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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DUCTION

01. Saint-Saens : Violin Concerto No.3. in b minor. Op.61

작품의 개요 및 배경

생상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3번은 바이올린을 전공하는 이라면 누구나 마스터해야 하는 곡입니다. 이상하게도 연주회에서 듣기는 하늘의 별 따기이지만 말입니다. 대개 프랑스 작곡가들은 구성력이 떨어지는 경향이 강했는데 초창기의 생상스 역시 전위적으로 흘렀습니다. 그러나 선배인 베를리오즈가 구축한 틀 위에 구성력이 치밀하고 단단한 고전주의의 형식과 전통을 신봉하여 과감히 전향하죠.

신은 천재를 일찍 데려간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더러 있는데, 프랑스 작곡가인 생상스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그는 분명히 천재로 태어났지만 비교적 장수했던 인물입니다. 그는 86세까지 살았는데, 천수를 누리는 동안 생상스는 음악의 거의 모든 장르에 걸쳐 수많은 작품을 썼습니다. 흔히 그는 같은 프랑스 작곡가 세자르 프랑크와 비교되곤 하지요. 프랑크가 아주 신중한 태도로 극히 한정된 분야에서 적은 분량의 음악을 썼던데 반해 생상스는 그야말로 손대지 않은 음악 장르가 거의 없었을 정도로 많은 분야에서 많은 작품을 남겼습니다.

생상스는 바이올린 협주곡을 총 세 곡 남긴 것 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제 1번과 제 2번은 그리 자주 연주되지는 않는 반면에 3번 협주곡은 대중적 감성에 호소하는 아름다운 선율이 많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인지 인기가 매우 높아 콘서트 홀에서 종종 들을 수 있고 음반도 꽤 많은 편이지요. 생상스는 비록 낭만주의 작곡가였지만 위대한 고전주의의 형식과 전통을 신봉했던 사람이었습니다. 따라서 이 작품 역시 개인의 풍부한 정서를 바탕으로 하는 전형적인 낭만주의 감성으로 작곡되기는 했으나 고전 협주곡에 가까운 튼튼한 구조와 형식을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협주곡 작곡을 격려한 사라사테가 초연

사라사테는 겨우 여덟 살에 바이올린 독주회를 할 만큼 실력이 뛰어났습니다. 마드리드에서 여왕 이사벨라 2세 앞에서 연주를 할 정도였지요. 스페인 특유의 맛이 넘치는 그의 연주에 많은 유럽 작곡가들이 감동을 받아 너도나도 작품을 헌정했는데, 생상스도 <서주와 론도 카프리치오소>를 사라사테를 위해 작곡합니다. 사라사테는 다소 손이 작아 운지에서 큰 스케일을 요구하는 작품을 꺼렸고, 폭넓은 비브라토와 개성적인 리듬의 매력을 잘 살리면서 화려한 기교를 발산하는 곡을 선호했습니다.

자신의 스타일에 딱 맞는 작품을 받은 사라사테는 너무 기분이 좋아 생상스에게 계속 다음 작품을 부탁합니다. 한 마디로 말해 생상스는 사라사테에게 코가 꿰이고 말았죠.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이 협주곡 작곡이라는 사라사테의 무시무시한(?) 격려 덕분에 생상스는 공식적인 바이올린 협주곡 세 곡뿐 아니라 협주곡 형식의 곡을 무수히 남기게 됩니다.

1880년 작곡되어 이듬해 사라사테에 의해서 초연된 생상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3번은 강렬한 1악장과 아름다운 2악장, 리듬과 서정성이 조화를 이룬 3악장에 이르기까지 전체적으로 선율이 아름답고 구성적으로도 짜임새가 있는 작품입니다. 특히 2악장의 잔잔히 흐르는 바르카롤(뱃노래) 풍 선율에 이어 피날레에서 왼손가락으로 줄을 세게 누르지 않고 손가락을 살짝 갖다 대어 소리를 내는 하모닉스 주법은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며 절로 듣는 이를 매혹시킵니다.

작품의 구성 및 특징

제1악장 Allegro non troppo. b minor. 2/2박자. 소나타 형식
1악장은 오케스트라의 반주 위로 힘찬 바이올린으로 시작하는 전형적인 방식으로 문을 엽니다. 처음부터 응축된 에너지를 머금고 있는 바이올린 솔로의 선율은 아름답기 그지없습니다. 이어 영웅적이면서도 비장한 멜로디를 가진 씩씩한 테마가 나타나지요. 마치 한 편의 비극을 읽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당당하고 힘차고 웅장하지만 저편 너머에는 비장함과 슬픔이 가득 차 있는 느낌, 조금만 더 파헤쳐 들어가면 감당할 수 없는 운명의 비정함이 몰려들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뒤에 오케스트라가 이에 응답하는데 곡은 극히 평온하고 서정적인 분위기에서 E장조의 극히 아름다운 테마로 바뀌어 마지막은 화려한 코다를 지나 힘차게 끝납니다.

제2악장 Andantino quasi allegretto. Bb major. 6/8박자. 소니타 형식
마치 새가 노래하듯 감미롭게 시작하는 독주 바이올린으로 시작합니다. 단순하면서도 조용하며 서정적인 맛이 넘쳐흐르지요. 보통 바이올린의 여성성이라 하면 바이올린의 고음과 연관을 많이 짓는데 중저음에서 이렇게 감미롭고 부드러운 면모가 나타날 수 있다니 새삼스럽기 그지없습니다. 게다가 적절하게 재현되는 목관의 주제 역시 아름답습니다. 간략한 서주에 이어 바이올린 선율의 출렁이는 리듬이 마치 뱃노래같이 느껴지는 지극히 매혹적인 악장입니다.

