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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ch
Orchestral Suite No.3 in D Major BWV 1068
Karl Richter (Conductor)
Munchener Bach-Orchester
녹음 : 1960/09 Stereo
Herkules-Saal, Munch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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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숍에서 울려 퍼진 음악
바흐 : 관현악 모음곡 3번 D장조
바흐의 음악 가운데 어떤 곡을 좋아하십니까? 한 인터넷 검색 사이트에서 ‘바흐’를 입력해 봤더니 동시에 뜨는 단어가 있었습니다. 바로 ‘G선상의 아리아’입니다. 바이올린의 현은 모두 4개로 이루어져 있지요. 그중에서도 G현은 가장 낮은 소리를 냅니다. 음역이 높은 순으로 E현, A현, D현, G현입니다. 따라서 ‘G선상의 아리아’는 음역이 가장 낮은 G현으로 연주하는 아리아(노래)라는 뜻입니다. 아리아(aria)는 이탈리아식 표기입니다. 프랑스어로는 에르(air), 영어로는 에어(air), 독일어로는 아리어(Arie)로 발음합니다.
이 ‘G선상의 아리아’는 원래 바흐의 《관현악 모음곡 3번 D장조》의 두 번째 곡 ‘에어’입니다. 독일의 바이올리니스트 아우구스트 빌헬르미(August Wilhelmi, 1845~1908)가 애초에 현악 합2주로 연주하던 그 곡을 독주용으로 편곡해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됐습니다. 거의 20세기에 가까웠을 시기입니다. 그래서 오늘날 인터넷 검색 사이트에 ‘바흐’만 입력하면 곧바로 따라붙을 정도로 유명세를 얻었습니다.
‘G선상의 아리아’가 오늘날에도 이토록 애청되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여러 가지 이유를 거론할 수 있겠지만, 일단 곡의 길이가 짧다는 점이 떠오릅니다. 그렇습니다. 이 곡의 연주시간은 5분을 채 넘기지 않습니다. 종종걸음으로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이 잠깐 짬을 내서 듣기에 적절한 길이라고 해야 하겠습니다. 하지만 이 곡을 포함하고 있는 바흐의 《관현악 모음곡 3번》은 20분이 좀 넘습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관현악 모음곡》을 1번부터 4번까지 다 들으려면 1시간이 훌쩍 넘어갑니다. 지휘자와 연주단체에 따라 다소 차이가 나긴 합니다만, 연주시간이 대략 100분 남짓입니다. 그러다보니 ‘G선상의 아리아’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해도 《관현악 모음곡》 전곡을 차분히 감상하는 사람을 찾아보기는 참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좋은 점은 있지요. ‘G선상의 아리아’가 많은 이들을 《관현악 모음곡》으로 안내하는 단초가 돼준다는 것입니다. 이 5분 남짓한 소품을 이미 여러 번 들어 익숙해졌다면 내친 김에 《관현악 모음곡 3번》을 들어보는 것, 더 나아가서 《관현악 모음곡》 전곡을 들어보는 것이 음악을 ‘내 것’으로 만드는 유일한 방법입니다(클래식 감상실 바흐 게시판에 이 《관현악 모음곡》 전곡을 올려놓았습니다-오작교 註). 음악과 친해지는 방법은 실제로 듣는 것밖에 없습니다.
바흐가 남긴 《관현악 모음곡》 네 곡은 작곡 연대가 불분명하지요. 자필 악보가 남아 있지 않은 까닭입니다. 3번은 1722년경에 작곡한 것으로 추정하는데 이에 대해서도 학자마다 의견이 분분합니다. 뭐 어쨌든 좋습니다. 음악을 듣는 입장에서 그게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니지요. 다만, 《관현악 모음곡》이 어려운 음악일 것이라는 선입견은 걷어내는 게 좋겠습니다.
이런 걸 상상하면 도움이 되겠네요. 바흐는 라이프치히 시절에 학생들로 이루어진 연주단체 ‘콜레기움 무지쿰’의 지휘자로도 활동했는데요, 그들을 이끌고 매주 한두 번씩 공개연주회를 개회했다는 기록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바흐가 그대 즐겨 연주했던 곡 중의 하나가 바로 《관현악 모음곡》이라고 합니다.
한데 이 곡을 어디에서 연주했을까요?
바로 ‘침머만 커피하우스(Zimmermannache Kaffeehaus)’라는 곳입니다.
바흐 시대에 라이프치히에서는 커피가 상당히 유행했다고 합니다. 당시 유럽 사회에 불고 있었던 커피 문화의 중심지였습니다. 그래서 이 도시에는 커피숍이 여러 곳 있었는데, 주로 젊은 지식인들이 모여 들어 커피를 마시면서 정치와 철학, 예술에 대해 담소하고 논쟁했다고 합니다.
그중에서도 고트프리트 침머만이 운영했던 침머만 커피하우스는 콜레기움 무지쿰의 콘서트로 유명했습니다. 바흐와 콜레기움 무지쿰이 매주 금요일 저녁에 출연하는 덕택에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고 하지요.
