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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DUCTION

01. Serenade No.13 in G major KV525

모차르트의 세레나데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는 그의 작품뿐 아니라, 모든 클래식 음악 작품 가운데에서도 인기 면에서는 늘 최상을 달리는 유명한 곡이다. 오스트리아의 빈이나 잘츠부르크를 여행하면 바람에 묻어와 얼굴에 닿듯 언제 어디서나 들려오는 곡이기도 하다. 또한 TV와 같은 대중매체에서도 자주 사용되고 있으며, 그 우아하면서도 아름답고 경쾌한 스타일이 대중적으로 강하게 어필하는 곡이기도 하다. 1악장의 그 유명한 선율은 한번 들으면 누구나 기억하게 되는 매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 곡은 1787년 8월 10일, 모차르트가 오페라 <돈 조반니> 2막을 작곡할 무렵에 탄생했다. 명칭인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는 작은 밤의 음악, 한자로는 소야곡(小夜曲)이라고 불린다. 이 말은 ‘세레나데’를 칭하는 독일어이다. 실질적인 명칭은 세레나데 13번이다. 모차르트 사후에 출판된 초판에서도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라는 독일어 표제를 쓰지 않고 ‘세레나데’라고만 표기되어 있다.

이 곡은 다른 세레나데들과는 달리 현악 5부(제1바이올린, 제2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로 구성된 차이점 때문에 ‘현악 세레나데’라고도 불린다. 모차르트가 33세에 작곡한 이 곡은 모차르트 특유의 화려하고 밝은 선율이 매력적인 작품이다.

세레나데 장르에는 원칙이 있다. 본래 세레나데는 사랑하는 연인이 있는 창가를 향해 부르는 밤의 연가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지위가 높은 사람을 축하하거나, 그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하기 위해 작곡한 대규모의 극적 성악곡 혹은 기악곡을 세레나데라고도 한다. 세레나데는 귀족들의 연회에 사용되기도 했다. 이런 형식의 세레나데는 개인적 목적 이외에 연주회용인 본격 작품으로 연주되었다.

기악곡으로서의 ‘오케스트라 세레나데’는 3악장에서 10악장에 이를 만큼 악장 수가 일정치 않다.
첫 악장, 느린 악장, 마지막 악장처럼 교향곡의 일부를 연상시키는 악장을 틀로 하여 복수의 협주곡 악장을 포함하기도 하며, 여러 미뉴에트 악장을 포함하기도 한다. 또한 세레나데에는 음이 분명하게 들리도록 하기 위해 단순 유니즌(오케스트라 전체가 같은 음 혹은 같은 멜로디를 연주하는 일), 화성적 악구가 많다. 이런 특징은 명쾌하고 간명한 구조, 선율의 특징을 쉽게 알아볼 수 있게 한다.

모차르트의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도 작품 전체가 극히 간결한 서법으로 씌어져 있고, 제1악장의 주제가 전체의 구성을 통일하고 있어 일반인들도 쉽게 흥얼거리며 친숙해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끊임없이 등장하는 아름다운 선율과 세레나데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개방적이고 활기찬 곡조도 이 작품의 매력을 빛내는 중요한 요소이다. 전 악장을 통해 밝고 우아한 멜로디로 일관하고 있는데, 이러한 간소한 특성 때문에 이 곡을 단조롭다고 여기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나 TV나 영화, 길에서 들려오는 토막 선율이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의 진정한 매력을 설명해줄 순 없다. 멋진 음악회나 오디오 시스템을 통해서 진지하게 감상한다면 단순 명쾌한 모차르트 선율의 진가, 완벽한 합주력이 빚어내는 아름다움, 모차르트의 천진난만한 악상이 지닌 우아함, 궁정풍의 화려한 아름다움에 흠뻑 젖어들 수 있을 것이다.

모차르트의 작품 목차에 따르면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는 작곡 당시에는 세레나데의 원칙대로 5개의 악장으로 구성(알레그로, 미뉴에트와 트리오, 로만체, 미뉴에트와 트리오, 피날레)되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현재 전해져 오는 것은 교향곡과 같은 4악장의 구성이다. 분실된 3악장 부분(미뉴에트와 트리오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은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고 있는데, 그것이 우연한 소실인지 혹은 누군가에 의해 고의로 생략된 것인지 확실치 않다.

제1악장 Allegro G Major
너무나도 유명한 악장이다. 제1주제는 펼침화음으로 이루어진 전반부, 트릴장식이 인상적인 후반부의 대조적 두 악구로 이루어진다. 전반부는 유니즌으로, 후반부는 제1바이올린의 포르테로 강력하게 제시된다. 아마도 이 선율만큼 대중 친화력이 강한 선율도 클래식 음악 역사에 없을 것이다.

이 유명한 주제는 연속적으로 경과부로 이행한다. 경과부는 조용하고 사랑스러운 악구에 접어들면서 긴장이 완화되다가 곧 상승하는 음형으로 긴장이 높아지고 D장조로 옮겨간다. 제1주제와 대조적인 성격의 제2주제가 제시되고 장난스럽고 유쾌한 주제가 반복된 후 제시부의 마지막에 이어 제1주제의 발전부가 시작된다. 음계적으로 상승하는 악구를 거쳐 재현부로 옮겨지는 소나타 형식을 이루며 끝을 맺는다.