제3악장 Molto moderato e maestoso. b minor. 4/4박자. 론도 형식
3악장의 서주는 비장미의 정수를 보여주며 첫 더블스톱(重音, 두 현을 동시에 누르고 켜기)부터 마치 심장을 찢는 듯한 감동과 충격을 안겨줍니다. 빠르고 역동적이면서도 때로는 느리고 차분하지만 그 안에 담겨진 한결같은 비장미는 결코 잊히지 않는데 절묘한 긴장감은 마치 언제 운명이 들이닥칠지 모르는 비극 속 주인공의 모습이 연상됩니다. 바이올린이 론도의 주제를 선창하며 제1테마가 힘차게 연주되고 아름다운 선율로 된 종속적인 테마가 관현악이 연주하는 코랄 풍의 다른 주제를 들고 나오면서 융합합니다. 특히 독주 바이올린의 눈부신 패시지가 환상적이며 나중의 코다는 부주제에 의해 당당하게 또는 화려하게 끝을 맺습니다.

02. Vieuxtemps : Violin Concerto No.5 in A minor, op.37

작품의 개요 및 배경

앙리 비외탕(1820-1881)은 현재니까 작곡가로서 알려지고 있지만,그가 살던 당시에는 오히려 연주가로서의 명성이 더 높았다. 그런데 19세기의 바이올린 음악 분야에서는 작곡가로서 활약한 명(名) 바이올리니스트들이 많이 배출되었다. 파가니니(N. Paganini;1782-1840), 요하임(J. Joachim;1831-1907), 사라사테(P. de Sarasate;1844-1908), 이자(E.Ysayee;1858-1931) 등이 그 주된 인물들인데, 이들과 함께 이름을 열거해야 할 사람이 바로 비외탕이다.

비외탕은 벨기에 출신인데, 연주가로서의 비외탕은 당시 유명한 벨기에의 바이올리니스트 베리오(C.A. de Beriot;1802-1870)에게서 배운 뒤 10세 때인1830년에 파리에서 데뷔했다. 그 뒤 유럽 각지에서 연주했고 1844년에는 미국,1846년부터 약 6년 동안은 러시아 페테르스부르크 음악원 교수로 있었다. 그의 문화에서는 이자이 같은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가 배출되기도 했다.

작곡가로서는 주로 바이올린을 위한 곡을 썼는데, 바이올린 협주곡 6곡을 비롯하여 많은 작품을 썼다. 비외탕의 작품은 그 자신이 천재적 바이올리니스트였던 만큼 연주기술을 주 목표로 하고 작곡한 것은 물론이지만, 그러나 예술적 가치로도 뛰어난 것이 많다.「바이올린 협주곡 제1번, 작품 20」은 20세 때 작곡했다고 하는데, 오늘날 가장 많이 연주되고 있는 것은「제4번」과「제5번」이다.

이「바이올린 협주곡 제5번」도 그의 다른 작품과 마찬가지로 비르투오소적(的)발상에서 생겨난 것이다. 그러나 단지 기교의 과시에 그치고 있지는 않다. 그의 협주곡은 예술적 판타지가 풍부하며 오케스트라가 단순한 반주의 영역에서 벗어나 교향적 스케일로 확대되고 있다. 그리고 독주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가 일체되어 악상을 펼쳐 간다.

베를리오즈는 비외탕의 작품을 아주 존경했고 그의 작품이 연주될 때는 언제나 모자를 벗어들고, 경의를 표했다고 한다. 베를리오즈는 이「제5번」에 대해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나는 이처럼 위대한 바이올린 협주곡을 지금 분석하고 연구할 수 없다. 다만 여기서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이 곡이 나에게 있어서는 매우 위대함과 동시에 극히 새로운 것이라는 점이다."

형식으로 볼 때 이 협주곡은 고전 협주곡의 형식을 벗어나고 있다. 이미「제4번」에서 4악장제를 채용해서 정해진 형식을 깼었는데, 이「제5번」에서는 또 단일악장으로 쓰고 있다. 그리고 중간부의 아다지오에는 벨기에의 오페라 작곡가 그레트리(A. Gretry;1741-1813)의 오페라 가운데서 당시 유행되었던 4중창의 선율을 쓰고 있기 때문에「그레트리」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작곡은 2번째 미국 연주여행에서 돌아온 뒤 1858년에 완성되었는데 음악원의 교재용으로 청탁받고 쓴 것이다. 초연은 1862년 작곡자 자신에 의해 행해졌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단일악장이며, 엄격한 소나타형식이 아니고 중간에 아다지오를 가진 3부형식이다.

작품의 구성 및 특징

제1악장 Allegro non troppo
주부 역시 투티로써 계속 이어진다. 오케스트라의 길게 뻗는 화음에 실려 비로소 독주 바이올린이 분산화음의 상승 음형으로 끼어 든다. 바이올린이 화려하고도 빠른 기교가 이 부분에서 들을 만한 대목이다.

제2악장 Adagio
아다지오의 중간부는 독주 바이올린의 인상적인 건율로 시작되는데, 이것이 그레트리의 오페라에서 취한 것이다. 마지막 부분에 짧은 카덴짜가 놓이고 곧 종결부로 넘어간다.

제3악장 Allegro con fuoco
독주 바이올린의 화려하고도 기교적인 대목은 급속히 상승하면서 강주(强奏)로써 끝난다.

글 출처 : 클래식명곡대사전(이성삼, 셍광음악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