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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DUCTION

Paavo Jarvi, Conductor
Royal Philharmonic Orchestra

Total Time 01:03:41

Symphony No.8 in G major Op.88

작품의 배경 및 개요

안토닌 드보르작(Antonin Dvorak, 1841~1904)은 미국이라는 나라를 경험하기 이전에는 영국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1884년 처음 영국을 방문한 그는 1876년에 작곡했던 [스타마트 마테르]를 지휘하여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다. 그는 이 당시의 감격을 한 편지에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놀라지 마시오. 합창단이 무려 800명! 오케스트라의 제1바이올린만도 24명! 지휘대에 올라서보니 12000명의 청중이 열광하는 환호를 받았습니다. 나는 수없이 감사의 인사를 거듭할 수밖에 없었다오.”

이토록 열광적인 환대를 받은 드보르작은 이후 1891년에는 캠브리지 대학에서 명예 박사학위를 받을 때까지 12회에 걸쳐 영국을 방문했다. 그의 [교향곡 8번 G장조]가 1892년 런던의 노벨로 출판사에서 출판되며 ‘런던’이라는 부제를 갖게 된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 작품은 결코 영국과의 실질적인 관계를 맺고 있지 않고, 그렇다고 [신세계 교향곡]처럼 그 나라의 분위기를 대변하는 것도 아니다. 영국 출판사에서 출판되었다는 것 외에 영국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고, 더군다나 출판 당시의 부제 또한 작곡가가 의도한 것 또한 결코 아니다.

아홉 곡의 교향곡을 작곡한 드보르작에게 있어서 특히 [교향곡 8번]이야말로 작곡가 자신의 민족적, 정서적 배경이 전면으로 드러난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첫 번째 영국 방문을 마치고 체코로 돌아온 그는, 프라하 서남쪽 고원지대에 위치한 비소카라는 작은 산간마을에 별장을 지었다. 여름이면 여기에 머물렀던 드보르작은 이 고장의 자연에서 비롯한 보헤미안적인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들곤 했는데, 바로 여기서 작곡한 [교향곡 8번]에는 비소카 마을에서 경험한 작곡가의 심상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이렇듯 보헤미안적인 풍경과 선율로부터 영감을 받아 작품으로 창작해냈기에 드보르작에게 있어서 주저함이란 없었다. 1889년 여름 독일과 러시아를 여행하고 돌아온 뒤 본격적으로 작품 구상에 들어간 드보르작은 불과 3개월만인 같은 해 11월 8일에 이 교향곡을 마무리 진 것이다. 그런 까닭에 이 교향곡은 친구들이나 브람스의 조언을 거의 받지 않고 작곡한 몇 안되는 작품 가운데 하나로 손꼽힌다. 체코인으로서 자신의 유전자가 반응하여 울려낸 악상을 고스란히 오선지 위로 옮겨낸 셈이다.

그리고 이듬해인 1890년 2월 프라하에서 작곡가의 지휘로 초연되었다. 아마도 특유의 전원적이고 목가적인 분위기 때문에 1890년 4월 런던에서 초연을 가진 뒤, 런던 타임즈는 이 교향곡을 ‘전원 교향곡’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 교향곡을 작곡할 무렵 드보르작은 작곡가로서 가장 원숙한 작품을 쏟아내고 있었다. 그러한 만큼 드보르작은 지금까지 내려왔던 교향곡 전통과는 조금 다른 파격적인 모습을 이 교향곡에 담아내고자 했다.

첫 악장에서 전개부와 재현부를 연결해 주는 형식이나 단조로 시작하는 슈베르트풍의 서주 등은 당시로서는 대단히 파격적인 시도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특히 2악장에서의 브루크너를 연상시키는 특징적인 휴지부와 바이올린 파트의 리드미컬한 상승, 이와 대조적인 장송 행진곡을 연상케 하는 장중한 발전부와 금관이 주도하는 스케일 큰 클라이막스의 긴장감 등 드보르작이 바그너적인 극적 전개와 브루크너적인 발전 양식을 결코 간과하지 않고 있었음을 암시하는 듯하다.

드보르작이 작곡한 아홉 개의 교향곡들은 한 동안 그 ‘번호’가 혼동되어 사용된 적이 있다. 그 이유는 드보르작 생전에는 다섯 개의 교향곡만이 출판되었기 때문에 현재 [교향곡 9번]이라 불리는 ‘신세계로부터’는 상당히 오랜 동안 ‘5번 교향곡’으로 불렸고, 그 순서에 따라 [교향곡 8번]은 ‘4번 교향곡’으로 호칭되었다. 그러나 현재에는 앞선 네 개의 교향곡들이 모두 출판, 연주되고 있어 구 번호 체계는 사용하지 않고 있다.

