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는 당대 가장 유명한 건반악기 비르투오소 가운데 한 명이었지만 그는 바이마르 궁전에서 바이올린 연주자로 경력을 시작했다. 악기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갖고 있었던 만큼 바이올린을 위한 그의 작품들에는 오직 바흐만이 찾아낼 수 있었던 악기에 대한 가능성과 심도 깊은 이해가 담겨 있다. 그가 이 악기를 위한 걸작을 남길 수 있는 기회가 1717년부터 1723년 사이에 찾아왔다. 1717년 그는 “음악에 대한 사랑과 이해를 모두 갖고 있는 친절한 왕자”라고 칭송한 쾨텐의 레오폴트 후작의 부름을 받고 그를 위해 봉사를 하게 되었다. 특히 레오폴트 후작은 이탈리아 예술에 대한 열정적인 신봉자로, 바흐는 자연스럽게 이탈리아의 바이올린 협주곡 양식에 흥미를 갖게 되었고 특히 비발디의 협주곡들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연구하여 자신의 작품에 이를 녹여내기 시작했다. 그가 차용한 형식은 콘체르토 그로소로 이 양식은 톤과 다이내믹, 솔로 악기 그룹들과 바이올린 솔리스트에 대한 조합과 대비의 정수를 보여준다. 이에 대한 훌륭한 예로 솔로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을 꼽을 수 있는데, 그가 작곡했다고 추정되는 여러 편의 협주곡 가운데 지금까지 완전한 형태로 존재하는 것은 두 곡(‘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도 남아 있다)뿐이다. 자신이 작곡한 바이올린 협주곡에 만족해했던 바흐는 이를 하프시코드 협주곡으로 편곡하기도 했는데 ‘1번 A단조 협주곡’은 ‘건반악기 협주곡 G단조 BWV 1058’로, ‘2번 E장조 협주곡’은 ‘BWV 1054’로 현재 남아 있다. 제1번 a단조 BWV 1041 1번 A단조 협주곡과 2번 E장조 협주곡은 그 분위기와 구조에서 현저한 차이를 보인다. 1번 A단조 협주곡은 정력적인 단조로서 웅변조 스타일의 서주부로 시작하며 여기에 강한 리듬을 갖고 있는 리토르넬로를 수반하고 있지만 그 형태가 완벽하게 완성되지는 않는다. 그런 까닭에 여느 비발디 협주곡과 마찬가지로 투티 부분과 독주 부분이 교대로 연주되는 형식을 보여준다. 특히 솔로 바이올린 파트는 역동적인 모습을 띠고 있지만 톤에 있어서는 더없이 온화하다. 안단테 악장은 우아한 장식음으로 장식된 멜로디가 달콤한 오스티나토 베이스 라인과 단단히 결부된다. 마지막으로 피날레 악장은 9/8박자로서 솔로 파트는 리토르넬로에 다다르기까지 오케스트라를 앞서기도 하고 뒤따라오기도 하며 전체와의 조화를 모색한다. 그러나 결말로 갈수록 점차 독립적인 성격을 갖는다. 제1악장 알레그로 가단조 2/4박자 이 악장에는 템포의 지시가 없으나 통례로 알레그로로 연주되고 있다. 형식적으로는 비발디의 협주곡과 마찬가지로 <리토르넬로 형식>, 즉 투티 부분과 독주 부분이 교대로 연주되는 형식을 답습하고 있다. 제2악장 안단테 다장조 4/4박자 이 악장에서는 이탈리아 작곡가의 낙천적인 음악에서는 볼 수 없는 바흐의 엄격한 예술이 제시된다. 저음의 엄숙한 주제로 시작되는데, 이것은 밧소 오스티나토를 이우러 똑같이 되풀이되며, 이 인상적인 악구에 대하여 다른 현악기군은 단속하는 1분음표로 선율을 들려 준다. 마지막은 바이올린의 아름다운 3잇단음표의 악구로서 인상적으로 맺는다. 제3악장 알레그로 앗사이 가단조 9/8박자 이탈리아의 쿠랑트 무곡을 연상케하는 경쾌한 이 악장은 제1악장과 같은 리토르넬로 형식을 취하고 있다. 투티는 각 악기의 푸가토풍의 진행에 의한 것으로, 바흐의 뛰어난 작곡 기법이 충분히 나타나 있다. 독주 바이올린은 이 리듬을 타고 나타나는데, 약간 엄격한 주제이다. 제2번 E장조 BWV 1042 2번 E장조 협주곡은 앞선 작품보다 발전된 바흐의 양식적 어법이 한결 두드러진다. 분위기는 경쾌하지만 여전히 단정적인 어조의 첫 악장은 다 카포 형식의 아리아(A-B-A)처럼 명백한 세도막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고, 시작부 리토르넬로의 주제가 곳곳에 퍼져 있다. 특히 첫 마디부터 솔리스트가 주도를 하고 리피에노(ripieno, 바로크 시대의 총주를 뜻한다)가 이를 뒷받침하는 형식을 갖고 있어 협주곡으로서의 강한 개성을 드러내고 있고, 첫 부분의 재현부 직전에 솔리스트가 짧은 카덴차를 연주하는 점 또한 이채롭다. 이 가운데 중간 부분은 주제의 변주와 조바꿈이 이루어지며 이후 소나타 형식의 발전부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것 또한 주목할 만하다. 