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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DUCTION

Label | RCA
Nationality | USA
Running Time | 28:42

물론 이 음반이 성배는 아니다. 오래 전부터 앨범의 예술과 기술에 익숙해진 21세기 사람들의 귀에 엘비스 프레슬리의 첫 LP는 당황스러울 정도로 일관성이 없는 음반이다.

몇 차례의 세션에서 녹음된 곡들을 짜깁기한 것으로, 7곡은 3월 13일 발매 일을 앞두고 1956년 초에 녹음되었고 5곡은 RCA와 전속계약을 맺기 전인 1954년과 55년에 샘 필립스의 선(Sun) 레코드에서 녹음했다가 남겨진 곡들이다.

선에서 녹음한 ‘I’ll Never Let You Go(Little Darlin‘)’의 과장된 보컬은 거의 자기 패러디가 되기 일보 직전인데, 이 무렵은 모방이나 조롱의 대상이 될 만한 엘비스의 공적인 이미지가 구축되지 않았던 때이므로 더욱 기묘한 감정을 유발한다.

그런데 궁금한 게 있다. 이 앨범의 CD 재발매 버전에는 스물 한 살의 멤피스 출신 무명가수를 단 몇 주 만에 세계적인 유명인으로 만든 ‘Heartbreak Hotel’이 모두 담겨 있는데 왜 오리지널 음반에는 없는 걸까.

그래도 이 앨범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대개 혁명이란, 사소한 것에서 시작되지 않던가. 가스펠을 백인 스타일로 소화한 ‘I’m Counting On You’와 초조한 마음으로 읊조리듯 노래한 레이 찰스의 ‘I Got A Woman’은 초반에서 강한 인상을 남기고, 뒤로 가면 그지없이 쓸쓸한 ‘Blue Moon’이 기다리고 있다. 뭐니 뭐니 해도 제일 중요한 곡은 프레슬리를 컨트리 가수이자 연인을 그리는 사랑 노래의 전문가로 자리 잡게 한 아름다운 ‘Trying To Get To You’다. 이만하면 하나의 이정표가 될 만한 음반이 아닌가.

커버 역시 획기적이다. 1955년 7월 31일 플로리다주 템파에서 열린 한 콘서트에서 사진가 윌리엄 V. “레드” 로버트슨이 찍은 사진은 엘비스의 스냅사진 가운데 그를 표현하기에 가장 적합한 아이콘이다. 클래시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1979년작 ‘London Calling’에 이 디자인을 그대로 가져다 썼다.

글 출처 : 죽기 전에 꼭 들어야 할 앨범 1001장(마로니에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