작품의 구성 및 특징

1악장 - 알레그로 콘 브리오
소나타 형식으로서 첼로와 호른에 의해 유도되는 비장한 첫 번째 주제가 대단히 인상적이다. 이어 목관악기에 의해 비소카 마을 풍경을 연상케 하는 전원적인 선율이 흘러나오며 축제 분위기의 주제가 펼쳐진다. 플루트와 클라리넷으로 시작하는 두 번째 주제 역시 행복한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2악장 - 아다지오
보헤미아 지방의 자연과 그 다채로움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악장. 전원풍의 멜로디가 현악기에 의해 전개되고 이어 목관악기군이 이를 받아 전개시킨다. 특히 새의 소리와 같은 미묘한 음색이 이 신비로운 자연을 묘사한 음악 사이에서 광채를 더한다. 드보르작은 교향곡의 아다지오 악장에서 우수와 동경을 담아내며 향수감을 자극하곤 하는데, 이 8번 교향곡의 아다지오 또한 전형적인 동시에 발전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3악장 - 알레그로 그라지오소
스케르초 악장으로서 전통적인 스케르초라기보다는 왈츠 리듬이 물결치듯 넘실거리는 특이한 형태의 트리오라고 말할 수 있다. 바이올린이 주도하는 첫 주제선율과 중간에 이어서 등장하는 민요적 선율의 리듬이 교차로 엮어내는 우아하면서도 신선한 기운이 인상적이다.

4악장 - 알레그로 논 트로포
변주곡 형식으로서 힘찬 트럼펫이 먼저 등장하고 18마디 뒤에는 타악기가 짧은 마무리를 짓는다. 곧바로 시작되는 첫 번째 주제는 전형적인 보헤미아적인 주제로서 첼로에 의해 제시되고 이어 전체 오케스트라가 이를 모방한다. 다음 주가 플루트에 의해 나타나고 바이올린과 비올라의 반주가 뒤따른다. 이렇게 변주들이 진행된 다음 마지막 피날레에서는 다시 트럼펫이 팡파르를 울린 뒤 모든 것이 빨라지며 극적인 클라이맥스로 달려간다.

글 출처 : 클래식 명곡 대사전(이성삼, 세광음악출판사)

Serenade for Strings in E major Op.22

작품의 배경 및 개요

1875년 초, 드보르작은 오스트리아 정부에서 예술가들에게 주는 장학금의 수혜자로 선정되었다. 그것은 그에게 있어서 일생일대의 전환을 의미하는 사건이었다. 즉 호텔과 레스토랑의 악사, 가설극장의 비올라 주자, 성당의 오르간 주자, 개인교사 등으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던 시절을 청산하고 한결 여유로운 생활기반 위에서 작곡에 전념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하게 되었다. 더구나 장학금의 심사위원이었던 요하네스 브람스는 그의 재능을 각별히 주목하여 자신이 거래하던 악보 출판사에 그를 소개해주ㅠ기도 했다. 바야흐로 30대 중반의 드보르작에게 영광스러운 미래의 서광이 비쳐왔던 것이다.

5년 동안 매년 400 굴덴이라는 막대한 장학금에 탄력을 받은 드보르작은 곧바로 폭발적인 창작력을 발휘했다. 일단 1875년 한 해 동안에만 <교향곡 제5번 F장조>, <현악 세레나데 E 장조>, <현악 5중주곡 G장조>, <피아노 3중주곡 Bb장조>, <피아노 4중주곡 D장조>, 대형 오페라 <반다> 등이 완성되었는데, 이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작품이 바로 <현악 세레나데 E장조>이다.

1875년 5월 3일부터 14일까지 불과 열흘 남짓한 기간 동안 작곡된 이 세레나데는 드보르작의 가장 매혹적이고 사랑스러운 작품들 중 하나이다. '세레나데'라고 하면 먼저 '연인의 창가에서 부르는 사랑노래'를 떠올리게 되지만, 한편으로는 18세기 후반에 모차르트 등이 썼던 '다악장의 기악 앙상블 음악'을 가리키기도 한다. 드보르작의 곡은 후자의 선례를 따른 것인데, 평소 모차르트를 경애해 마지않았던 그였기에 이런 곡을 썼던 것이리라. 참고로 드보르작의 세레나데는 이 곡 말고 하나가 더 있는데, 바로 <관악 세레나테 d단조>(1878)이다.