이 협주곡을 진정으로 유명하게 만든 결정적인 대목은 바로 아다지오 악장으로, 솔로 바이올린의 길고 표현력 강한 프레이징이 부유하듯 자유롭게 흘러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특히 주요 멜로디는 한숨을 쉬는 듯 우울한 표정의 베이스 라인과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마치 2중창을 부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쾌활한 마지막 론도 악장에는 그 주제가 모두 다섯 번에 걸쳐 등장한다. 솔리스트의 마지막 독주 부분은 이전에 등장한 16마디의 비르투오소적인 독주에 비해 두 배 길어진 32마디로서 화려함을 더하는 모습이 강렬한 인상을 준다. 전체적으로 A단조 협주곡에 비해 E장조 협주곡은 이탈리아적인 협주곡 형식의 영향이 짙게 깔려 있다. 또한 다른 작품들과는 다르게 바흐가 생존했을 당시부터 지금까지 꾸준하게 연주되었던 작품이기도 하다. 제1악장 알레그로 마장조 2/2박자 이 제1악장은 리토르넬로 형식을 답습하고 있는데, 3부 형식을 취하고 있으며 중간부에서 제시된 주제의 갖가지 변주, 전개가 행해져 후의 소나타 형식에 가까운 형태로 되어 있다. 제2악장 아다지오 올림 다단조 3/4박자 이 느긋한 악장은 밧소 오스티나토 위에 독주 바이올린이 장식적인 대위 선율을 연주하는 바흐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아름답고 친근해지기 쉬운 악장이다. 제3악장 알레그로 앗사이 마장조 3/8박자 리토르넬로 형식을 취하고 있는 이 악장은 상쾌한 기분에 찬 단순한 악장이다. 이 이탈리아풍의 리듬을 취하고 있는 데 반하여 이 곡에서는 프랑스의 발레, 론도의 형태를 이탈리아의 리토르넬로 형식과 복합시키고 있다. 제3번(2개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d단조 BWV 1043 바흐의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은 바흐의 작품 중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 가운데 하나다. 이 작품은 후기 바로크 시대의 가장 뛰어난 본보기가 되는 작품이다. 바흐는 이 작품을 그가 안할트쾰른 궁정의 악단장으로 재직하던 1717년~1723년 사이에 작곡했다. 이 곡이 <E장조>의 협주곡과 더불어 자주 연주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친근감을 주고 있는 것은 두 개의 바이올린이 얽혀서 진행되고 그 기법도 다분히 비르투오소적인 화려한 장식이 주어져 있기 때문이며, 또 <E장조 협주곡>과 마찬가지로 제2악장에 매우 아름다운 선율이 노래 불리워져 근대의 협주곡이 가지고 있는 서정미에 가까운 친근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형식적으로는 다른 2곡과 마찬가지로 빠르게-느리게-빠르게의 3악장 형식을 취하고 반주에는 현합주와 통주저음 악기가 배치되어 있다. 이 곡도 바흐는 후에 <2대의 챔발로를 위한 협주곡> e단조 BWV 1062로 편곡하고 있다. 제1악장 비바체 라단조 2/2박자 다른 두 곡의 바이올린 협주곡과 마찬가지로 이 곡도 현합주의 투티로 시작된다. 이 악장은 카논풍의 대위법을 구사하여 처리되고 있는데, 이 첫머리 주제도 제2바이올린으로 제시된 다음 5마디째부터 5도상에 제1바이올린으로 곧 모방된다. 이것이 끝나면 제1, 2바이올린은 이 주제를 다루면서 응답하고 d단조로 완전 종지한다. 그러자 독주 바이올린이 먼저의 주제에서 파생한 10도의 비약을 가진 새로운 주제로 등장한다. 제2악장 라르고 마 논 탄토 바장조 12/8박자 이 악장은 이 곡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부분으로 연주 시간도 가장 길다. 바이올린의 가요성을 교묘히 살린 흐르는 듯한 아름다운 선율이 독주 바이올린으로 불쑥 연주된다. 제3악장 알레그로 라단조 3/4박자 이 종악장은 무곡적 성격을 가지지 않고 독주보다 합주부가 보기 좋게 협화(協和)하여 쾌활한 가운데 중후하고 다성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다. 힘이 넘쳐 흐르는 느낌의 투티에 의하여 곡은 시작된다. 글 출처 : 클래식 명곡 대사전(이성삼, 세광음악출판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