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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숙선, 박병천의 '미음(美音)'   

안숙선과 무속음악의 최고봉 박벽천이 함께한 기념비적 음반
안숙선의 춘향가 중 쑥대머리, 단가 이산저산, 만고강산, 수궁가 中 토끼 잡아들이는 대목, 심청가 中 추월만정, 안숙선 박병천의 진도씻김굿 中 길닦음 등이 수록

진도 씻김굿 중 ‘길닦음’은 진도 무속 달인 박병천의 연주와 즉흥적으로 이루어지는 안숙선의 폭넓은 소리를 맛볼 수 있는 이 앨범의 자랑거리.
슬픈 듯 하다가도 어느 순간 어깨를 들썩이게 하며, 처절한 절규인 듯 하다가도 어느 순간 신비스런 영혼의 문답 같은 감흥을 느끼게 해준다. 여기에 어울어지는 장고, 대금, 아쟁, 가야금의 연주는 우리 가락의 멋과 신비를 만끽할 수 있게 해 준다.

1. 춘향가중 쑥대머리 [07:07]

일제 식민지시대 임방울 명창이 애절하게 불러 크게 유행시킨 노래.
옥에 갇힌 춘향이의 서글픈 심정을 중모리 장단에 계면조로 처절하게 묘사하고 있다.
(소리: 안숙선/ 장구: 정화영/ 아쟁: 이태백/ 대금: 원장현)
쑥대머리 귀신형용 적막옥방의 
찬 자리에 생각 나는 것은 임 뿐이라. 
보고지고, 보고지고, 한양 낭군이 보고 지고, 
오리정  정별후로 일장서를 내가 못 봤으니  
부모 봉양 글 공부에 겨를이 없어서 이러는가.  
여인신혼(輿人新婚) 금슬우지(琴瑟友之) 
나를 잊고 이러는가 계궁항아 추월같이 
번듯이 솟아서 비치고저. 
막왕막래(莫往莫來) 막혔으니 앵무서를 
내가 어이 보며 전전반측(輾轉反側)의 잠못 이루니 
호접몽(胡蝶夢)을 어이 꿀 수 있나. 
손가락의 피를 내어 사정으로 편지헐까 
간장의 썩은 눈물로 임의 화상을 그려볼까. 

이화일지춘대우에 내  눈물을 뿌렸으니 
야우문령단장성(夜雨門令斷腸聲)에 비만 와도 
임의  생각 추우오동 염락시의  잎만 떨어져도 
님의 생각, 녹수부용채련여와  제룡망채엽(提龍網菜葉)
뽕  따는 여인네들도 낭군 생각 일반이라. 
날보다는 좋은 팔자.  옥문 밖을 못 나가니 뽕을  따고 연 캐려나.
내가 만일에 님을 못  보고 옥중고혼이 되거드면 
무덤  앞에 있는 돌은 망부석이 될 것이요 
무덤 근처 섰는 낭기(나무)는 상사목(相思木)이 될  것이니 , 
생전 사후 이 원통을 알아줄 이가 뉘 있드란 말이냐. 
아고 답답  내일이야 이를 장차 어쩔거나 그저 퍼 버르고 울음운다.
2. 단가 이산저산 [05:21]

이 단가는 생긴지 오래된 것이 아니다.
사설의 내용은 세월이 감에 따라서 늙어짐을 한탄하는 다른 단가와 비슷하나, 요즈음에 생긴 것이기 때문에 중국의 고사를 인용하지 않고 있다. 중몰이 장단에 계면조로 되어 있다. 단가를 계면조로 짜는 것은 요즈음 들어 있는 일이며, 옛날에는 그런 일이 드물었다. 아무래도 계면조 가락이기 때문에 슬픈 느낌을 준다.
(소리: 안숙선/ 북: 정화영)
이산 저 산 꽃이 피니 분명分明코 봄이로구나,
봄은 찾아 왔건 만은 세상사世上事 쓸쓸 허드라
나도 어제 청춘靑春 일러니 
오늘 백발한심白髮 寒心허구나
내 청춘靑春도 날 버리고 속절없이 가버렸으니
왔다 갈 줄 아는 봄을 반겨 헌들 쓸데 있나
봄아 왔다가 갈려거든 가거라

네가 가도 여름이 되면
녹음방초 승화시綠陰芳草昇華時라 옛 부터 일러 있고
여름이 가고 가을이 돌아 오면
한로상풍寒露霜風 요란搖亂해도
제 절계節槪를 굽히지 않는 황국단풍黃菊丹楓도 어떠헌고
가을이 가고 겨울이 돌아오면
낙목한천落木寒天 찬 바람에
백설白雪만 펄펄 휘날리어 은세계銀世界가 되고 보며는
월백설백천지백月白雪白天地白허니
모두가 백발白髮의 벗 이로구나