보헤미아의 정취와 풍부한 인간미

모두 다섯 악장으로 구성된 이 곡은 고전적인 세레나데의 특성을 잘 살리고 있다. 즉 진지하고 극적이기보다는 느긋하고 유화적이며 쾌적하고 여유로운 저녁 또는 밤에 어울리는 은은한 분위기와 유려한 운치를 지니고 있다. 기본적으로 순수한 음율의 향연이면서도 많은 부분에서 사랑하는 이와 달빛 아래 정원 또는 오솔길을 거니는 듯한 기분을 자아내며, 다소 느슨한 구성과 형식 속에서 사뭇 다채롭고 풍요로운 맛과 멋이 떠오른다. 아울러 이 곡에는 드보르작이 사랑했던 그의 고향 보헤미아의 풍경과 정취가 담겨 있으며, 무엇보다 그 특유의 소박하고 진솔한 인간미가 배어 있다.

작품의 구성 및 특징

제1악장 Moderato, E major, 4/4박자
고전적인 세레나데의 첫 악장에는 보통 소나타 형식이 적용되지만, 드보르작은 단순한 3부 형식으로 구성했다. 그 시작 부분은 무척 은근하고 부드러운 맛을 내는데, 그 이유는 제1바이올린의 화혀함이 배제되었기 때문이다. 즉 먼저 비올라이 반주 위에서 제2바이올린이 차분한 선율을 꺼내놓고, 조금 뒤에야 제1바이올린이 화사한 음들을 얹어 놓는다. 대체로 은은하고 유려한 선율의 흐름을 이어가는 제1부에 비해, 제2부에서는 점점 리듬의 확력이 더해져 수면 아래에 숨어 있던 춤곡 풍의 분위기가 표면화된다. 제3부에서는 비올라 파트와 첼로 파트가 분할되고 대위선율이 더해지는 등 한층 두터워진 텍스처(음악의 조직)에서 풍성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제2악장 Tempo di valse, c# minor, 3/4박자
여러 개의 왈츠 주제가 어우러진 춤곡 악장이다. 주제들의 일부는 쇼팽의 c# 단조의 왈츠(Op.64-2)의 극서을 연상시키며, 트리오에서는 canon 풍의 반복이 흥미로운 효과를 만들어낸다. 악보에 따라서는 이 악장이 민ㅍ에트 알레그로 콘 모토로 지정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제3악장 Scherzo vivace, F major, 2/4박자
자유로운 구성의 스케르초 악장이다. 카논으로 출발하는 스케르초는 경쾌한 반면, A 장조의 트리오는 차분하여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특히 두 차례 등장하는 트리오는 특별한 변화를 수반하여 드보르작 특유의 창의성을 잘 보여준다.

제4악장 Larghetto, A major. 2/4박자
녹턴풍의 시적정서가 가득한 곡으로, 차이코프스키 세레나데의 우수가 흐르는 아름다움과는 대비되는 보헤미아 전원의 풍경, 목가적이고 평화스러운 선율은 안식과 위안을 가져다 주는 형용할 수 없을 정도의 아름다운 서정적인 악장이다. 현악 오케스트라의 편성이 주는 수채화 같은 담백함이 간결하고 쳥아한 우아함을 더하고 있다. 마지막 악장에서는 미래를 향한 도전과 의지를 느끼게 한다. 밝은 미래를 향한 꿈을 연상시키는 주제와 1, 4악장의 서정적인 선율이 재현되며 다양한 리듬과 바그너를 연상시키는 화려하고 웅장한 관현악법으로 대비시키며 발전 시키고 있다. 긴장과 이완이 반복되며 드라마틱하게 이끌어 가며 밝은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을 느끼게 한다.

제5악장 Finale, Allegro vivace, f# minor - E major, 2/4박자
론도 소나타 형식을 취하여 사뭇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피날레 악장이다. 썩 매끄럽지 못하여 비쭉거러ㅣ고 흥청거리는 론도 주제는 다시금 카논으로 시작되는데, 드보르작은 여기서 원격조에서 출발해서 중간에 으뜸조를 찾아가는(당시 그가 즐겨 썼던) 수법을 사용했다. 또 발전부에서는 라르게토 악장의 주제가 첼오에서 확대되어 나타나고, 재현부 다음에는 첫 악장의 주제가 그리운 듯이 회상되는 등, 이 악장은 흥미진진하고도 아름다운 장면들로 가득하다.

이 매혹적인 세레나데에 가만히 귀를 기울이고 있노라면, 동향의 후배 작곡가 보후슬라프 마르티누가 드보르작에 대해서 했던 말을 떠올리게 된다.

"드보르작의 개성은 사랑스러움, 인간적임, 건강함 등으로 특정지어진다. 누군가 삶에 대해 건강하고 기쁜 태도를 표현했다면, 그것은 바로 그였다. 비록 그것이 비극적인 것이라 하더라도 음악은 항상 기쁜 것이어야 한다. 드보르작은 바로 그와 같은 유산을 뒤에 남긴 행복한 사람이다."

글 : 황장원 / 음악칼럼니스트, 교양강좌 전문강사
출처 : 네이버 뮤직캐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