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oading...
  • Loading...
INTRODUCTION

Piano Quintet in A-Major, "The Trout", Op. Posth. 114, D. 667.

작품의 개요 및 배경

아플 때 약이 되는 음악이 있다. 머리가 아플 때 말러나 바그너의 음악을 들을 수는 없을 것이다. 슈베르트의 음악이야말로 치유하는 음악, 약이 되는 음악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것도 요란스런 양약이 아니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나아버리는 생약이 아닐까. 슈베르트의 이 작품을 이야기하면서 슈베르트와 친했던 당대의 명가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슈베르트가 아직 세상에 이름이 알려져 있지 않았을 때 이미 성악가로 명성이 높았던 요한 미하엘 포글(바리톤)이 그 주인공이다.

슈베르트보다 30세가 위였던 포글은 빈 국립오페라의 명 바리톤이었고, 연가곡 <겨울 나그네>를 비롯해 수많은 슈베르트의 가곡을 소개해 슈베르트의 뛰어난 재능을 널리 알렸던 가수였다. 슈베르트는 포글을 위해 많은 가곡을 작곡해주기도 해 둘은 서로 가까워졌다. 이들이 친하게 된 것은 ‘슈베르티아데’라고 하는 슈베르트를 돕기 위한 모임을 통해서였다. ‘슈베르트의 밤’이란 뜻의 이 모임에는 슈베르트와 어린 시절부터 기숙사 생활을 같이 한 슈파운을 비롯, 시인인 마이어호퍼, 천재 화가 슈빈트, 그리고 포글이 참가하고 있었다. 멤버들은 밤마다 모여 음악을 연주하고 춤을 추고, 시를 읊고, 문학을 논했다.

1817년, 슈베르트는 가곡 ‘송어’를 작곡했고 그 해 포글이 슈베르티아데에서 초연했다. 이 가곡은 송어가 유쾌하고 명랑하게 뛰노는 광경을 그렸다. 가곡의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거울같이 맑은 시내에 송어가 화살처럼 헤엄치며 놀고 있다. 작중 화자는 이리저리 헤엄치는 송어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그때 한 어부가 송어를 잡기 위해 낚시를 드리운다. 그러나 물이 너무 맑아서 송어가 잡히지 않는다. 결국 어부는 물을 흐려놓은 후에 송어를 잡았고, 작중 화자는 어부의 속임수에 걸려든 송어를 당황스런 마음으로 바라보았다는 것이다.


슈파운의 집에서 열린 슈베르티아데 모임을 그린 그림.
피아노 치는 슈베르트(가운데) 오른쪽에 앉은 사람이 성악가 요한 미하엘 포글이다.

간혹 ‘송어’를 ‘숭어’라고 우기는 사람들도 적잖이 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숭어’는 틀리고 ‘송어’가 맞다. 그 이유는 바로 ‘맑은 시내에’라는 대목에 있다. 송어가 민물고기이고 숭어는 바닷고기이기 때문이다. 이 피아노 5중주에 ‘송어’라는 제목이 붙은 이유는 가곡 ‘송어’의 선율을 주제로 한 변주곡이기 때문이다. 음악 전체를 통해 신선한 느낌이 발산되고 있으며, 마치 깊은 산 속의 여름을 떠올리게 하는 상쾌한 기분이 넘쳐흐르고 있다. 곡의 음악적 구조가 완만해서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평도 있지만, 슈베르트의 청년다운 패기와 순수가 넘치는 걸작이다.

1819년, 22세의 슈베르트는 성악가 포글과 함께 북부 오스트리아의 슈타일을 비롯해 린츠 지역으로 연주와 피서를 겸한 여행을 떠났다. 두 사람은 7월 13일부터 9월 중순까지 이곳에 머물렀는데 휴가지에서 만난 질베스터 파움가르트너라는 광산업자로부터 후한 대접을 받았다. 파움가르트너는 관악기와 첼로를 연주할 수 있었던 음악 애호가였다. 그의 집은 그 지역 음악의 중심지처럼 여겨지고 있었다.

파움가르트너는 슈베르트에게 자신이 직접 연주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작곡을 하나 해달라고 의뢰했다. 곡을 의뢰하면서 자신이 마음에 들어 했던 슈베르트의 가곡 ‘송어’의 주제를 넣어 달라고도 부탁했다. 이렇게 해서 피아노 5중주 ‘송어’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 곡은 실내악 장르에 있어 슈베르트가 작곡한 최초의 걸작으로 평가된다. 편성은 피아노,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러한 편성은 일반적으로 찾아보기 흔치 않은 비범한 편성이다.

