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DUCTION

Hungarian Rhapsody(2002) - 발췌 음악

영화로 더욱 유명한 헝가리안 멜로디, Gloomy Sunday 수록앨범.
헝가리의 다양한 음악적 정서를 재즈의 즉흥성과 클래식의 양식적 요소를 통해 재창조한 역작! 헝가리 출신의 칼만 올라와 독일의 피터 레헬 그리고 부다페스트 체임버 심포니가 빚어낸 웅장한 헝가리안 랩소디.

선험적 색채와 연결된 헝가리 서사시

헝가리는 유럽에 위치하지만 동양의 핏줄을 가지고 있다. 9세기 경 우랄알타이 계통의 유목민들이 정착한 후 11세기에 나라를 세우고 기독교로 개종했다. 그렇기에 언어와 생활습관에서 동양의 영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이름을 표기할 때 우리와 같이 성(family name)을 앞에 쓰고 이름을 뒤에 쓴다. 바르톡의 경우 벨라 바르톡으로 알려져 있지만 헝가리 내에서는 바르톡 벨라로 쓴다. 조수미, 정경화를 외국에서 수미 조, 경화 정이라고 부르는 것과 같다.

헝가리의 음악은 유럽에 위치한 지역적 정서와 태생적인 동양의 정서 그리고 역시 동양계인 집시음악이 어우러져 독특한 정서를 지니고 있다. 음산한 느낌은 지형적인 속성에서 비롯된 슬라브 색채이고 정열적인 면은 집시의 즉흥 연주에서 큰 영향을 받았다. 서사적 스타일 역시 집시의 영향이 강하다. 이러한 점이 헝가리의 민속음악을 풍부하고 다양하게 하는 요소가 된다. 헝가리 음악이 유럽에서 가장 독특한 음악으로 인식되는 계기에는 이러한 배경이 있다.

본 앨범은 환상의 도시 부다페스트의 헝가로톤 스터디오에서 그곳의 엔지니어들과 한국의 매니저가 함께 헝가리 정서를 현대화시킨 작업이다. 헝가리의 다양한 음악적 정서를 재즈의 즉흥성과 클래식의 양식적 요소를 통해 재창조하고 있다.

최근 붐이 일고 있는 월드뮤직(민속음악) 장르에서 보면 최초의 헝가리 월드 뮤직이 된다. 실질적으로 유럽음악은 월드뮤직으로 서기 어렵다. 이는 월드뮤직 자체가 미국과 유럽음악의 영향을 벗어나려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아일랜드의 켈틱뮤직이 월드뮤직이라는 명함을 들고 나타나지만 이는 어딘가 미흡한 면이 있다. 영어권 음악에 월드뮤직이라는 호칭은 어색하지 않은가. 밥 딜런이나 사이몬 앤 가펀클을 미국의 월드뮤직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이런 점에서 유럽 음악에서 월드뮤직으로 가능한 것은 포르투갈, 핀란드, 슬라브, 헝가리 정도이다. 그 외에 집시의 영향을 받은 모든 민속음악이 포함된다.

이 가운데 역사적 배경으로 헝가리가 아주 좋은 요소가 된다. 화려함보다는 중후한 느낌을 중시하는 풍조와 함께 집시 선율에 와서는 얼마나 색채적이고 정열적인가. 세계의 음악이 된 '차르다스'(바이올린으로 연주되는 집시 풍의 민속무곡)를 연상하면 헝가리 음악이 얼마나 강한 개성을 가지고 있는가 알 수 있다. 이러한 다양한 개성이 이 앨범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난다.

본 앨범에는 헝가리 출신 피아니스트 칼만 울라와 독일의 색소폰 연주자 페터 레헬과 트리오 미드나잇 그리고 부다페스트 챔버 오케스트라가 함께 한다. 칼만 울라와 페터 레헬은 모두 클래식과 재즈 분야에서 정상급으로 분류되는 연주자들이다. 이들 모두 편곡과 작곡까지 하는 토탈 뮤지션이다. 그렇기에 헝가리의 정서를 표현하는데 있어서 필요한 모든 표현과 기교를 사용하는데 무리가 없다. 페터 레헬의 부친이 헝가리 태생이라는 점이 앨범에 참여한 아티스트들이 헝가리언 컬러를 공유할 수 있는 분모가 된다.

레퍼토리는 헝가리의 민요를 중심으로 헝가리의 정서를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창작곡으로 구성되었다. 편곡은 헝가리 색채의 현대적 뉘앙스를 살리기 위한 방편으로 재즈적 요소를 많이 활용하고 있다. 게스트로 참여한 두 명의 보컬리스트 가운데 특히 여성 보컬인 이렌 로바스즈는 헝가리에 내재된 동양적 색채를 극한적으로 보여 준다. 헝가리 민요에만 사용하는 독특한 발성과 묘한 느낌을 주는 헝가리 어를 사용하기에 이 앨범에 고유한 색채를 더하는 그녀의 역할이 크다. 필자는 그녀의 노래를 듣고 몽고의 초원을 연상했는데 이는 말을 달려 유럽으로 이주한 헝가리 조상들의 역사에서 비롯된 것이다.

챔버 오케스트라의 스트링 앙상블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재즈 애들립은 사용되는 스케일이나 음의 도약 등에서 헝가리 민속 혹은 집시적 정서를 추구한다. 이 앨범의 특징은 이러한 면에서 나타나고 있다.

'Joska Csardas'에서는 탱고 터치를 가미해 '차르다스 탱고'라는 새로운 스타일로 다가온다. 페터 레헬은 이를 '헝가리 영혼의 완벽한 묘사'라고 한다. 본 앨범은 CD 2의 머리 곡인 '전주곡'(Prelude)에 이어 유명한 'Gloomy Sunday'에 와서 드디어 근대 유럽의 암울한 정서에 휩싸인다. 기교가 전혀 없는 남성 보컬리스트 가보르 위난드가 지난 세기 유럽인들이 겪었던 비극적 정서를 노래한다.

앨범 전체의 현악 사운드가 무거우면서 비극적인 색채로 다가오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창 밖은 화창한 봄날인데 내 방에는 무거운 공기가 감돌고 있다. 재즈 필링이나 집시의 춤곡에서도 그 이면에는 선이 굵은 동양적 색채가 잠재되어 있다. 이렇게 헝가리의 정서는 리스트, 바르톡, 코다이에 이어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글 : 김진묵(음악평론가)

Information

Kalman Olah, piano
Peter Lehel, soprano & tenor saxophone, alto & bass clarinet
Janos Egri, bass
Elemer Balazs, drums

Budapest Chamber Symphony
Thomas Gehring, conductor
Roman Oszecsinszky, concertmaster, 1st violin
Szilvia Szigeti, 2nd violin
Balazs Toth, viola
Piroska Molnar, cello
Iren Lovasz, vocals
Gabor Winand, vocal
Vilmos Olah, solo violin
Andras Des, percussions

Recording : Hungaroton Studios in Budapest Hungary, January 28th to 30th 2002
Recoring engineer: Janos Gyori
Supervision : Markus Heiland
Mixing, Editing and Mastering : Markus Heiland Tritonus Studios Stuttgart, Germany
Photos : Gabor Sioret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