무정세월無情歲月은 덧없이 흘러가고 이네 
청춘靑春도 아차 한번 늙어지면 
다시 청춘靑春은 어려워라
어화 세상世上 벗님네들 이내 한말 들어보오
인생人生이 모두가 백년百年을 산다고 해도
병病든날과 잠든날 걱정 근심 다
단사십旦 四十도 못 살 인생
아차 한번 죽어지면 북망산천北邙山川의 흙이로구나
사후死後에 만반진수萬飯珍羞 불여생전不如生前에
일배주一杯酒만도 못하느니라
세월歲月아  ~  ~ 가지 말아라
아까운 청춘靑春들이 다 늙는다

세월歲月아 가지 마라 가는 세월歲月 어쩔거나
늘어진 계수桂樹나무 끝끝 머리에다 대랑 매달아 놓고
국곡투식國穀偸食하는 놈과 부모불효父母不孝하는 놈과
형제화목兄弟和睦 못하는 놈 차례次例로 잡어다가
저 세상世上 먼저 보내 버리고
나머지 벗님네들 서로 모여 앉아?
한잔 더 먹소 그만 먹게 하면서
거드렁 거리고 놀아보세.
3. 만고강산 [04:21]

만고강산은 금강산의 빼어난 경관을 노래한 것으로 중모리 장단에 평조를 불린다.
(소리: 안숙선/ 북: 정화영)

4. 수궁가 중 토끼잡아 들어가는 대목 [03:50]

자라의 꼬임에 넘어가 수궁에 들어간 토끼가 죽을 고비에 처한 장면을 해학적으로 그린 대목
(소리 : 안숙선/ 장구: 정화영/ 아쟁: 이태백/ 대금: 원장현/ 가야금: 안옥선)

5. 심청가 중 부친 그리는 대목(추월만정) [05:38]

왕후가 된 심청이가 앞 못 보는 부친을 그리워하는 대목으로, 일제 때 판소리 명창 이화중 선이 불러 크게 유행시킨 노래이다.
(소리 : 안숙선/ 장구: 정화영/ 아쟁: 이태백/ 대금: 원장현/ 가야금: 안옥선)

6. 박병천 엇모리 [06:36]

징과 장고를 번갈아 치면서 부르는 즉흥적 성격이 강한 축원굿의 한 대목.
(소리, 징: 박병천)

7. 박병천 구음 시나위 [07:49]

시나위는 엇모리자 살풀이, 자진모리 장단에 얹어 연주되는 즉흥곡이다.
(소리, 징: 박병천/ 대금: 원장현/ 아쟁: 이태백/ 가야금: 안옥선/ 장구: 정화영)

8. 길닦음 [12:03]

박병천이 안숙선과 함께 부르는 진도씻김굿의 마지막 대목 '길딲음'이다. 진도의 만가와도 흡사한 구조를 가진 이 노래는 처음에 진양조의 긴 호흡으로 시작하여 종모리와 살풀이 장단으로 슬픈 정서를 드러낸 다음, 자진모리 장단으로 넘어가면서 서러움의 정서를 신명으로 고양시켜 준다.

씻김굿은 원래 큰 굿이라고 불리는 것으로, 죽은이를 제대로 씻겨서 원한에 찬 삶을 녹녹하게 풀어서 저승으로 잘 보내려는 의도가 담긴 제의(祭儀)이다. 진도씻김굿은 무가와 음악과 춤의 세부분으로 구성되어있다. 서사무가와 서정무가를 통하여 의미를 신에게 전달시키고, 조화로운 시나위 음악을 통해 접신의 상황으로 몰입시키며 춤을 추어 신과의 만남을 강조하기도 한다. 진도 무속 달인 박병천의 연주와 즉흥적으로 이루어지는 안숙선의 폭넓은 소리를 감상할 수 있다.

'길닦음'은 망자가 저승으로 가는 길을 제대로 닦아주는 의식으로 씻김굿의 마지막 절차이기도하다. 10m 길의 질베를 굿마당 가운데로 가져온 다음 가족 중 여자들이 천의 양쪽 끝을 잡고 서면 당골은 넋과 돈이 들어있는 밥주발을 질베 위에 얹어 놓고 앞뒤로 밀거나 당기면서 질베의 한끝에서 다른 끝으로 서서히 이동하면서 이 서러운 노래를 부른다.

"하직이야, 하직이로구나, 살던 집도 다 버리고 일가친척 다 버리고 세왕산 가시자고 하직이로구나"라는 작별의 노래를 부르면서 당골과 고인은 메기고 받는 형식으로 구슬프게 노래한다.

당대 최고의 명인과 명창 두 사람이 한데 어우러져 부르는 대목에서 이들의 장기가 잘 드러나면서 소리가 조화를 이뤄서 절창이 되었다. 정화형의 장고 반주에 맞춰 안옥선이 가야금을 원장현은 대금을 그리고 이태백이 아쟁을 맡아서 한판의 굿을 아름답게 연주하였다.
(소리 : 안숙선/ 징,소리:박병천/ 대금:원장현/ 아쟁: 이태백/ 가야금:안옥선/ 장구:정화영)

글 출처 :앨범 리뷰