작품의 구성 및 특징

제1악장 Allegro vivace
고전 소나타 형식. 피아노 연주에 네 대의 현악기가 조용한 선율을 느리게 연주한다. 서주부가 끝나면 바이올린이 제1주제를 연주한다. 첼로가 힘차게 브리지의 역할을 한 뒤에 서정적인 제2주제가 제시된다. 발전부와 재현부에서 교묘한 변화를 보인 뒤에 곡은 코다에서 화려하게 끝난다. 1악장은 특히 풍부하고 색채적인 인상을 주는데, 그것은 슈베르트의 독특한 조옮김의 테크닉 때문일 것이다. 피아노가 선율악기로서 중요한 키를 쥐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제2악장 : Andante
서정이 풍부하며 꿈을 꾸는 듯한 분위기다. 주요한 선율은 제1악장의 주제에 의해 아름답게 만들어진 아리아다. 3개의 선율을 F장조-F#단조-A단조-F장조의 순서대로 전개하며 만들어진 악장이다. 구조적으로 모차르트, 때로는 바흐의 음악을 연상케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제3악장 : Scherzo presto
피아노와 현악기 사이에 자유로운 대화식 응답, 즉 메기고 받는 식으로 이루어졌다. 교묘한 수법으로 독특한 효과를 내며, 유쾌한 심상을 불러일으킨다. 불완전하기는 하지만 푸가적 취급이 흥미를 끈다.

제4악장 : Thema Con Variazioni Andantino
가곡 ‘송어’의 멜로디를 테마로 해서 6개의 변주곡으로 꾸민 악장이다. 주제와 5개의 변주곡과 주제를 여러 악기로 나누어 연주하는 알레그레토의 코다로 되어 있어 주제의 쾌활한 성격이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특히 제3변주 시 피아노의 높은 음에 의해 나눠진 음의 모습은 아름답고 독특한 효과를 나타낸다.

제5악장 : Allegro Giusto
쾌속으로 질주하는 엄격한 악장이다. 현악기가 주제를 연주하면 이를 피아노가 반복하는 식이다. 제2주제는 합주인데, 조바꿈되며, 피아노와 현악기가 교체되며 주제의 특색을 보인다. 튀어오르는 송어의 비늘처럼 활기 차고 생생한 악장이다. 어딘지 모르게 헝가리 음악의 냄새도 난다.
글 류태형(음악칼럼니스트) 월간 <객석> 편집장 역임, 현재 (재)대원문화재단 사무국장.


StringQuartet No.13 D 804 in A Minor 'Rosamunde'

작품의 개요 및 배경

슈베르트의 현악 4중주곡은 16곡이 전하는데(구 전집에는 15곡인데 후에 1곡이 추가됨), 실제로 그가 몇 곡의 현악 4중주곡을 썼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짧은 생애에 많은 현악 4중주곡을 작곡한 것은 그의 가정환경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어린 시절 슈베르트는 국립신학교에 들어갔는데, 휴가 기간에 집으로 돌아와 있을 때에는 아버지가 첼로를(매번 틀려서 슈베르트에게 놀림 당하곤 했다), 두 형 이그나츠와 페르디난트가 바이올린을, 자신이 비올라를 맡아 현악 4중주를 연주하였다. 이런 환경이니 그가 많은 현악 4중주 작품을 작곡한 것은 당연지사라 하겠다.

1810년(13세)부터 1813년까지 작곡한 제1기 8곡의 현악 4중주는 집에서 줄기기 위한 목적으로 작곡한 것이었기 때문에 그 당시에는 알려지지 않았다. 1814년부터 슈베르트의 현악 4중주곡은 가정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기로 접어든다(제2기). 고전적인 절제와 낭만적인 표출과의 융합이 점차 자연스러워졌고 1916년에 작곡한 11번은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그 후 얼마 동안 슈베르트는 현악 4중주에 관해서 침묵을 지키다 드디어 4년 후인 1820년 12번 ‘콰르테트자츠’(Quartettsatz, Quartett는 ‘4중주’, satz는 ‘악장’, 그러니까 4중주를 위한 하나의 악장이라는 뜻)를 내놓는다. 비록 한 악장만 작곡된 미완성이지만 이전의 작품들과는 매우 다른 틀에 격정적인 감정과 풍부한 서정성을 담아냄으로써 제3기의 방향을 잡아주었다. 그리고 또다시 4년 후인 1824년에 슈베르트는 13번 ‘로자문데’와 14번 ‘죽음과 소녀’ 두 대작을 완성한다.

이 두 작품에서는 관현악적인 서법이 사용된 점이 특징적인데, 슈베르트 자신 이 두 작품을 ‘교향곡으로의 길’이라고 생각하고 작곡했던 것이다. 이어 1826년에 작곡한 마지막 현악 4중주곡 15번은 대규모 스케일과 대담한 표현법으로 이미 전통적인 실내악의 범주를 넘어서고 있다.