이런 연주회에서는 ‘다 함께 즐기는 음악’을 연주하는 것이 상례입니다. 악기 편성은 가급적 단출해야 했고 음악의 분위기는 자연스럽고 편안해야 했을 것입니다. 바흐의 칸타타 중에서도 널리 알려져 있는 《커피 칸타타. BWV.211》도 바로 이곳에서 연주할 목적으로 작곡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콜레기움 무지쿰’이라는 말이 좀 어려워 보이지만 사실은 ‘음악가들의 모임’이라는 뜻일 뿐입니다. 이런 아마추어 음악가들의 모임은 중세 시절에 이미 등장해 끊이지 않고 명맥을 이어왔는데, 18세기 라이프치히에서 이 단체의 활동이 특히 왕성했고 연주의 질적 수준도 매우 높았다고 합니다. 바흐 이전에는 게오르크 필립 텔레만이 지휘를 맡았다고 하지요.
바흐는 바이마르 궁정과 괴텐 궁정의 악장을 거쳐 1723년 5월 5일에 라이프치히 시위원회에 고용된 음악가로 임명됩니다. 말하자면 새로운 직장에 취직을 한 것이지요. 당시 라이프치히에 커피숍이 많았던 것을 보더라도, 이곳이 매우 번창한 상업도시였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독일에서 출판 산업이 가장 번성했던 도시, 또 1409년 설립된 라이프치히 대학을 중심으로 중요한 교육 도시로서의 위상도 지니고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바흐는 주로 대학생들로 이루어진 무지쿰을 이끌고 커피숍에서 연주할 수 있었던 것이지요.
물론 거기에는 바흐의 개인적 사정도 깔려 있습니다. 알려져 있다시피 바흐는 라이프치히 시절에 매우 바쁜 나날을 보냈습니다. 그는 시에서 월급을 받으면서 라이프치히에 있는 4개의 교회(토마스, 니콜라이, 마태, 베드로)에서 매주 연주할 교회음악을 써내야 했습니다. 작곡뿐 아니라 악단과 합창단을 지도하고 지휘하는 일까지 맡았습니다. 그것만으로도 벅찬 일과였을 겁니다. 게다기 시위원회는 바흐에게 또 다른 임무를 부여했습니다. 바흐는 시에서 주관하는 각종 행사와 대학에서 사용할 음악도 제공해야 했습니다. 또 콜레기움 무지쿰의 감독으로도 일해야 했습니다. 이렇게 고된 일과를 묵묵히 수행한 이면에는 바흐가 항상 잊지 않고 있었던, 남편으로서의, 또 아버지로서의 책임감이 존재합니다. 바흐는 식구 많은 집의 가장이었습니다. 그렇게 많은 스케줄을 어떻게든 소화해내면서 시위원회에서 지정한 월급 외에 추가 수당을 받았던 것입니다.
라이프치히 시절의 바흐가 침머만 하우스에서 연주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관현악 모음곡》은 가장 먼저 긴 ‘서곡(overture)’이 등장하고 이어서 몇 개의 짤막한 춤곡이 이어지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전체 중에서 서곡의 비중이 가장 큽니다.
3번 D장조도 물론 그렇습니다. 연주시간 10여 분가량의 서곡이 가장 먼저 등장합니다. 특히 3번 D장조의 서곡은 전부 네 곡으로 이뤄진 《관현악 모음곡》 중에서도 규모 면에서 가장 웅장합니다.
시작은 장중하고 엄숙한 그라베(grave - 아주 느리고 장중하게), 이어서 현악 합주가 활기 있는 리듬을 연주하는 비바체(vivace - 빠르고 경쾌하게), 그리고 마지막에 다시 그라베로 돌아오는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2곡은 바로 ‘G선상의 아리아’로 널리 알려져 있는 ‘에어’입니다. 현악합주가 그 유명한 선율을 연주합니다. 바이올리니스트 빌헬르미는 이 곡을 G현으로 편곡했지만 실제로는 제1바이올린이 A현으로 연주하는 선율이 두드러집니다. 이어지는
3곡 ‘가보트(gavotte)’는 프랑스풍의 춤곡인데 템포가 빠르고 활기가 넘칩니다.
4곡 ‘부레(bourree)’도 역시 프랑스에서 기원한 춤곡이지요. 이 곡도 템포가 빠르고 활달합니다. 5곡 ‘지그(gigue)’는 영국에서 발원한 춤곡입니다. 바흐는 이렇듯이 유럽 여러 지역의 음악을 하나로 통합해 자신의 음악적 체계를 구축했습니다. ‘서곡’과 ‘에어’에 이어지는 세 춤곡은 모두 흥겨운 분위기를 풍깁니다. 현악 합주와 팀파니가 흥겨운 리듬을 이끌고 트럼펫이 시원하게 울려 퍼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