제2악장 Romanze andante C Major
‘로만체’란 명칭은 서정성과 우아함을 지닌 분위기의 곡에 붙곤 한다. 유려하게 흐르는 현악 선율이 마치 꿈에 잠긴 듯한 부드러운 뉘앙스를 만들어낸다. A-B-A 3부형식을 기초로 1악장 제1주제의 펼침화음 동기를 사용한 유려한 주제가 재현된다. 악장의 중간 부분은 전반부와는 대조적이다. 재빠르게 재잘거리며 움직이는 바이올린군, 웅성거리는 듯한 불안한 선율, 현악기군의 아기자기한 음악적 대화가 강한 인상을 남긴다. 이후 조옮김이 되풀이되다가 점점 긴장감이 높아지며 맨 처음의 우아한 주제를 사용한 코다에 의해 조용히 끝을 맺는다.

글 : 류태형 | 음악 칼럼니스트

02. Clarinet Concerto KV 622 in A Major

불과 35세로 생을 마친 모차르트는, 그의 짧은 생애 동안 놀랄만큼 많은 곡을 작곡했다. 그 중 협주곡은 50여곡이 쓰여졌는데, 절반은 '피아노 협주곡'이 차지하고 있고 관악기를 위한 협주곡은 4곡의 호른 협주곡을 비롯하여, 파곳, 플루트, 오보에, 클라리넷 그리고 플루트와 하프를 위한 협주곡 등 10곡이 채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주옥같은 명곡으로서 모차르트의 천재성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모차르트의 하나뿐인 클라리넷 협주곡은 그가 죽기 두 달 전인 1791년 10월에 작곡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모차르트의 많은 협주곡 중 마지막으로 쓰여진 곡이다. 당시 빈 궁전 오케스트라 단원이며 친한 친구인 슈타틀러 (Anton Paul Stadler, 1753~1812)를 위해 작곡된 이 곡은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5중주(K581)과 더불어 많은 후대 작곡가에게까지 영감을 준 좋은 명곡이다. 특히 오케스트라와 독주 악기간의 절묘한 조화와, 독주 악기의 절제가 아름답기 그지 없다. 또한 당시 협주곡으로는 이례적으로 카덴차가 없다. 이 곡을 쓰던 당시 모차르트는 이미 죽음을 예감한듯 제2악장 아다지오는 그 담담한 흐름은 인생에 대한 체념이 오롯이 담겨져 있는 듯 하다.

그러나 몇가지 모차르트 연구가들 사이에 약간의 의문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선 현재까지 모차르트의 자필 서명이 담긴 원본이 발견되지 않고, 또 처음 악보가 출판된 것이 1801년이라 모차르트가 사망한 후 10년이란 큰 시차가 있고, 악장간의 완성도 차이가 있다는 것을 이유로 모차르트의 스케치를 기초로 누군가 첨가하여 완성된 곡이 아니냐는 의문을 일부 음악 학자들은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또 이곡이 슈타틀러를 위해 작곡되었다고 알려져 있는데, 슈타틀러가 연주하던 개인 악기는 당시 널리 쓰이던 클라리넷과는 다소 다른 특수한 악기였기에 독주 악기에 대한 의문도 있다. 원래 슈타틀러의 개인 악기는 당시에 유행하던 악기인 바셋 호른의 모양에 마개를 첨가한 것이다. 이것은 일반 클라리넷보다 아래로 두 음 더, 즉 저음 다까지 연주할 수 있었던 클라리넷이다. 후대의 연구가들은 이 악기를 '바셋 클라리넷'이라고 부르고 있다.

당시 클라리넷은 새로 개발된 악기로서 아직 주된 음역과 조가 확고하게 정해지지는 않았던 까닭에 여러가지 음역과 조의 악기가 혼용되고 있던 상황이었다. 이 후 19세기에 와서 관악기의 대폭적인 개량이 이루워지는 과정에서 오늘 날과 같이 B flat조와 A조의 클라리넷이 주된 악기로 정착이 되었고, 바셋 클라리넷은 곧 잊혀진 악기가 되어 결과적으로 바셋 클라리넷 독주를 위한 작품으로는 모차르트의 두 곡, 즉 지금 소개하는 이 곡과 5중주 A장조 (K581)가 거의 유일한 존재로 남게 된 것이다.

또한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모차르트의 바셋 클라리넷 협주곡은 보통 클라리넷으로 연주되는 것이 일반화 되었고, 이에 따라 일반적인 클라리넷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초저역의 음표들은 한 옥타브 정도 높은 음으로 옮겨져 연주하는 관행이 정착되었다. 그러나 이 곡이 정말로 바셋 클라리넷을 위해 작곡된 것인지는 모차르트의 원본이 발견되지 않아 확인할 수 없다. 그렇지만 1950년 이후 학자들과 클라리넷 연주자들 사이에서 원곡 복원운동이 활발히 이루어져 요즘엔 바셋 클라리넷으로 연주하기도 한다.