후기 3대 현악 4중주곡 중 첫 번째 작품인 13번 ‘로자문데’를 작곡할 무렵 슈베르트는 오랜 정신적 신체적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창작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생에 대해 비관적인 시각을 품기도 하였는데, 1824년 3월 31일 친구 쿠펠비저에게 보낸 편지에 잘 나타나 있다.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하고 불쌍한 인간이라고 생각한다네. 건강이 회복될 기미도 안 보이고 그러한 절망 속에서 작곡도 풀려가는 방향이 아니라 점점 나빠지는 방향으로 가는 것 같은 이 인간을 생각해보라. 사랑과 우정으로 가득 찬 행복이 고통으로 채워지며 아름다움에 대한 열광도 사라져가는 이 인간을 생각해보라. (...)

가곡은 새로운 것을 거의 만들지 못했지만 기악곡은 몇 곡 완성했지. 두 곡의 현악 4중주곡과 한 곡의 8중주곡을 작곡했는데, 다른 현악 4중주곡도 작곡할 생각이야. 이런 것이 규모가 큰 교향곡으로 가는 길을 만들어줄 것이라고 생각하네.”

이 편지에서 작곡했다고 한 두 곡의 현악 4중주곡이 13번 D.804 ‘로자문데’와 14번 D.810 ‘죽음과 소녀’이며, 작곡에 들어간다는 다른 한 곡이 15번 D.887이다. 13번 현악 4중주의 ‘로자문데’라는 명칭은, 2악장 주제로 슈베르트 자신이 그 전해에 작곡한 극음악 <로자문데>의 3막과 4막 사이의 간주곡을 차용하고 있기 때문에 붙여진 것이다. 슈베르트는 이 선율을 특히 좋아해서 훗날 작곡하는 <즉흥환상곡> OP.142 3번에도 주제로 사용하였다.

이 곡의 초연은 완성되고 얼마 지나지 않은 1824년 3월 14일 빈 악우협회에서 슈판지히 현악 4중주단의 연주회에서 이루어졌으며, 슈베르트의 현악 4중주곡 중에서 그의 생전에 공개적인 모임에서 연주된 유일한 곡이었다고 한다.

작품의 구성 및 특징

제 1악장 Allegro ma non troppo
두 개의 주제를 사용한 고전 소나타 형식. 8분음표로 동요하는 2바이올린과 불안한 음형의 비올라와 첼로의 반주에 맞추어 아름답고 우수에 찬 제1주제를 1바이올린이 연주한다. 어두운 표정에 가득 찬 경과구를 거쳐 2바이올린에 의해 짧고 매혹적인 선율의 제2주제로 들어간다. 이후 제2주제의 동기를 이용한 코데타를 거쳐 제시부가 마감된다. D장조의 제1주제로 시작되는 발전부는 폴리포닉 서법을 중심으로 발전하여 클라이맥스에 이르는데 불안한 긴장감을 조성한다. 재현부는 정석대로 제2주제가 A장조로 나타나고 마지막은 제1주제에 의한 코다로 마감된다.

제2악장 Andante
극음악 <로자문데>의 선율을 주제로 한 느린악장. A-B-A'-B-A''의 론도 풍 형식이지만, 마지막 A''는 코다로 취급하고 있기 때문에 재현부가 발전부를 병행한 소나타 형식으로 볼 수 있다. 느리게 연주되는 이 아름다운 악장은 슈베르트의 선율 중에서도 가장 아름답다는 평판을 받고 있다. 제1주제는 1바이올린으로 연주되며 다른 현이 보기 좋게 대위법적인 반주를 한다. 다시 짧은 보조적인 주제가 제시된 후 얼마 후에 처음 주제가 재현한다. 전개부는 힘차게 발전되는데, 1바이올린에 의해 오르내리는 양상이 멋지다.

제3악장 Menuett Alloegro
이 4중주곡에서 가장 특징적인 악장이다. 환상적이고 해학적인 무곡으로, 낮은 E음의 점8분음표에서 하행하고 D음의 16분음표에 이르러 다시 E음으로 돌아온다. 첼로의 낮은 음에서 시작하다가 그것이 끝나면 다른 현악기가 같은 음형을 연주한다. 트리오는 위안을 주는 듯한 역할을 하는데, 주제를 반복하면서 끝난다.

제4악장 Allegro moderato
매혹적이고 화려하며 경쾌한 리듬이 기반을 이룬다. 이는 헝가리 풍 춤곡 선율인데, 두 개의 주제가 나타나며 주로 1바이올린이 제시부를 연주한다. 발전부에서는 우아하게 장식되어 시종 활기에 찬 분위기가 조성된다.

글 출처 : 네이버뮤직캐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