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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DUCTION

Label | Columbia
Nationality | USA
Running Time | 39:10

「Lady in Satin」은 단순히 쇠퇴기에 접어든 한 예술가에 대한 관음증적 초상일까? 아니면 재즈계에서 가장 뛰어난 곡 해석력을 지닌 가수의 절절한 영혼의 한 조각일까?

1930년대에 열정적인 "레이디 데이"가 버브 레코드에서 녹음한 매혹적인 노래들은 이미 과거에 묻혀버렸고, 대신 심각한 마약중독과 싸우는 한 가수의 참혹하고 씁쓸하고 거친 목소리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재기에 나선 40대 스타라기보다 70대 노파 같은 목소리를 내는 홀리데이, 그녀와 함께 일하게 된 편곡자 레이 앨리스는 웅얼거리는 보컬에 불만을 가졌다.

그러나 빌리 홀리데이는 "You Don't Know What Love Is'와 'Glad To Be Unhappy'같은 스탠더드 곡의 껍질을 철저히 벗겨내고 그 감정의 고갱이를 드러냄으로써, 마약에 찌들어도 껶이지 않는 자부심으로 음반 역사상 가장 솔직하고 적나라한 블루스곡들을 만들어냈다.

그것은 그때까지 재즈에서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버림받은 사랑의 노래, 심란함과 절망과 체념, 무엇보다 잔인할 정도의 솔직한 사랑노래였다. 이 앨범은 홀리데이 자신이 가장 아낀 음반이면서, 최후의 유언이 되어 그녀의 신화를 만들어 낸 음반이기도 하다.

엘리스의 '새틴처럼 부드러운' 현악 편곡은 홀리데이의 거친 목소리가 조금이라도 부드럽게 들리도록 무척 노력한 듯하지만, 오히려 반주가 아무리 진부해도 특유의 스윙감을 일지 않는 그녀의 독특한 개성만 강조되었다. 'I'm A Fool To Want You'에서 음절을 길게 늘이며 고통스러운 한숨처럼 내뱉을 때는 그녀가 자기 상상 속의 블루스 세상에 푹 빠져버린 것 같다.

솔직히 이 앨범은 아약중독자가 주사바늘을 꽂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처럼 꼼짝할 수 없을 정도로 놀랍고 괴로운 것으로, 듣는 이를 불길한 매혹으로 사로잡았다. 그러나 이 앨범이 없었다면 이후의 '니나 시몬'이나 '재니스 조플린'처럼 거리낌없이 자신의 심정을 통곡하듯 쏟아내는 디바들은 결코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글 출처 : 죽기 전에 꼭 들어야 할 앨범 1001장(마로니에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