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DUCTION

피리,소리:박영태
장고:박진섭
아쟁:박병원
소리:이장단,김대례
대금:김방현
해금:홍옥미

Total timing 00:47:32
  1. 해남 씻김굿의 무가 사설

    해남씻김굿의 무가 사설은 서사적 내용이 일관되게 긴 소리로 짜여 있지는 않으나, 한 단락 마다 세련되게 창작되고 다듬어져 있으며, 가장 아름다운 소리로 되어 있다. 기왕의 판소리 장단에도 있는 진양과 중모리, 엇모리뿐만 아니라 흘림장단이나 터벌림, 선부리, 살풀이 등 다채로운 리듬을 구사하여 맡겨진 주제를 연출하는 데 치밀하게 사용하고 있다. 노래의 음악적 형태는 가사의 시적인 형태와 밀접하게 연관된다. 사설 위주로 주워섬길 때는 엇모리와 흘림장단이 쓰였고, 음악을 앞세울 때는 진양조 장단이 많이 쓰였다. 느린 장단으로 시작된 절차는 끝날 때 대부분이 보다 빠른 장단을 사용하여 한 절차 안에서 빠르기의 대비를 보여준다.

    해남 음악의 중요한 음악어법은 ‘육자배기목’ 혹은 ‘시나위목’으로, 굿음악의 대부분을 이룬다. 육자백이라는 명칭은 전라도지방의 민요이름에서 나온 것으로, 문자 그대로는 ‘6박의 곡’을 의미한다. 이 선법은 전라도 지방에서 일반적인 것이기 때문에 이보형은 전라도를 ‘시나위권’이라 하였다. 이 선법은 다른 타입의 한국음악인 궁중음악이나 판소리에서도 나타나는데 ‘계면조’라고 불린다. 이 선법은 보통 슬픈 감정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눈물보따리’ ‘슬픔 덩어리’라고 은유된다.

    해남의 굿음악인 시나위는 주제가 자유이다. 그러면서도 사람의 소리와 여러 악기들이 하벼 내는 소리가 너무 조화롭다. 서로를 세워주기도 하고, 서로 다른 가락을 연주하는 모든 선율이 조화롭게 얼크러져 있는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다고 아니할 수 없다. 그래서 시나위의 다른 주제는 조화이다. 그런데, 이 자유와 조화는 곡조가 너무 슬프다. 계면으로 이루어진 슬픈 가락이 비애의 정서를 한껏 자극한다.

  2. 씻김굿

    씻김굿은 이승에서 저승으로 가는 통과의례이다. 길닦음에서 늘어진 베 위에다 넋상자를 올려놓고 움직이는 행위는 죽은 자의 한을 풀어주고 남아 있는 이들이 스스로 위안을 받으려는 것이다. 당연히 마지막 부분에서는 한을 풀었으며, 흥이 회복되는 구조, 한과 흥의 순환적 반복이 한국인의 의식으로 담겨 있다.

    씻김굿은 원래 큰 굿이라고 불리는 것으로 죽은 이를 제대로 씻겨서 원한에 찬 삶을 녹녹하게 풀어서 저승으로 잘 보내려는 의도가 담긴 것이다. 그러나 실은 이 굿은 살아남을 이들을 위한 것이다. 죽은 이는 말이 없다. 그러나 살아남은, 죽지못해 살아남은 이들은 오히려 죽은 이보다도 더 그 정황을 애달파하며, 자기 설움에 쌓인다. 자신이 가진 그 서러움에 죽은 이의 원한까지를 가슴에 품고 있다. 사실은 이 굿은 살아남은 이들을 위한 것이다. 사람이 즐거워야 귀신도 즐겁다. 우리가 이 마당에서 실컷 신명을 내고, 제상을 놓인 그 떡도 먹고, 그리고 억울하게 죽은 이를 이제는 잘 보냈노라고 마음에 한 가닥 남은 안쓰러움까지를 모두 씻어낸다. 이제 귀신이 된 우리의 친구도 많이 흠향하고 그리고 편안하게 돌아갈 것이다.

    • 01. 살풀이
      망자를 위로하고 씻겨주는 굿은 씻김이다. 그리고 이 굿이 진행될 때 살풀이 음악이 쓰인다. 무당은 한지로 지전紙錢과 영혼의 상징인 넋을 만든다. 죽은 넋은 이승과 저승 사이를 떠돈다. 차마 이승의 미련을 버리지 못한 채 저승의 문턱에서 망설이는 모습이 살아남은 사람들의 의식 가운데 남아 있다. 무녀 김대례와 이장단의 구음만으로 어우러지는 모습이 뛰어난 앙상블을 이룬다. ‘이슬 털기’나 ‘조상 모시기’도 이 씻김굿에서 연행되며 이 때가 굿의 절정이라 할 수 있다.

    • 02. 넋올림
      씻김이 끝나면 넋올림이 이어진다. 이승과 저승을 헤매는 넋을 왕생할 수 있게 천도하는 굿이다. 넋과 함께 올리는 지전은 한자를 길게 접어 엽전 모양으로 늘어뜨린 것으로 넋전이라고도 불리며, 황천에 가는 노자돈이라는 의미가 강하다. 넋올림에는 흘림장단에 이어 엇모리장단이 쓰인다. “넋이야 넋이로다”라고 노래하는 이장단의 성음이 특히 돋보인다.

    • 03. 고풀이
      두 무녀가 광목으로 옹이를 묶어서 이를 풀어헤치면서 벌이는 굿이다. 고는 이승에서의 한이라고 상징되는 것으로 이 매듭을 푸는 일과 한을 푸는 일이 동일시 된다. 이 굿은 굿거리장단으로 되어 있다.

    • 04. 길닦음, 흘림
      길닦음은 망자를 저승에 고이 보내드리는 천도의식으로 씻김굿의 마지막 단락이다. 이 굿은 진양조- 중모리 - 굿거리 순서로 빨라지다가, 중모리(하적이야---)로 끝낸다. 슬프면서도 종당에는 흥취를 회복하는 전형적인 우리 음악의 구조로 짜여 있다. 길닦음에 이르면 한판의 굿이 마무리된다.

글 : 유영대 (고려대 교수), 글 출처 : 황봉구 미 그리고 아름다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