참고로, 이 곡의 제2악장 아다지오는 1985년 ‘시드니 폴락’이 메가폰을 잡고 ‘메릴 스트립’, ‘로버트 레드포드’가 열연한 명화인 '아웃 오브 아프리카'에 삽입되어 영화의 완성도를 더욱 높였는데, 1986년 58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작품, 감독, 각색, 촬영, 미술, 음향, 음악상 등 7개 부분을 수상하였다.

03. Symphony No. 41 KV 551 in C Major

1788년 여름 3개월도 채 안 되는 극히 짧은 기간에 완성된 모차르트의 후기 3대 교향곡의 작곡 경위는 수수께끼로 남겨져 있다. 작곡 동기나 목적, 의뢰자 그리고 실제 연주 가능성 등 어느 하나 확실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 그래서 음악학자인 아인슈타인(Alfred Einstein, 1880~1952, 독일)은 ‘의뢰도 없고 직접적인 의도도 없다. 있는 것이라곤 연원에의 호소뿐’이라는 말을 남기고 있다.

한편 일설(一說)에는 두 가지 가정이 있다고 한다.
작곡 무렵 모차르트가 매우 궁핍한 생활을 하고 있었고, 심지어는 주위 사람들에게 의뢰를 구걸하다시피 하여 자신의 천재성을 훼손시키는 작품을 작곡, 경우 연명을 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새로운 교향곡’이라는 그럴듯한 제목을 붙여 런던의 흥행주 잘로몬(Johann Peter Salomon, 독일)의 관심을 끌어 어려운 생활로부터 벗어나려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잘로몬은 ‘주피터(Jupiter)'라는 제목을 생각해 내기도 한다.

다른 하나는 교향곡 38번 <프라하(Prague)>의 성공으로부터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보다 심화된 교향곡을 작곡하려는 갈망을 가졌고, 바흐가 <푸가의 기법(Die Kunst dre Fuge)>을 작곡했던 것처럼 자신도 순수한 음악을 위한 초절기교 연습곡적인 교향곡을 작곡했다는 것이다.

이런 수수께끼와 같은 작품의 대미(大尾)는 41번 교향곡 <주피터>가 장식하고 있다. 특히 이 곡은 1788년 8월 10일 불과 15일 만에 작곡되어 기적이라고 하는데, 우리가 진정 놀라는 것은 짧은 기간이 아니라 창조의 탁월함일 것이다. 그래서 로마 신화의 추고의 신인 ‘주피터(Jupiter)'란 별칭이 붙었고 또한 그에 합당한 최고의 작품으로도 손색이 없는 걸작으로 자리하는 것이다.

모든 슬픔과 격정을 드러낸 것이 전작인 40번 g단조 교향곡이었다면 그 옆에서 항상 구원의 영역을 추구했던 것은 바로 이 41번 <주피터>였던 것이다. 다른 그의 g단조 작품들도 예외 없이 늘 곁에 짝을 이루는 대비적인 작품이 존재하였는데 이는 그 어떤 내면적인 요청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아인슈타인은 “분명히 드러나기보다는 오히려 감추어져 있는 갤런트(gallant)적인 것과 학구적인 것의 융합이 <주피터>의 피날레에서 확실히 나타난다그것은 음악사에서 영원한 한순간이다.”라는 말을 남기고 있다. 결국 모차르트는 그의 최후의 교향곡에서 현란함과 웅대함의 극치 그리고 클라이맥스 악장에 푸가의 기법을 도입하여 요절한 한 천재의 승리의 찬가를 만들었던 것이다.

곡에는 하이든적인 것은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고 자신만의 특징을 한껏 드러낸 그리고 그 내용에 있어서는 베토벤에 육박하는 승리의 찬가라 할 만하다. 특히 전작 g단조 교향곡의 염세적인 어두움과 대조를 이루는 당당하고 화려한 것은 마치 베토벤의 5번 c단조 교향곡에 비유된다.

제1악장은 찬연한 빛남을 가진 당당한 위험의 악장인데, 음악적으로 강한 집중력의 긴밀하고 정밀한 구조가 감탄할 만하다.

2악장 안단테 칸타빌레(andante cantabile)는 모차르트가 흔히 즐겨 쓴 이탈리아의 콜로라투라(coloratura)풍의 화려하고 섬세한 것이다. 그래서 그 아름다움은 이 세상 것이라 여겨지지 않은 것이나 거기에는 억제된 정연함도 공존한다.

그리고 종악장인 4악장에는 푸가(fuga) 기법을 도입하여 흔히 이 교향곡을 ‘종곡에 푸가를 가진 C장조의 교향곡’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런 만큼 대위법적인 전개가 실로 놀라우며 압도적인 감흥과 숨 막힐 듯 한 격정으로 곡을 맺는다.

글 출처 : 클래식 명곡 대사전(이성삼, 세광음악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