 극적인 코다에 들어가고 마지막으로 급속한 음계가 연주되어 힘차게 끝난다.

제4악장 Allegro energico passionato e단조 3/4박자 파사칼리아 형식.
장엄하고 웅대한 느낌이 드는 일종의 변주곡으로서 고전 무곡의 형식이다. 처음에는 트롬본을 사용 했으며 거기에 목관과 혼이 첨가되는데 이같이 치밀한 대위법적 브라암스 음악가로서의 한 모습을 보여 준다.

글 출처 : 클래식 명곡 대사전(이성삼. 세광음악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